밥일꿈 ‘거울은 나보다 먼저 웃지 않는다’

장전형 새천년민주당 대변인

지역내일 2004-10-24
비교적 젊은 나이에 첫 경험을 했다.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눈앞은 아찔했다. 숨을 내쉰 건지 들이 쉰 건지 모를 정도였다. 시간을 재보진 않았으나 대략 28분정도 걸렸던 것 같다. 첫경험이 끝나고 난 뒤에야 나는 이마에 난 땀을 닦았다. 그리고 길게 숨을 내 쉬었다. ‘휴-’
주례로 나선 내 내 첫 경험은 그렇게 어려웠다.
이날 주제는 ‘거울은 나보다 먼저 웃지 않는다’였다.
내 고향 진도(신랑측)와 목포(신부측)에서 오신 분들이 하객의 대부분이었다. 젊은 주례를 맞이한 어르신들은 ‘자가 장 선생 아들이여’라거나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자’며 평소 내가 본 다른 결혼식과는 달리 주례사를 경청했다.
“신랑 배현원군과 신부 임민경양은 순수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두 사람은 너무도 밝고 건강하게 성장했습니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
주례사 말미에 “오늘 여기에 참석하신 어르신들과 신랑, 신부는 제가 선창할 테니 따라해 보세요”했다.
“거울은”…“거울은”? “나보다”…“나보다”, “먼저 웃지 않는다”…“먼저 웃지 않는다”
고향 어르신들은 결혼식에 참석해 난생 처음 겪어 봤을 합창이 어색하면서도 싫지 않은 듯 끝까지 따라하며 한바탕 웃은 유쾌한 결혼식이었다.
결혼식이 끝난 뒤 하객들께 인사를 드렸다.
“장 대변인, 힘내. 지난 총선 때는 우리가 둘렸는 벼. 앞으로 선거 땐 우리가 똑바로 해야 겄제”라는 격려의 말씀을 해 주셨다.
미국에 며칠 가 본적이 있다. 그네들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미소를 보냈다. 그게 부러워 한국에 돌아와서도 며칠간 만나는 사람에게 빙그레 미소를 보낸 기억이 있다. 그러나 내 미소를 받은 사람은 오히려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웃음에 인색하다. 그게 항상 아쉽다.
웃음이 부자연스럽다면 억지웃음이라도 웃자고 친구들에게 말하면 “요즘 먹고 살기도 바쁜데”라고 반문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웃을 수 있는 여유는 찾으면 어렵지 않다. 다만 우리가 잊고 있는 것 아닌가.
우리 정치도 여당과 야당이 ‘너 죽고 나 살기’식으로 아웅다웅해 웃음을 잃었다. 웃는 정치, 국민에게 웃음을 선물하는 그런 멋진 정치를 만들기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한다. 국민에게 웃음을 주는 정치가 바로 일류정치이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해야 한다. 내가 먼저 웃어야 아들과 딸이 웃고, 내가 먼저 웃으면 내 아내도 웃게 된다. 내가 먼저 웃으면 직장 동료도 웃게 된다. 내가 먼저 웃으면 결국 우리사회가 함께 웃게 된다.
거울은 나보다 먼저 웃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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