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주가폭락, 환율, 금리급등 '트리플악재'로 제도금융이 붕괴직전으로 치닫자 사채시장이 마지막 남은 돈줄로 주목받고 있다. 재벌을 제외한 기업 대부분은 2차 대우사태에 따른 증시침체와 은행권 대출동결로 자금압박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연말까지 20조원의 회사채가 만기도래하는 점만 해도 이만저만 부담이 아니다.
현금이 필요한 개인 역시 증시폭락으로 주식을 처분하지 못해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고유가에 물가까지 들썩하는 요즘 주식투자로 손해를 본 개인 역시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증시침체와 자금경색이라는 양대 악재가 사채시장의 본업인 고리대금업을 다시 살려 놓고 있는 셈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프리코스닥 등 주식투자로 쓴맛을 본 사채시장 '큰손'들은 금융시스템 붕괴위기가 본업인 고리대금업으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호기로 등장했다. 물론 사채시장 '큰손'역시 주가폭락의 최대 피해자다. 사채시장은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 였다. 그러나 사정은 달라졌다. 돈가뭄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금리 불문하고 돈을 구해야 할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명동 사채시장에서 채권중개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양준렬 피비아이사장은 "사채시장 큰손들은 현재 프리코스닥과 코스닥시장에 어림잡아 15조원 정도가 묶여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채시장에서 추산하는 투자원금이 최대 30조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반토막이 난 상태다. 그러나 세진컴퓨터와 신안건설 그리고 우방으로 이어진 연쇄 부도여파로 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사채시장으로 급전을 구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대금업이 다시 뜬다=최근 사채시장에서 기업에게 빌려주는 급전에 대한 이자는 통상 2부5리(월2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다급한 기업의 경우 3부 이자도 감수하며 돈을 빌려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중 일부는 신용이지만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침체로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은 물론이고 은행 대출은 꿈도 못꾸고 있다.
사채라도 끌어 들여야 부도를 막을 판이라는 얘기다. 시중 부동자금이 100조니 200조니 운운하지만 돈일 돌지 않는 동맥경화가 더욱 심하다. 기업들이 사채시장을 찾는 것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다.
◇증시침체 길어지면 공멸우려=사채시장 큰손들은 이달초 거래소는 지수 500, 코스닥은 80을 바닥으로 점쳤다. 실제로 지난 18일 증시폭락으로 큰손들의 예측은 어느정도 맞아 떨어지고 있다. 큰손들은 지금보다 더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바닥이라는 확신이 설 때 증시로 들어오겠다는 판단인 듯 싶다.
따라서 조만간 증시가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을 하면 증시로 자금유입이 이뤄지면 기업 자금난도 다소 숨통이 트이는 선순환이 예상된다. 사채를 끌어 쓴 기업들도 증시가 살아나면 돈을 갚을 수 있는 여력이 생길수 있다.
역설적으로 증시침체가 길어지면 사채시장이 살아날지는 몰라도 결국엔 큰손 역시 주식투자 손실에 기업으로부터 돈을 떼이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감도 그만큼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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