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며 2: 아파트 경비원 주삼식씨

경비원의 무한책임

지역내일 2000-12-31
새해를 맞으며 2: 아파트 경비원 주삼식씨
주제- 경비원의 무한책임

아파트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사람이 바로 경비원 아저씨가 아닐까. 낯선 사람을 보면 어딜 찾느냐면서 다가오고, 낯익은 주민이라면 먼저 고갤 숙여 인사하는 경비원 아저씨.
올 7월 용현동 현대 1차 아파트에 근무하게 된 주 삼식(44년생)씨는 절도있는 자세로 본 리포터를 맞이했다.
"경비직은 격일 근무로 오전 7시에서 다음날 7시까지 일합니다. 퇴근해서는 오전에 서너시간 잠자고 오후에는 등산과 같은 취미활동을 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하루종일 일하는 게 결코 쉽지만은 않을텐데, 참 긍정적이다'는 느낌을 받았다.
"98년 6월 준사관으로 전역을 했습니다. 매월 받는 연금보험으로 빠듯하지만 생활은 하지요. 하지만 좀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경제적인 여유를 갖기 위해서, 그리고 일을하면 더 건강해지니까 일을 하지요."라고 말하며 손수 영지천 드링크를 따주신다.
경비 일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없느냐고 물어보니까 "우리 현대 아파트는 다른 아파트와는 달리 분리수거에 어려움이 많아요, 월.수.금요일 오전 6시에서 9시까지 청소업체가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데 이를 지키지 않고 아무 때나 내오거나 밤에 몰래 버리는 일이 종종 있죠. 그리고 올 추석 때는 아파트내 도난사건이 발생했는데 내 근무시간은 아니었지만 이런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하면 주민들에게 너무 죄송스러워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라고 하면서 더욱더 경비에 대한 책무를 강조한다.

주씨는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나태함을 벗어나 좀 더 주민들에게 일일이 서서 인사를 한다. 어떤 경우에 보람을 느끼느냐고 하니까. 가끔씩 음식을 내놓으시는 분들에게 따뜻한 정을 느껴서 좋다고 하신다.
"일상적으로 먼저 인사하고 차량이 들어오면 먼저 수신호를 합니다. 또 그런 분들이 고마워 음식도 내오는 것 같습니다." 라면서 웃는다.
"내년이면 57세가 되는데 이제 장성한 장남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게 보고 싶지요"
주 삼식씨에게 젊은이 못지 않은 활력이 넘침을 느끼며 밝은 걸음으로 경비실을 나섰다.
배순선 리포터 quongp@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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