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출제된 수능은 일파만파를 불러일으켰다. 서울대와 사설 입시학원은 이구동성으로 수능에 '변별력이 없다'는 비난을 했고 언론 또한 쉬운 수능 때문에 학교현장에서 진학지도상 혼선을 빚으며 교사와 학생들이 우왕좌왕 하고 있다는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한술 더 떠 서울대의 한 입시관계자는 쉬운 수능이 사교육비 해소에 도움이 되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말을 늘어놓았다. 66명의 만점자와 2만명 이상의 고득점자가 나온 이상 수능은 존재가치조차 없다면서 본고사 등 지필고사 부활을 주장하고 나섰다. 어느 언론도 미국의 SAT 등에서는 영역별로 수십명씩 만점자가 나온다는 비교 인용기사를 싣지 않았다.
정말 수능이 쉽게 출제된 것이 입시체제 전반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해석해도 되는 것일까? 수능이 쉬워져도 사교육비 해소와 학교교육 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일까? 또한 수능은 정말 터무니없게 쉬운 수능으로 잘못 출제된 것일까?
한마디로 그 모든 비난은 적절치 못하다. 수능이 쉽게 출제되었다지만 고등학교에서 정상적으로 공부한 중위권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쉽지 않은 수준이고, 만점자와 고득점자가 많이 나왔다지만 그 수치는 서울대와 일부 대학, 그리고 그 대학의 합격여부를 판정하는 일부 입시학원에게 불편한 것이지 대다수 학생과 교사들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능이 한창 어렵게 출제될 때 은밀하게 유행하던 수능 족집게 고액과외가 강남 학원가에서 자취를 감추고, 수능 특별 보충수업이 고등학교에서 사라진 것이 사교육비 감소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소수 아이들 유리한 입시구조
사실 이와 같은 의문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쉬운 입시에 대한 비난 일색은 이미 해방이후 50년 동안 서울대와 입시학원이 반복해서 틀어 온 '옛노래'에 불과하다.
"예비고사와 학력고사는 변별력이 떨어지니까 본고사를 강화해야 한다."
"학생부와 내신은 신뢰성이 없으니까 대학별 지필고사를 실시해야 한다."
"고교등급제를 실시하고 해당고교의 서울대 진학률 등을 감안해 비교내신제 적용…"
서울대와 입시학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영어·수학 중심의 본고사, 지필고사의 부활을 노래해왔고,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평균치의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고교 교육과정을 마치고 치르는 선발시험에 대해 딴지를 걸어왔다. 오직 공부(영어와 수학) 잘하는 3% 미만의 소수 아이들이 유리하게 선별될 수 있는 입시구조를 지향해 온 것이다. 그 때문에 서울대의 모든 계열에는 전공에 대한 적성과 특기와는 관계없는 영어와 수학(엄격히 말하면 수학) 인재만이 득실대는 기형적인 대학의 구조를 갖게 되었다.
그 동안 서울대를 비롯한 세칭 명문대들은 '수능 최저 기준'을 적용하여 수능의 기능을 대학서열화에 따른 도구적 입시로 악용해 온 전력이 있다. 그 와중에서 부유층은 재외국민 특례입학 제도를 악용하여 국적세탁을 하는 등 부정입학을 오랫동안 자행하여 왔고, 교육부는 그 부작용을 방치한 채 한술 더 떠 국제전문인력 양성이니 하면서 외국인학교를 전면 개방하려고 법률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입시대란에 가까운 작금의 사태는 현재와 같은 선발형 입시형태가 존재하는 한 근본적으로 해결할 길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쉬운 수능은 아무리 쉬워도 '선발시험'(한줄 세우기)이고 그 선발시험에 입시의 전부를 걸게될 때 변별력 논란은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당분간 과도기적으로 수능은 자격고사 형태로 전환되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선발시험인 수능을 폐지하고 대학별 학과별 특성을 살린 자율적인 '전형'(한줄세우기식이 아닌 심층면접 등 다양한 평가방식을 통한 입학)으로 입시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운 내용은 내신과 학생부로 정리되고, 학력측정은 단위학교에서 졸업고사 형태로 정착시키고, 그 바탕위에서 '전형'이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대학입시가 다양화되고 고등학교 교육이 대학입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2002 대입무시험제가 실패한 것은 그러한 근본적인 변화 없이 수능은 방치한 채 특별전형을 늘리는 등 적당히 입시방법만 다소 바꾸고자하는 행정편의주의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1등급, 4%에서 10% 수준으로
그러므로 수능이 쉽게 출제되어 고득점 인플레를 유발하는 등 혼란스러우므로 수능의 변별력과 난이도를 높이고, 대학별 지필고사를 부활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또한 수능을 9등급으로 등급화 하는 것은 현재의 대학서열화 체제에서 대학선택의 혼란을 막는다는 편리성은 있지만 근본적으로 1등급의 정원(상위4%, 34,000명)이 세칭 일류대의 입학정원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대학서열화의 고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등급 상승의 욕구로 인한 과열 경쟁으로 인해 사교육비가 폭증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1등급의 정원을 최소한 수험생 85만명의 10% 수준인 85,000명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요한 것은 입시의 다양화와 함께 그에 부응하는 중·고교 교육과정의 다양성을 담보하기 위해 현행 6, 7차 교육과정을 즉시 수정 고시하고, 이를 위해 정부와 여당은 대학당국, 교원노조, 학부모를 포함시킨 '교육과정 및 입시제도 개선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여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입시를 OECD 국가들처럼 선발에서 전형으로 바꾸는 일은 기능적인 보완의 문제가 아닌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 선택의 문제가 될 것이다.
한술 더 떠 서울대의 한 입시관계자는 쉬운 수능이 사교육비 해소에 도움이 되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말을 늘어놓았다. 66명의 만점자와 2만명 이상의 고득점자가 나온 이상 수능은 존재가치조차 없다면서 본고사 등 지필고사 부활을 주장하고 나섰다. 어느 언론도 미국의 SAT 등에서는 영역별로 수십명씩 만점자가 나온다는 비교 인용기사를 싣지 않았다.
정말 수능이 쉽게 출제된 것이 입시체제 전반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해석해도 되는 것일까? 수능이 쉬워져도 사교육비 해소와 학교교육 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일까? 또한 수능은 정말 터무니없게 쉬운 수능으로 잘못 출제된 것일까?
한마디로 그 모든 비난은 적절치 못하다. 수능이 쉽게 출제되었다지만 고등학교에서 정상적으로 공부한 중위권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쉽지 않은 수준이고, 만점자와 고득점자가 많이 나왔다지만 그 수치는 서울대와 일부 대학, 그리고 그 대학의 합격여부를 판정하는 일부 입시학원에게 불편한 것이지 대다수 학생과 교사들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능이 한창 어렵게 출제될 때 은밀하게 유행하던 수능 족집게 고액과외가 강남 학원가에서 자취를 감추고, 수능 특별 보충수업이 고등학교에서 사라진 것이 사교육비 감소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소수 아이들 유리한 입시구조
사실 이와 같은 의문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쉬운 입시에 대한 비난 일색은 이미 해방이후 50년 동안 서울대와 입시학원이 반복해서 틀어 온 '옛노래'에 불과하다.
"예비고사와 학력고사는 변별력이 떨어지니까 본고사를 강화해야 한다."
"학생부와 내신은 신뢰성이 없으니까 대학별 지필고사를 실시해야 한다."
"고교등급제를 실시하고 해당고교의 서울대 진학률 등을 감안해 비교내신제 적용…"
서울대와 입시학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영어·수학 중심의 본고사, 지필고사의 부활을 노래해왔고,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평균치의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고교 교육과정을 마치고 치르는 선발시험에 대해 딴지를 걸어왔다. 오직 공부(영어와 수학) 잘하는 3% 미만의 소수 아이들이 유리하게 선별될 수 있는 입시구조를 지향해 온 것이다. 그 때문에 서울대의 모든 계열에는 전공에 대한 적성과 특기와는 관계없는 영어와 수학(엄격히 말하면 수학) 인재만이 득실대는 기형적인 대학의 구조를 갖게 되었다.
그 동안 서울대를 비롯한 세칭 명문대들은 '수능 최저 기준'을 적용하여 수능의 기능을 대학서열화에 따른 도구적 입시로 악용해 온 전력이 있다. 그 와중에서 부유층은 재외국민 특례입학 제도를 악용하여 국적세탁을 하는 등 부정입학을 오랫동안 자행하여 왔고, 교육부는 그 부작용을 방치한 채 한술 더 떠 국제전문인력 양성이니 하면서 외국인학교를 전면 개방하려고 법률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입시대란에 가까운 작금의 사태는 현재와 같은 선발형 입시형태가 존재하는 한 근본적으로 해결할 길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쉬운 수능은 아무리 쉬워도 '선발시험'(한줄 세우기)이고 그 선발시험에 입시의 전부를 걸게될 때 변별력 논란은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당분간 과도기적으로 수능은 자격고사 형태로 전환되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선발시험인 수능을 폐지하고 대학별 학과별 특성을 살린 자율적인 '전형'(한줄세우기식이 아닌 심층면접 등 다양한 평가방식을 통한 입학)으로 입시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운 내용은 내신과 학생부로 정리되고, 학력측정은 단위학교에서 졸업고사 형태로 정착시키고, 그 바탕위에서 '전형'이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대학입시가 다양화되고 고등학교 교육이 대학입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2002 대입무시험제가 실패한 것은 그러한 근본적인 변화 없이 수능은 방치한 채 특별전형을 늘리는 등 적당히 입시방법만 다소 바꾸고자하는 행정편의주의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1등급, 4%에서 10% 수준으로
그러므로 수능이 쉽게 출제되어 고득점 인플레를 유발하는 등 혼란스러우므로 수능의 변별력과 난이도를 높이고, 대학별 지필고사를 부활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또한 수능을 9등급으로 등급화 하는 것은 현재의 대학서열화 체제에서 대학선택의 혼란을 막는다는 편리성은 있지만 근본적으로 1등급의 정원(상위4%, 34,000명)이 세칭 일류대의 입학정원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대학서열화의 고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등급 상승의 욕구로 인한 과열 경쟁으로 인해 사교육비가 폭증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1등급의 정원을 최소한 수험생 85만명의 10% 수준인 85,000명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요한 것은 입시의 다양화와 함께 그에 부응하는 중·고교 교육과정의 다양성을 담보하기 위해 현행 6, 7차 교육과정을 즉시 수정 고시하고, 이를 위해 정부와 여당은 대학당국, 교원노조, 학부모를 포함시킨 '교육과정 및 입시제도 개선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여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입시를 OECD 국가들처럼 선발에서 전형으로 바꾸는 일은 기능적인 보완의 문제가 아닌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 선택의 문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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