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40대 가장은 우울하다. 인간 삶에서 가장 주요한 한 축인 직장에서는 구조조정 칼바람의 첫
번째 타깃이 되어 좌불안석이고, 가정으로 돌아가면 우리사회에서 가장 많은 비용지출을 요구하는
중·고생 자녀들이 버티고 있어 미처 그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볼 겨를이 없이 다시 어깨를 짓누르는
현실이 지속된다.
모 대학병원 정신신경과 의사는 최근 40대 가장들에 대한 위기의식을 조사한 결과 열에 여덟명이 불
면증에 시달리고, 두명이 신경증적인 이상증세 징후를 보인다는 결과를 내놓아 눈길을 끈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의사에게 공감을 표시했다. 그 결과가 우리 사회의 좌표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명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외국인회사에서 부장을 지낸 김 모(45·서울 강남구 도곡동)씨
는 지난해 회사에서 나와 여태껏 쉬고 있다. 그러나 그는 쉬고 있다는 표현에는 화를 버럭 낸다. 하
루하루가 고문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는 약간의 명예퇴직금으로 사업을 할까 생각했으나 그마저 잘못돼 날려버리면 낭패다 싶어 용기
를 내지 못했다. 그에게는 대학 1학년 아들과 고교 2년생의 딸이 있다. 그들은 등록금이다 학원비다
해서 많은 돈을 요구한다. 집안형편이 어렵게 됐다고 해서 학교는 고사하고 학원도 그만둘 수 없는
것이 우리시대 우리사회의 자화상이다. 그는 밤을 새워가며 공부를 하는 딸을 보면서 사회구조가 어
디에서 어떻게 얼마나 잘못 되었길래 나이를 먹든 젊든 국민들을 모질게 고문하는 사회시스템이 도
대체 이해가 안 가고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김씨는 경제에는 나름대로 자부해오던 터라 금년 초 주식을 시작했다. 그러나 자신감이 화근이었다.
명퇴금의 상당부분인 9000만원을 가지고 시작했으나 지금 겨우 1200만원 남짓 남았다. 김씨는 이런저
런 사정으로 불안과 분노로 매일 밤을 뒤챈다고 고백했다. 처녀시절 간호사를 하던 그의 아내는 큰
회사 건물의 청소부로 나서 난생 처음 힘든 일을 시작했지만, 김씨는 말릴 엄두를 못 냈다며 가슴아
파했다.
증권전산원 통계에 따르면, 개미들이 금년에 주식시장에서 날린 돈은 무려 100조에 이른다. 개중에
는 상당한 숫자가 김씨와 같은 처지에서 손실을 보아 그만큼 충격과 상처가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
다. 주식투자 손실로 인한 자살, 강도 행각 등도 잇따라 후유증이 가시화되는 단계에 이르러 있다.
박기명(43·고양시 마두동)씨는 대기업 부장을 하고 있다. 그는 용케도 IMF(국제통화금융) 당시에 살
아남아 운이 좋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박씨는 지금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얼마 전에
는 입이 돌아가는 와사증까지 찾아와 약 열흘동안 치료를 받느라 고생하기도 했다. 의사는 신경과민
이 원인이라며 매사에 편하게 생각하라고 권했으나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어서 박씨는 매일 천근의
무게로 살아가고 있다.
박씨는 “언제 구조조정 바람에 휩쓸릴 지 마음을 가누기조차 어렵다”면서 “정말 한국의 40대는 불
쌍하다”고 스스로에게 연민의 정을 보냈다.
131조의 공적자금, 터졌다 하면 수백억 수천억원의 금융비리. 그렇지만 사건의 진실은 눈꼽만큼도 가
까이 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는 분노가 치민다고 작금에 전개되는 사회 상황을 꼬집었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이런 고통스런 삶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권창출을 위한 말 잔치에 능할 뿐 정책대
안 창출에는 소홀하기 이를 데 없다. 많은 국민들은 정치행태를 보고 억지로 가져 보려고 했던 희망
마저 다시 내려놓게 된다며 원망의 말을 피하려 하지 않는다.
김씨와 박씨는 우리 사회의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지금까지는 건전하게 사회를 떠받쳐온
묵묵한 그들이 이제 무너지고 있다. 그들 중에는 기회만 온다면 한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부
지기수다.
사회학자와 경제학자들은 40대를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인 나이로 꼽고 있다. 상대적으로 돈도 많이
벌고 소비도 많다. 곧이어 전개될 황혼기 준비를 위해 이때 저축도 가장 많이 하게 된다. 그러나 가
장 생산적인 나이, 가장 활동적인 시기여야 할 한국의 40대는 구조조정과 자녀교육에 따른 부담과 얼
룩으로 가장 고통받고 불안하고 쪼들려 우리 사회가 활기와 건강성을 찾지 못하는 중대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벤처 코스닥 등이 사회의 첨병자리를 차지하면서 40대는 오히려 노후화된 대접마저 피할 수 없어 그
들의 상실감과 박탈감은 점점더 커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장래를 걱정하는 학자들은 “한국의 40대를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한국을 떠나려
는 발걸음도 말릴 수 없고, 결국은 한국의 장래도 없다”고 역설하고 있다.
번째 타깃이 되어 좌불안석이고, 가정으로 돌아가면 우리사회에서 가장 많은 비용지출을 요구하는
중·고생 자녀들이 버티고 있어 미처 그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볼 겨를이 없이 다시 어깨를 짓누르는
현실이 지속된다.
모 대학병원 정신신경과 의사는 최근 40대 가장들에 대한 위기의식을 조사한 결과 열에 여덟명이 불
면증에 시달리고, 두명이 신경증적인 이상증세 징후를 보인다는 결과를 내놓아 눈길을 끈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의사에게 공감을 표시했다. 그 결과가 우리 사회의 좌표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명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외국인회사에서 부장을 지낸 김 모(45·서울 강남구 도곡동)씨
는 지난해 회사에서 나와 여태껏 쉬고 있다. 그러나 그는 쉬고 있다는 표현에는 화를 버럭 낸다. 하
루하루가 고문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는 약간의 명예퇴직금으로 사업을 할까 생각했으나 그마저 잘못돼 날려버리면 낭패다 싶어 용기
를 내지 못했다. 그에게는 대학 1학년 아들과 고교 2년생의 딸이 있다. 그들은 등록금이다 학원비다
해서 많은 돈을 요구한다. 집안형편이 어렵게 됐다고 해서 학교는 고사하고 학원도 그만둘 수 없는
것이 우리시대 우리사회의 자화상이다. 그는 밤을 새워가며 공부를 하는 딸을 보면서 사회구조가 어
디에서 어떻게 얼마나 잘못 되었길래 나이를 먹든 젊든 국민들을 모질게 고문하는 사회시스템이 도
대체 이해가 안 가고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김씨는 경제에는 나름대로 자부해오던 터라 금년 초 주식을 시작했다. 그러나 자신감이 화근이었다.
명퇴금의 상당부분인 9000만원을 가지고 시작했으나 지금 겨우 1200만원 남짓 남았다. 김씨는 이런저
런 사정으로 불안과 분노로 매일 밤을 뒤챈다고 고백했다. 처녀시절 간호사를 하던 그의 아내는 큰
회사 건물의 청소부로 나서 난생 처음 힘든 일을 시작했지만, 김씨는 말릴 엄두를 못 냈다며 가슴아
파했다.
증권전산원 통계에 따르면, 개미들이 금년에 주식시장에서 날린 돈은 무려 100조에 이른다. 개중에
는 상당한 숫자가 김씨와 같은 처지에서 손실을 보아 그만큼 충격과 상처가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
다. 주식투자 손실로 인한 자살, 강도 행각 등도 잇따라 후유증이 가시화되는 단계에 이르러 있다.
박기명(43·고양시 마두동)씨는 대기업 부장을 하고 있다. 그는 용케도 IMF(국제통화금융) 당시에 살
아남아 운이 좋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박씨는 지금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얼마 전에
는 입이 돌아가는 와사증까지 찾아와 약 열흘동안 치료를 받느라 고생하기도 했다. 의사는 신경과민
이 원인이라며 매사에 편하게 생각하라고 권했으나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어서 박씨는 매일 천근의
무게로 살아가고 있다.
박씨는 “언제 구조조정 바람에 휩쓸릴 지 마음을 가누기조차 어렵다”면서 “정말 한국의 40대는 불
쌍하다”고 스스로에게 연민의 정을 보냈다.
131조의 공적자금, 터졌다 하면 수백억 수천억원의 금융비리. 그렇지만 사건의 진실은 눈꼽만큼도 가
까이 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는 분노가 치민다고 작금에 전개되는 사회 상황을 꼬집었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이런 고통스런 삶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권창출을 위한 말 잔치에 능할 뿐 정책대
안 창출에는 소홀하기 이를 데 없다. 많은 국민들은 정치행태를 보고 억지로 가져 보려고 했던 희망
마저 다시 내려놓게 된다며 원망의 말을 피하려 하지 않는다.
김씨와 박씨는 우리 사회의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지금까지는 건전하게 사회를 떠받쳐온
묵묵한 그들이 이제 무너지고 있다. 그들 중에는 기회만 온다면 한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부
지기수다.
사회학자와 경제학자들은 40대를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인 나이로 꼽고 있다. 상대적으로 돈도 많이
벌고 소비도 많다. 곧이어 전개될 황혼기 준비를 위해 이때 저축도 가장 많이 하게 된다. 그러나 가
장 생산적인 나이, 가장 활동적인 시기여야 할 한국의 40대는 구조조정과 자녀교육에 따른 부담과 얼
룩으로 가장 고통받고 불안하고 쪼들려 우리 사회가 활기와 건강성을 찾지 못하는 중대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벤처 코스닥 등이 사회의 첨병자리를 차지하면서 40대는 오히려 노후화된 대접마저 피할 수 없어 그
들의 상실감과 박탈감은 점점더 커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장래를 걱정하는 학자들은 “한국의 40대를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한국을 떠나려
는 발걸음도 말릴 수 없고, 결국은 한국의 장래도 없다”고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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