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수권자 대통령님…’
안 병 찬 경원대학교 초빙교수·언론학
오늘 아침도 뉴스의 주류는 여·야의 불화와 대립, 정치인과 공직자의 부정부패에 관한 것이었다. 이른바 ‘한솔게이트’가 사방에 냄새를 뿌리니 여의도 정가가 또다시 술렁인다는 소식이다. 또 총리실이 중앙부처를 암행 감찰하여 적발한 비위내용이 나왔는데 철도청과 건설교통부가 가장 많았다. 여·야 대표가 국회운영을 놓고 벌인 협상은 시각차가 커서 결렬되었다. 여·야는 서민들이 심각하게 체감하는 경제와 민생을 챙기겠다고 말로만 떠들고 있다.
그늘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은 많다. 그중에도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미제 황색 고엽제의 무서운 중독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고통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달 초에도 베트남 참전자 한 사람이 고엽제 후유증을 견디지 못해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마도 미국이 베트남에서 작전명 ‘에이전트 오린지’ 이름으로 공중 살포한 악성 고엽제가 인류에 가한 폐해는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던진 원폭과 방사능이 인류에 가한 폐해에 못지않을 것이다. 한국의 고엽제 피해자들은 ‘통수권자 대통령님과 국민대표 의원님들’을 향해 예산타령 그만하고 “차라리 안락사를 시켜 달라”고 절규하는 비참한 고엽제 환자부터 지원하라고 소리친다.
비참한 고엽제 환자부터 지원하라
인터넷 사이트 ‘고엽제의 분노’는 ‘침묵의 살인마’ 고엽제 중독으로 후유증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의 참혹한 삶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 대전보훈병원에서 찍은 환자들의 모습은 차마 눈으로 보기 힘들다. 썩어가는 피부, 말라비틀어진 육신, 오그라든 발가락과 손가락. 미라인가 사람인가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한다. 살아있으나 죽어 있다.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누가 이들의 인생을 보상할 것인가. 사이트 ‘고엽제의 분노’는 미국 자유의 여신상이 에이전트 오린지 피해자의 목을 매달아 올린 그림을 올리고 고엽제로 죽은 전우의 한을 만가(輓歌)처럼 노래하고 있다.
‘오늘 죽은 전우의 슬픈 한을 들어보소. 국가의 명을 받고 얼룩무늬 바꿔 입고 부산항 출항할 땐 환송인파 가득했다. 전투임무 나갈 적엔 하루 전에 유서 쓰고, 전우 시신 수습할 땐 소리 없이 울었단다. 일년 복무 무사하게 금의환향 했을 적엔, 고을의 군수님이 파월용사 집이라고 대문에 문패 달아 전공을 치하해 주었단다. 결혼생활 십여 년에 남자구실 못하면서, 이름모를 피부병에 병든 몸이 썩어가니, 차라리 죽자하고 이 약 저 약 챙겼건만, 어린새끼 눈망울에 자살조차 못했단다. 애달프고 슬프도다, 오늘 너는 죽었구나. 오늘 죽은 너의 한이 우리들의 한이로세. 통수권자 대통령님 국민대표 의원님들, 예산타령 그만하고 환자부터 구하소서. 어느 누가 군대가서 국가위해 복무하며, 나라가 위급할 때 어느 누가 앞장서랴. 15만원 장제비와 관에 덮인 태극기가 한강의 기적이룬 애국자의 보람인가. 군대 안간 잘난 놈은 높은 자리 앉아있고, 군에 갔다 병신 된 놈은 눈 못 감고 죽는구나. 어허 디여 어허 디여 이 세상에 태어났다, 어허 디여 어허 디여 고통 속에 살다가는, 어허 디여 어허 디여 가슴 속에 깊이깊이, 어허 디여 어허 디여 한을 품고 가는 구나….’
한국고엽제후유의증전우회 소속 피해자는 약 1만7천여 명으로 집계된다. 이들은 5년 전 미국 고엽제 제조회사인 다우케미컬 등 두 곳을 상대로 미국 법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패소해 항소를 진행 중이다.
지금 베트남에서는 최초로 미국 법정에 낸 고엽제 피해보상 청구소송을 지원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3명의 베트남 민간인이 나서서 미국 변호인단의 도움으로 뉴욕 연방법원의 판결을 받게 되어 첫 재판이 10월11일에 열린다.
확산되는 ‘피해보상’ 서명운동
영국-베트남 친선협회장 렌 알디스는 인터넷 청원 사이트(http://www. PetitionOnline.com)를 통해 베트남의 고엽제 피해보상 청구소송을 지원하는 범세계적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렌 알디스는 ‘에이전트 오린지 희생자를 위한 정의(正義)’라는 발문에서 ‘미국대통령과 관련자들에게’ 이렇게 쓰고 있다. “에이전트 오린지는 인간을 죽였고 죽이고 있으며 300만 명 이상의 베트남 사람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다. 우리는 베트남 고엽제희생자협회가 미국 뉴욕법정에 제기한 피해배상 소송의 민간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우리는 미국 대통령, 정부, 제조회사를 피고로 삼아 제조와 생산의 모든 책임을 지고 희생자에게 모든 피해를 보상하도록 촉구한다.”
필자가 일전에 그 취지에 찬동해 서명했을 때 순위는 55만2345번이었다. 미국 법정에 최초로 오른 베트남 측 소송과 미국 법정에 항소하여 계류 중인 한국 측 소송이 합쳐 배타적인 미국 법정에서 어떤 결말을 볼지 관심이 간다.
안 병 찬 경원대학교 초빙교수·언론학
오늘 아침도 뉴스의 주류는 여·야의 불화와 대립, 정치인과 공직자의 부정부패에 관한 것이었다. 이른바 ‘한솔게이트’가 사방에 냄새를 뿌리니 여의도 정가가 또다시 술렁인다는 소식이다. 또 총리실이 중앙부처를 암행 감찰하여 적발한 비위내용이 나왔는데 철도청과 건설교통부가 가장 많았다. 여·야 대표가 국회운영을 놓고 벌인 협상은 시각차가 커서 결렬되었다. 여·야는 서민들이 심각하게 체감하는 경제와 민생을 챙기겠다고 말로만 떠들고 있다.
그늘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은 많다. 그중에도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미제 황색 고엽제의 무서운 중독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고통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달 초에도 베트남 참전자 한 사람이 고엽제 후유증을 견디지 못해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마도 미국이 베트남에서 작전명 ‘에이전트 오린지’ 이름으로 공중 살포한 악성 고엽제가 인류에 가한 폐해는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던진 원폭과 방사능이 인류에 가한 폐해에 못지않을 것이다. 한국의 고엽제 피해자들은 ‘통수권자 대통령님과 국민대표 의원님들’을 향해 예산타령 그만하고 “차라리 안락사를 시켜 달라”고 절규하는 비참한 고엽제 환자부터 지원하라고 소리친다.
비참한 고엽제 환자부터 지원하라
인터넷 사이트 ‘고엽제의 분노’는 ‘침묵의 살인마’ 고엽제 중독으로 후유증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의 참혹한 삶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 대전보훈병원에서 찍은 환자들의 모습은 차마 눈으로 보기 힘들다. 썩어가는 피부, 말라비틀어진 육신, 오그라든 발가락과 손가락. 미라인가 사람인가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한다. 살아있으나 죽어 있다.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누가 이들의 인생을 보상할 것인가. 사이트 ‘고엽제의 분노’는 미국 자유의 여신상이 에이전트 오린지 피해자의 목을 매달아 올린 그림을 올리고 고엽제로 죽은 전우의 한을 만가(輓歌)처럼 노래하고 있다.
‘오늘 죽은 전우의 슬픈 한을 들어보소. 국가의 명을 받고 얼룩무늬 바꿔 입고 부산항 출항할 땐 환송인파 가득했다. 전투임무 나갈 적엔 하루 전에 유서 쓰고, 전우 시신 수습할 땐 소리 없이 울었단다. 일년 복무 무사하게 금의환향 했을 적엔, 고을의 군수님이 파월용사 집이라고 대문에 문패 달아 전공을 치하해 주었단다. 결혼생활 십여 년에 남자구실 못하면서, 이름모를 피부병에 병든 몸이 썩어가니, 차라리 죽자하고 이 약 저 약 챙겼건만, 어린새끼 눈망울에 자살조차 못했단다. 애달프고 슬프도다, 오늘 너는 죽었구나. 오늘 죽은 너의 한이 우리들의 한이로세. 통수권자 대통령님 국민대표 의원님들, 예산타령 그만하고 환자부터 구하소서. 어느 누가 군대가서 국가위해 복무하며, 나라가 위급할 때 어느 누가 앞장서랴. 15만원 장제비와 관에 덮인 태극기가 한강의 기적이룬 애국자의 보람인가. 군대 안간 잘난 놈은 높은 자리 앉아있고, 군에 갔다 병신 된 놈은 눈 못 감고 죽는구나. 어허 디여 어허 디여 이 세상에 태어났다, 어허 디여 어허 디여 고통 속에 살다가는, 어허 디여 어허 디여 가슴 속에 깊이깊이, 어허 디여 어허 디여 한을 품고 가는 구나….’
한국고엽제후유의증전우회 소속 피해자는 약 1만7천여 명으로 집계된다. 이들은 5년 전 미국 고엽제 제조회사인 다우케미컬 등 두 곳을 상대로 미국 법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패소해 항소를 진행 중이다.
지금 베트남에서는 최초로 미국 법정에 낸 고엽제 피해보상 청구소송을 지원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3명의 베트남 민간인이 나서서 미국 변호인단의 도움으로 뉴욕 연방법원의 판결을 받게 되어 첫 재판이 10월11일에 열린다.
확산되는 ‘피해보상’ 서명운동
영국-베트남 친선협회장 렌 알디스는 인터넷 청원 사이트(http://www. PetitionOnline.com)를 통해 베트남의 고엽제 피해보상 청구소송을 지원하는 범세계적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렌 알디스는 ‘에이전트 오린지 희생자를 위한 정의(正義)’라는 발문에서 ‘미국대통령과 관련자들에게’ 이렇게 쓰고 있다. “에이전트 오린지는 인간을 죽였고 죽이고 있으며 300만 명 이상의 베트남 사람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다. 우리는 베트남 고엽제희생자협회가 미국 뉴욕법정에 제기한 피해배상 소송의 민간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우리는 미국 대통령, 정부, 제조회사를 피고로 삼아 제조와 생산의 모든 책임을 지고 희생자에게 모든 피해를 보상하도록 촉구한다.”
필자가 일전에 그 취지에 찬동해 서명했을 때 순위는 55만2345번이었다. 미국 법정에 최초로 오른 베트남 측 소송과 미국 법정에 항소하여 계류 중인 한국 측 소송이 합쳐 배타적인 미국 법정에서 어떤 결말을 볼지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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