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현장체험-일하는 사람 속으로 들어가다] 서울시 장애인 콜택시 운전봉사자

“희망과 재활을 꿈꾸며 달린다”

지역내일 2004-08-24 (수정 2004-08-24 오후 3:26:21)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장애인 콜택시는 처음이다보니 아무리 현장체험도 중요하지만 길을 잘 몰라 한동안 헤맬 것 같았다. 또 장애인들을 돕는다고 하다가 오히려 불편하게 하는건 아닌지....
걱정은 다행히도 기우였다. 재작년 12월말부터 장애인 콜택시를 운행했다는 운전봉사자 이준호(57)씨가 옆에 딱 붙어 현장체험을 도와줬다. 장애인 콜택시는 서울시설관리공단 소속으로 운전자는 말 그대로 ‘운전봉사자’다.
서울시로부터 매월 95만원을 지원받고 운행수익금은 운전자가 관리한다. 그러나 월 평균 76만원 정도인 운행수익금에서 휴대전화요금 차량정비비 등 차량 유지관리비로 써야 한다.
지난 19일 오전 11시. 운전봉사자 이씨를 청량리 역에서 만나 스타렉스를 개조한 장애인 콜택시에 올라탔다. 10분쯤 지났을까 콜이 들어왔다. 중증장애 1급 윤현정(41)씨였다.
“승차감이 좋은 데다 운전사들 서비스도 최고입니다”
수유동에 있는 한일병원에서 미아리 한의원까지 장애인 콜택시를 매번 이용한다는 윤씨는 장애인 콜택시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윤씨가 휠체어에 탄 채 리프트에 오르자 운전봉사자 이준호씨가 조심스럽게 버튼작동법을 알려줬다. 윤씨가 탄 리프트를 택시 안으로 들어올렸다. 덜컹거림은 거의 없었다.
휠체어가 택시 안으로 완전히 들어온 뒤에는 4개의 안전띠로 휠체어를 고정시켰다. 또 휠체어에 탄 윤씨의 몸을 감싸는 안전띠도 별도로 착용시켰다. 하이루프(High Roof)라고 불리는 콜택시 천장은 장애인이 울퉁불퉁한 길을 지날 때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여유공간이다.
운전 봉사자 이씨는 “하이루프가 날아간 택시가 한 4대 정도 될 겁니다. 높이 조절을 잘 못해 뚜껑이 날아간 것이지요”라며 웃었다.
수유동에서 미아리까지 짧은 거리였지만 택시에 탄 윤씨와 휠체어의 흔들림은 거의 없었다. 출발과 정지도 미끄러지듯 부드러웠다.
한의원에 도착한 윤씨는 “장애인도 원하는 곳을 맘놓고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없이 좋다”며 “안전문제 때문인지 안전벨트가 몸에 꽉끼어 약간 불편한 것 외는 다른 불편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12시30분쯤 국립재활원에서 집까지 간다고 ‘콜’ 이 들어왔다. 택시를 탄 사람은 김성복(49)씨다. 김씨는 아이엠에프 당시 신용장을 받고도 부도났다. 그 충격으로 뇌졸중을 일으켰다. 김씨는 상계동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였다. 그래서 충격이 더 컸을까. 이제는 말도 하기 싫어한다. 이동중 한마디도 하지 않던 그가 대뜸 “내려다 보고 살아야지 위를 보고 살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후 2시 서울 길음동에 사는 최수만(45)씨를 간병하고 있는 이영숙(40)씨는 방학동 사거리에서 도봉소방서까지 가는 동안 “장애인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도움이 조금 필요한 이웃일 뿐입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사회가 장애인도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해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병인 이씨는 최씨에 대해 “결혼 4년만에 쓰러졌어요. 아이엠에프 당시 사업실패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쓰러졌는데 가족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습니다”라고 귀띔했다. 그나마 최씨는 보험에 들어 다행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동중 운전봉사자 이준호씨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씨는 “희망과 재활을 꿈꾸며 달린다”고 말했다. 일반 택시기사에게 100만원을 주고 지리를 익혔다. 태권도 9단에 국제심판자격증까지 있다. 인명구조· 보일러·응급처치사 자격증도 있다. 운전 봉사자가 되기 위해 담배도 끊었다.
부창부수(夫唱婦隨)인지 부인도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들 부부가 자격증을 딴 이유는 2년 후 고향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4일 일하고 하루 쉬는 날에는 휠체어 고쳐주고, 바퀴에 바람넣어주고, 아는 장애인 집에 찾아가 구석구석 청소해주고, 문짝도 고쳐준다.
“탑승자 중 돈없다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또 장애인을 업다가 다친 사람도 더러 있어요. 체력도 중요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 예비 장애인이므로 이들을 식구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도봉소방서에서 콜을 받아 수유동으로 다시 이동했다. 답십리 청솔 우성아파트에서 김승익(40)씨를 태웠다. 김씨는 교통사고를 당한 뒤 2년간 꼼짝없이 누워 있다가 새로운 삶에 희망을 갖기 위해 지난 95년부터 컴퓨터 공부를 시작했다. 밤새 노력한 끝에 지난해 6월 자신과 같은 장애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장애인 컴퓨터교실 강사 자리를 얻었다. 그는 “자기가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즐거운 하루, 기분좋은 세상은 본인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체험 뒷이야기
장애인 콜택시 이용 1588-4388

장애인 콜택시 이용자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1·2급 중증 장애인 7만5000명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 장애인에 한해서 24시간 전 콜을 하면 예약도 가능하다. 이용시간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요금은 일반택시의 40% 수준이다. 기본요금 5km까지 1600원(일반택시 2km)추가요금은 420m 당 100원(일반택시 168m)씩 올라간다. 시외는 왕복요금(톨케이트 비용 포함), 대기시간은 1시간 이내이며 미터 요금으로 계산해야 한다. 지난해 이용자는 모두 18만3383명이다. 올해는 7월 말 현재 13만3449명이 이용했다.
지난해 3월부터 서울시에서 유류비를 전액지원한다. 운전자 상해보험도 서울시에서 가입했다. 차량내에 서울상세지도 및 응급용 대소변기가 비치돼 있다. 지난 2002년 12월16일 발대식을 갖고 지난해 1월1일부터 100대가 정식 운행을 시작했다. 이용전화는 1588-4388번으로 하면 된다.

/김병량 기자 brkim@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