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고 싶다.’ 설레임속에 맞은 21세기 첫해를 마감하는 중산층과 30·40대의 마음을 집약
한 표현이다.
이들 한국 혐오층은 이미 이 사회에 대한 절망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한국 탈출’, 그것은 80년대
반독재운동을 경험한 층의 또다른 반체제운동으로 불리고 있다.
80년대 후반기부터 감소세를 보이던 이민자 수는 IMF 충격을 겪었던 98년과 올해 다시 증가 추
세로 반전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지난해 1만2655명에 비해 18.5%가 늘어난 1만5000명(추정치)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미국을 제치고 캐나다로 이민 러시가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한국으로 되돌아오는 역이민자 수의 비율은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이민자 대비 귀환이주
및 이주포기자 수는 97년 50%대에서 98년 37.1%, 99년 37.9%로 감소하더니 올해에는 31.2%에 머
무르고 있다. 돌아오는 사람보다 한국을 떠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올해 한국 탈출현상은 98년 IMF 충격 때와 비교해도 양상이 심각하다. 98년 12%이던 이민자 증
가세는 올해 18.5%로 늘어났으며, 역이민자 비율은 98년 37.1%에서 31.2%로 하락했다. 이민알선
업체의 한 관계자는 “98년은 훨씬 큰 위기를 맞았지만 극복의지를 가졌던 반면 올해는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것같다”고 진단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중산층과 30·40대가 이민을 주도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
하고 있다. 고려이주개발공사 손경문 부장은 “90년대 이전은 부유층과 하류층이 한국을 떠났지만
요즘은 중산층이 본격적으로 이민의 주류로 등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민 알선업체들은 최근 이민가는 사람의 평균적인 모습을 ‘중학생 자녀를 둔 부장급의 40세 중
산층’으로 그리고 있다. 연령과 직급을 고려할 때 이들은 입시지옥을 앞둔 자녀를 두고, 부장에
서 이사 진급을 앞두고 미래가 지극히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
이들의 불안감과 사회적 위치는 캐나다 이민러시로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는 이민심사에서 점수제
를 도입, △고학력자 △하이테크 기술자 △44세 미만의 젊은 층을 우대하고 있다. 캐나다 이민은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을 제친데 이어 올 9월까지 6980명이 나가, 미국의 두배에 이르렀다.
국내은행에서 부장으로 일하는 홍 모(49)씨는 이미 호주에서 유학중인 자녀들 때문에 캐나다 이민
을 결정했다. 불안정한 직장을 다니는 홍씨는 “한창 일할 나이지만 내가 희생되더라도 애들에게
주입식과 점수 위주의 한국의 열악한 교육여건을 물려주지는 않겠다”며 “공교육도 붕괴됐고 사
교육비는 엄청나다”고 떠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을 떠나게 하는 이유로는 교육문제뿐만 아니라 정치불신과 사회불안정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손경문 부장은 “이민상담을 하다보면 예외없이 정치환멸을 터놓는다. 9시 뉴스를 보다가 결정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캐나다로 기업이민을 떠나는 정 모(40)씨는 “대구에서 애완용 개사료 대리점을 했는데 서울 출신
이라 연고가 없어 경쟁에서 애를 먹었다. 지역색 때문에 사업환경이 결정되는 이런 풍토에서 일하
고싶지 않다”고 했다. 미국으로 간다는 엔지니어 이 모(48)씨는 “국민의 정부라면서 정치싸움만
벌이니 솔직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올해 이민 증가세는 열악한 교육여건과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한 좌절감에서 비롯되고
있다. 과거 일자리를 찾아 떠난 ‘생계형 이민’과는 다른 ‘한국 혐오형 이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것이 21세기 첫해를 맞은 한국의 자화상이다.
유학송금 5만달러까지 … ‘아버지 고아’ 늘듯
내년 한국 탈출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열악한 교육환경과 정치·사회 불안정
이 조기에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민의 제반 여건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민의 선행지수로 불리우는 조기유학이 급증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는 1월 1일부터 외환자유화조치가 시행돼 유학생들 송금제한이 연간 1만달러에서 5만달로로 상
향조정된다. 올해까지 사실상 편법 유학을 정상화하는 조치라서 조기유학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
다. 서울 강남에는 유학알선기관을 찾는 학부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통 조기유학이 이민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다반사다. 자녀와 어머니를 먼저 보내고 1∼2년 뒤에
아버지가 따라가는 경우로, ‘아버지 고아’라고 불린다. 홀로 사는 ‘아버지 고아’는 아파트를
월세로 내주고 강남의 원룸에서 사는 생활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
한 표현이다.
이들 한국 혐오층은 이미 이 사회에 대한 절망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한국 탈출’, 그것은 80년대
반독재운동을 경험한 층의 또다른 반체제운동으로 불리고 있다.
80년대 후반기부터 감소세를 보이던 이민자 수는 IMF 충격을 겪었던 98년과 올해 다시 증가 추
세로 반전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지난해 1만2655명에 비해 18.5%가 늘어난 1만5000명(추정치)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미국을 제치고 캐나다로 이민 러시가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한국으로 되돌아오는 역이민자 수의 비율은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이민자 대비 귀환이주
및 이주포기자 수는 97년 50%대에서 98년 37.1%, 99년 37.9%로 감소하더니 올해에는 31.2%에 머
무르고 있다. 돌아오는 사람보다 한국을 떠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올해 한국 탈출현상은 98년 IMF 충격 때와 비교해도 양상이 심각하다. 98년 12%이던 이민자 증
가세는 올해 18.5%로 늘어났으며, 역이민자 비율은 98년 37.1%에서 31.2%로 하락했다. 이민알선
업체의 한 관계자는 “98년은 훨씬 큰 위기를 맞았지만 극복의지를 가졌던 반면 올해는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것같다”고 진단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중산층과 30·40대가 이민을 주도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
하고 있다. 고려이주개발공사 손경문 부장은 “90년대 이전은 부유층과 하류층이 한국을 떠났지만
요즘은 중산층이 본격적으로 이민의 주류로 등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민 알선업체들은 최근 이민가는 사람의 평균적인 모습을 ‘중학생 자녀를 둔 부장급의 40세 중
산층’으로 그리고 있다. 연령과 직급을 고려할 때 이들은 입시지옥을 앞둔 자녀를 두고, 부장에
서 이사 진급을 앞두고 미래가 지극히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
이들의 불안감과 사회적 위치는 캐나다 이민러시로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는 이민심사에서 점수제
를 도입, △고학력자 △하이테크 기술자 △44세 미만의 젊은 층을 우대하고 있다. 캐나다 이민은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을 제친데 이어 올 9월까지 6980명이 나가, 미국의 두배에 이르렀다.
국내은행에서 부장으로 일하는 홍 모(49)씨는 이미 호주에서 유학중인 자녀들 때문에 캐나다 이민
을 결정했다. 불안정한 직장을 다니는 홍씨는 “한창 일할 나이지만 내가 희생되더라도 애들에게
주입식과 점수 위주의 한국의 열악한 교육여건을 물려주지는 않겠다”며 “공교육도 붕괴됐고 사
교육비는 엄청나다”고 떠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을 떠나게 하는 이유로는 교육문제뿐만 아니라 정치불신과 사회불안정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손경문 부장은 “이민상담을 하다보면 예외없이 정치환멸을 터놓는다. 9시 뉴스를 보다가 결정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캐나다로 기업이민을 떠나는 정 모(40)씨는 “대구에서 애완용 개사료 대리점을 했는데 서울 출신
이라 연고가 없어 경쟁에서 애를 먹었다. 지역색 때문에 사업환경이 결정되는 이런 풍토에서 일하
고싶지 않다”고 했다. 미국으로 간다는 엔지니어 이 모(48)씨는 “국민의 정부라면서 정치싸움만
벌이니 솔직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올해 이민 증가세는 열악한 교육여건과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한 좌절감에서 비롯되고
있다. 과거 일자리를 찾아 떠난 ‘생계형 이민’과는 다른 ‘한국 혐오형 이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것이 21세기 첫해를 맞은 한국의 자화상이다.
유학송금 5만달러까지 … ‘아버지 고아’ 늘듯
내년 한국 탈출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열악한 교육환경과 정치·사회 불안정
이 조기에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민의 제반 여건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민의 선행지수로 불리우는 조기유학이 급증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는 1월 1일부터 외환자유화조치가 시행돼 유학생들 송금제한이 연간 1만달러에서 5만달로로 상
향조정된다. 올해까지 사실상 편법 유학을 정상화하는 조치라서 조기유학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
다. 서울 강남에는 유학알선기관을 찾는 학부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통 조기유학이 이민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다반사다. 자녀와 어머니를 먼저 보내고 1∼2년 뒤에
아버지가 따라가는 경우로, ‘아버지 고아’라고 불린다. 홀로 사는 ‘아버지 고아’는 아파트를
월세로 내주고 강남의 원룸에서 사는 생활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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