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은행장들이 합병을 발표하자 오히려 심정이 담담해졌다. 올 것이 왔기 때문에 이젠 싸
우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경기도 일산 국민은행연수원 입구에서 출입자를 통제하고 있는 전국금융산업노조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21일 저녁부터 26일 현재까지 연수원을 떠나지 않은 국민·주택은행 노조원들은 1만5000여명.
파업 첫째날 은행 쪽에서 파악한 결근자만 해도 1만4425명(국민 7992명·노조원 대비 90.3%, 주택
6433명·노조원 대비 88.7%)이었다.
10명 중 최소한 9명은 잘릴 것을 각오하고 파업에 나섰다. 국민은행 박 모(39·서여의도지점) 대리
는 “합병돼서 잘리나, 파업해서 잘리나 잘리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본다”며 “죽기 아니면 까무러
치기라는 심정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 공권력 투입돼도 파업은 계속 = 파업 당일이었던 22일 오후 국민·주택은행장의 합병 발표를 전
해들은 은행원들은 경악했다. 노사정위원회 합의사항까지 묵살됐기 때문이다.
노사정위는 이날 새벽 합병 문제와 관련해 ‘7·11 노정합의 정신을 존중하여 노사간의 자율적인
협의에 맡긴다’고 결론 내렸었다.
그러나 김상훈·김정태 행장은 합병 발표 전 노조와 협의하지 않았다.
행장들은 “합병해도 자연감소 말고는 인원감축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이를 믿는 은행원들은 파업
현장에서 한 명도 만날 수 없었다. 주택은행 김 모(35·종로지점) 대리는 “행장들이 합병 발표 때
‘굳이 필요하다면 명예퇴직 등의 형태로 처리하겠다’는 단서조항을 붙인 것은 자르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며 “합병되면 최소한 30% 이상의 인원이 잘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용불안감은 노동관계법을 무시한 파업으로 나타났다. 한국통신처럼 은행도 필수공익사업장이어서
노동위원회의 특별조정을 거쳐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검찰은 23일 불법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금융노조 이용득 위원장, 김기준 수석부위원장, 김동만 상
황실장, 김철홍 주택은행노조 위원장, 이경수 국민은행노조 위원장 등 10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
했다. 경찰은 파업 농성장 주변에 2000∼3000명 가량의 병력을 배치하고, 23일 오후 진입하기도 하
는 등 압박을 가했다. 경찰헬기까지 동원돼 공중에서 파업 현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정부는 25일 오전 긴급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갖고 국민·주택은행 노조원들의 파업 농성과 관련 “
공권력 투입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최종 입장을 정리했지만, 노조 쪽은 “공권력을 투입하면
제2, 제3의 장소에서 파업을 계속한다”는 입장에서 요지부동이다.
◇ 파업 장기화 가능성 배제 못해 = 두 은행장은 25일 “26일 업무 개시 전까지 복귀하는 직원들은
징계하지 않겠다”며 파업 노조원을 상대로 업무 복귀를 종용하고 있다.
파업에 따른 업무 마비현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파업에 들어가자 다른 은
행과의 어음교환결제나 자금이체 등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날 아예 셔터 문을 내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6일부터 29개를, 주택은행은 59개의 거점점포를 운영하면서 이용
고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평소 운영되던 512개소, 533개소 등과 비교해보면 턱없이 부
족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 내부에서는 ‘두 은행을 6개월간 영업정지 시키자’는 안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
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두 은행의 업무가 마비되면 금융당국이나 은행을 상대로 ‘책임론’이 대두
될 것으로 보여 “영업정지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이번 파업에 고용불안을 느낀 중간관리자(차장·팀장)는 물론 상당수의 지점장들이 사실상 동참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고용불안에 따른 진통이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
이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금융노조 쪽은 “대등합병의 형태였던 서울·신탁은행이나 상업·한일은행 등이 내부 주도권 다툼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처럼 국민·주택은행의 합병도 그런 꼴이 나기 십상”이라
며 “고용불안 뿐만 아니라 합병은행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 때문에 파업 동력이 강력하다는 사
실을 금융당국자들이 인식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이강연 기자 lkyym@naeil.com
우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경기도 일산 국민은행연수원 입구에서 출입자를 통제하고 있는 전국금융산업노조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21일 저녁부터 26일 현재까지 연수원을 떠나지 않은 국민·주택은행 노조원들은 1만5000여명.
파업 첫째날 은행 쪽에서 파악한 결근자만 해도 1만4425명(국민 7992명·노조원 대비 90.3%, 주택
6433명·노조원 대비 88.7%)이었다.
10명 중 최소한 9명은 잘릴 것을 각오하고 파업에 나섰다. 국민은행 박 모(39·서여의도지점) 대리
는 “합병돼서 잘리나, 파업해서 잘리나 잘리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본다”며 “죽기 아니면 까무러
치기라는 심정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 공권력 투입돼도 파업은 계속 = 파업 당일이었던 22일 오후 국민·주택은행장의 합병 발표를 전
해들은 은행원들은 경악했다. 노사정위원회 합의사항까지 묵살됐기 때문이다.
노사정위는 이날 새벽 합병 문제와 관련해 ‘7·11 노정합의 정신을 존중하여 노사간의 자율적인
협의에 맡긴다’고 결론 내렸었다.
그러나 김상훈·김정태 행장은 합병 발표 전 노조와 협의하지 않았다.
행장들은 “합병해도 자연감소 말고는 인원감축은 없다”고 선언했지만 이를 믿는 은행원들은 파업
현장에서 한 명도 만날 수 없었다. 주택은행 김 모(35·종로지점) 대리는 “행장들이 합병 발표 때
‘굳이 필요하다면 명예퇴직 등의 형태로 처리하겠다’는 단서조항을 붙인 것은 자르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며 “합병되면 최소한 30% 이상의 인원이 잘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용불안감은 노동관계법을 무시한 파업으로 나타났다. 한국통신처럼 은행도 필수공익사업장이어서
노동위원회의 특별조정을 거쳐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검찰은 23일 불법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금융노조 이용득 위원장, 김기준 수석부위원장, 김동만 상
황실장, 김철홍 주택은행노조 위원장, 이경수 국민은행노조 위원장 등 10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
했다. 경찰은 파업 농성장 주변에 2000∼3000명 가량의 병력을 배치하고, 23일 오후 진입하기도 하
는 등 압박을 가했다. 경찰헬기까지 동원돼 공중에서 파업 현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정부는 25일 오전 긴급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갖고 국민·주택은행 노조원들의 파업 농성과 관련 “
공권력 투입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최종 입장을 정리했지만, 노조 쪽은 “공권력을 투입하면
제2, 제3의 장소에서 파업을 계속한다”는 입장에서 요지부동이다.
◇ 파업 장기화 가능성 배제 못해 = 두 은행장은 25일 “26일 업무 개시 전까지 복귀하는 직원들은
징계하지 않겠다”며 파업 노조원을 상대로 업무 복귀를 종용하고 있다.
파업에 따른 업무 마비현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파업에 들어가자 다른 은
행과의 어음교환결제나 자금이체 등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날 아예 셔터 문을 내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6일부터 29개를, 주택은행은 59개의 거점점포를 운영하면서 이용
고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평소 운영되던 512개소, 533개소 등과 비교해보면 턱없이 부
족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 내부에서는 ‘두 은행을 6개월간 영업정지 시키자’는 안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
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두 은행의 업무가 마비되면 금융당국이나 은행을 상대로 ‘책임론’이 대두
될 것으로 보여 “영업정지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이번 파업에 고용불안을 느낀 중간관리자(차장·팀장)는 물론 상당수의 지점장들이 사실상 동참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고용불안에 따른 진통이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
이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금융노조 쪽은 “대등합병의 형태였던 서울·신탁은행이나 상업·한일은행 등이 내부 주도권 다툼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처럼 국민·주택은행의 합병도 그런 꼴이 나기 십상”이라
며 “고용불안 뿐만 아니라 합병은행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 때문에 파업 동력이 강력하다는 사
실을 금융당국자들이 인식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이강연 기자 lkyym@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