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김옥자 씨(55세. 가능동 거주)

스스로 건강해야 남을 사랑한다

지역내일 2000-12-23
살아가는 이야기: 김옥자 씨(55세. 가능동 거주)
주제- 스스로 건강해야 남을 사랑한다
부제- 단돈 4000원으로 시작한 신혼 때 밤마다 울었죠

나이보다 젊게 보인다는 말은 비단 얼굴만을 보고 하는 말은 아니다. 생각이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쓴다. 50대 중반에 들어선 김옥자 씨(55세. 가능동 거주)에게 그와 같은 표현은 딱 적절하다.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만큼 건강함과 밝은 모습을 지니고 있다. 좀처럼 고생은 하나도 해보지 않았을 법한 고운 모습이다.
두 자녀를 다 키울 때까지 15년여 동안 직장생활을 했다. 막상 그 일을 그만두고 보니 집에서 살림하는 것만으론 공허함이 느껴졌다고 한다. 늦기 전에 이것저것 배워 두겠노라는 생각으로, 4년전에 운전면허를 따고, 한창 지점토 공예가 유행할 즈음에는 솜씨날 만큼 지점토를 배워두기도 했다. 요즘은 하루건너 한번씩 수영을 하면서 건강을 다지고 있다.
"스스로 건강하지 않고는 남을 사랑할 수 없죠."
올해 초부터 시청 사회복지과를 통해 자원 봉사 교육을 받고 김옥자씨는 월1회 독거 노인을 위한 목욕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시청에서 지정한 목욕탕을 이용해 대여섯 명의 무의탁노인들의 목욕을 돕고 있다.
"사회봉사자들 중에서 제일 연장자일 거예요. 노인들 목욕 도우미로는 젊은 학생 봉사자들보다 노인들이 더 편해 하겠죠."
결혼 초 단돈 4000원으로 시작한 신혼 시기에 밤마다 울어야 했다는 김옥자씨는 이제 두 아들을 다 키우고 해서, 그리 큰 걱정거리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어려울 적에 몸에 붙은 부지런한 근성이 쉴새없이 자신을 위해 그리고 이웃을 위해 일하게 한다.
" 거창한 봉사보다 독거 노인들에게는 말벗이 되어 주는 게 더 필요해요."
가끔 무료라는 말에 일반인도 와서 목욕을 시켜달라고 한다. 그럴 때는 냉큼 거절을 못한다. 몸이 불편한 분들을 기꺼이 차로 모셔와 깨끗이 닦아주고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어깨에 힘이 다시 채워지는걸 느끼며 이런 게 보람이구나 싶다.
"시력이 좀더 좋으면 십자수도 배워 예쁜 장식품을 만들고 싶고, 일손이 부족한 이동 목욕 차에서 일해보고 싶어요."
지정된 목욕탕까지 오기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시가 운영하는 이동 목욕차가 주 1회 운행을 하고 있다.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도 더 든다.
이야기를 마치며 "배우는 일은 쉬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운전면허를 땄을 때 가장 기뻤단다.
'젊은이는 얼굴 모양이, 노인은 마음씨가 아름답다.' 는 스웨덴의 속담처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깊이 조각해 가는 노숙의 지혜가 나이 듦의 부정적 이미지를 모두 씻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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