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일기- 콩이의 하루

지역내일 2000-12-23
주부일기
콩이의 하루

"엄마 앙~"이렇게 콩이의 하루는 시작된다.
"콩이 안녕, 잘 잤니?"하면, 콩이는 "엄마 안녕, 잘 잤니"라며 앵무새마냥 따라 흉내낸다.
엄마랑 '아침 뽀뽀'를 하고 나서 같이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식사 준비를 하면서 콩이는 보글보글 끓는 찌개의 뚜껑를 열어 봐야 하고, 구운 생선에 젓가락을 한번이라도 대봐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하게라도 하면 앙~ 하고 무지 떼를 쓴다.
이제 식사시간. 된장찌개에 들어있는 호박이랑 두부를 건져먹고, 좋아하는 우엉조림도 포크로 콕 집어 오물오물 참 예쁘게도 먹는다.
그러다 먹기 싫으면 이 반찬 저 반찬 막 밥 위에 올려놓고 비빔밥을 만들기 시작한다.
두 돐이 지나면서부터 우리 콩이는 제1의 반항기를 맞고 있다.
콩이가 어떤 일을 하려 할 때 엄마가 설명을 해주고 나서 "우리 이렇게 하자"라고 하면, "싫어"라고 말하거나 "혼자 할거야"라거나, "내꺼야"라고 분명히 자기 목소리를 낸다.
때로는 회초리를 들고 야단을 쳐보기도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음을 깨닫는다.
'시간이 흘러야 좀 더 나아지겠지'라고 자위하며 지낸다.
요즘은 친구 집에 가서 본 '캐빈 자동차' 때문에 한바탕 소동을 벌여야 했다. 그 후 콩이는 엄마, 아빠가 거금을 들여 마련해 준 노란 자동차 운전 재미에 푹 빠져있다.
좀 더 빠른 스피드를 즐기고 싶을 때면 아가 꼬꼬리 (코끼리) 차를 타기도 한다.
두 발로 깡충깡충 뜀박질도 하고, 전화벨이 울리면 제일 먼저 달려가서 전화를 받아야 하고, 또 비디오 테이프를 뽑아 내놓고 그 자리에 조그만 장난감을 집어넣는 등 자기 중심적이거나 심한 개구쟁이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렇게도 규칙적이던 잠버릇까지 완전히 뒤바뀌어 "자자"라고 하기만 하면 벌떡 일어나서 울어댄다. 밤마다 자가용(?)으로 드라이브 하며 재우다가, 이것도 효과가 없어져 「누워서 책 읽어줄게」 하면서 재우려고 시도한다. 종국에는 열 권이상 책을 읽어줘야 겨우 잠들게 돼 여간 고역이 아니다.
정말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콩이가 꼬옥 잠들고 나서야 늦은 휴식시간을 갖게 된다.
잠든 아이 얼굴을 쳐다보며 '이렇게 천사같은 아이가 낮에는 악마가 된다니까'라고 중얼거리는데, 그러면서도 이게 바로 사는 재미가 아닌가 싶다.
늦게 결혼해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 포기해 버린 그 시점에 우리랑 인연이 닿은 아이.
콩이가 우리 곁에 있음으로 인해 엄마 아빠가 되었고, 아이를 통해 우리는 새롭게 세상을 배우고 있다.
'나밖에 모르던 내'가 아이를 먼저 배려하고 생명에 대한 경이감을 배운다.
조그만 갓난아이가 뒤집고, 기고, 앉고, 그러더니 드디어 서서 조그만 사람이 되어 그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다.
엄마의 눈이 바로 세상을 보는 아이의 눈이기도 하리라.
맑고 고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키우고 싶다.


용현동 종수 엄마 quongp@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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