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카페 - '퓨전' <364호/문화>

'차 마시고 노래하고 관객들 박수도 받고'

지역내일 2000-12-19
문을 연 지 석 달 남짓, 겉에서 보기엔 얼큰한 동동주를 팔거나 그저 그런 카페 중 하나로 보이지만 실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따뜻하고 깔끔한 40평 규모의 밝은 공간 하나가 손님을 맞이한다.
이곳에선 관객과 무대 주인공이 따로 없다. 술을 마시다가 혹은 커피 한잔의 향기를 음미하다가 노래를 부르고 싶어지면 앞에 있는 무대로 나가 즉석 노래를 할 수 있다.
즉, 모든 이의 추억이 되살아오는 곳이자 모든 이의 참여공간이 되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벤트 바(Event Bar).
말 그대로 여러 가지 이벤트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뜻하는 이곳, '퓨전'.
아이의 생일날에 아빠가 노래를 불러줄 수도 있고, 결혼기념일에 아내에게 기억에 남는 이벤트를 열어줄 수도 있다. 또한 어릴 적 친했던 동창들과 오랜만에 만나 기념파티를 여는 것은 어떤가.
별도로 장소를 대여할 수도 있고 다른 손님들과 함께 즉석 모임의 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 장소 대여비는 따로 받지 않는다. 모두가 공감하고 손뼉 칠 수 있으면 족하다.
또한 한쪽엔 전용선을 깔아놓은 컴퓨터가 있어 이곳에서 차를 마시다 근처 매운탕집을 찾아 이동할 수도 있고,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무료한 시간을 달랠 수도 있다.
문석빈 사장(39)은 이 장소를 열게 된 취지에 대해 망설임 없이 '순수의 부재'라고 말했다.
자신이 386세대인 그는 요즘 어디를 가도 음악뿐만 아니라 비슷한 느낌,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순수함이 사라지고 열정이 자취를 감춘 곳엔 불신과 계산된 관계만이 들어찬다는 것.
그는 사사롭게 얽힌 관계를 떠나 함께 노래 부르고 들어줄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들고 싶어 7년간 살아온 일산에 작은 터를 마련했다. 내부 인테리어도 손수 만들다 보니, 그만큼 애착도 많이 간다는 그는 요즘 들어 부쩍 경기가 좋지 않음을 '퓨전'을 통해 피부로 느낀다.
손님이 원하거나 가끔 추억이 살아날 때면 통기타를 들고 자신도 무대에 선다는 그는 깔끔한 외모만큼이나 노래실력도 수준급.
자신처럼 70-80년대의 팝송이나 발라드 곡을 즐길 줄 아는 아마추어 가수들이 노래 연습도 하고 쉴 수도 있는 장소가 되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인다.
비나 눈이라도 내리는 날엔 지난 첫사랑을 떠올리며 노래 한 곡을 부를 수 있는 곳이 일산에 있어 편안하다. 무대 뒷벽에 'For you, stage' 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곳이다.
퓨전커피 4천원, 자스민차 3천원, 생과일주스 5천원, 하이트맥주 4천원, 조니워커 블랙(500ml) 9만원, 칵테일 5-6천원, 와인 2-3만원이며 과일까지 5-6종의 모듬안주가 담겨 나오는 퓨전안주가 1만5천원이다. 초가집 맞은편에 있다. (문의: 907-9774)
이영란 리포터 dazzle77@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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