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계 고등학교가 위기를 맞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직업교육은 끝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소위 유명 실업계 학교 중에서 일반계 학교로 전환을 했거나 서두르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몇몇 학교들이 특성화된 직업교육으로 발길을 돌렸던 학생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력시장의 변화를 잘 파악해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편집자 주
전국 대부분의 실업계 고교가 매년 학생 모집난을 겪는 등 직업교육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특성화교육으로 위기를 극복한 학교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들 학교들은 단순히 학생모집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중학교 내신성적이 높은 소위 우수학생들이 입학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조리과학고 = 경기도 시흥시와 광명시 그리고 서울 오류동이 만나는 경계선상에 있는 한국조리과학고. 1999년 개교한 이 학교에는 640명에 이르는 미래의 ‘조리 명인’들이 평균 4∼5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재학 중이다.
이 학교는 학생선발과정에서부터 조리 분야에 확고한 소신을 가진 학생이 아니면 입학 자체가 힘들게 돼 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5대 과목의 중학교 성적 점수뿐 아니라 직접 면접과 간접면접이라 불리는 목적의식 평가와 적성검사까지 통과해야 입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학교에 입학하고 있는 학생들의 중학교 내신성적은 각 학교 상위 20% 이내에 들어 있을 정도로 우수하다.
이 학교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전공 교과에 모든 수업과 교육이 철저히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또 유일한 전공과목인 ‘조리교육’이 철저하게 현장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조리과학고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문은 외국어 교육. 특히 영어의 경우 일반 실업계고 학생들이 8단위를 공부하는데 반해 조리과학고 학생들은 무려 20단위를 공부한다.
이에 대해 김성호 교감은 “업종 특성상 요리사는 외국인과의 접촉할 기회가 많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요리법이 영어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졸업할 때쯤 되면 간단한 회화는 물론 요리법을 영어로 작성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요즘 조리과학고는 일식과 중식 비중이 커지는 점을 고려해 일본어와 한문도 각각 12단위씩 가르치고 있다.
덕분에 조리과학고 학생들은 지난해 전국 실업계고등학교 외국어말하기대회에서 영어부문 금상 은상 동상, 일본어 부문 은상, 중국어 부문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조리과학고에는 ‘현장지도교사제’라는 특이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는 매년 서울시내 특급호텔의 내로라하는 스타급 조리장 32명을 현장지도교사로 위촉하고 있다. 현장지도교사들은 매주 한 차례 학교를 방문해 직접학생들을 가르치거나 학생들을 호텔로 불러 현장 실습도 해주고 있다. 또 이 학교에는 현장에서 15년 이상 경험을 쌓은 조리과 전공 교과 교사들도 6명이나 있다.
김 교감은 “3년 동안 학교에서 배우고도 현장에서 요구하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사설 학원을 다니는 것이 직업교육의 현실”이라며 “현장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학교에서는 이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조리과학고의 성공은 이같은 현장중심의 교육과정 뿐 아니라 설립당시 시장조사를 통한 인력수급 현황을 파악하는 등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학생들의 강한 직업의식도 성공을 이끈 요인 중 하나다. 해마다 입학 전 3박 4일 과정의 ‘조리정신 집체훈련’을 다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학교에는 다른 학교에서 찾아보기 힘든 몇 가지 재미있는 이벤트가 매년 열리고 있다.
매년 5월이 되면 아버지들이 요리를 배우고 시식을 하면서 자녀와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또 10월에는 어머니와 자녀가 함께 하는 요리경진대회가 있다.
이뿐 아니라 매월 마지막 토요일은 학생들이 시장에 나가 재료를 구입해 가족을 위한 저녁상을 차리는 ‘가정 봉사의 날’이 정해져 있다. 이 모든 것들은 가족 공동체 회복 운동으로 실시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조리과학고 학생들은 소풍과 수학여행 대신 몇 명씩 한 조를 이뤄 각 지방의 특정지정업소에 이틀 정도씩 조사와 체험학습을 다녀오기도 한다.
특히 조리과학고의 졸업식은 학교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 2월 16일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홀에서는 조리과학고 졸업작품 전시회와 졸업식이 열렸다.
◆ 기타 사례 = 전남 나주시 영산동에 자리 잡은 전남미용과학고.
당초 영산포여상 이었던 이 학교도 3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 실업계 고등학교처럼 신입생 모집 때문에 발을 굴러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 학교는 어떻게 우수학생을 잘 선별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입학 희망자들이 늘어났다.
실제로 신입생들의 중학교 내신성적은 상위 20~30% 이내 수준이다. 특히 올 신입생들의 경우, 전남지역 실업계 고등학교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나주지역 학생뿐만 아니라 광주, 순천, 목포, 영암, 강진 등 타 지역 학생들이 더 많이 지원하고 있다.
미용고도 교과과정이 철저하게 현장중심으로 구성됐다. 이 때문에 미용고만 졸업해도 곧바로 직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다.
고창군 무장면의 영선종합고도 분재 한 가지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는 곳이다. 전국 유일의 분재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지난 1982년부터 20여년간 분재수업에 심혈을 기울인 덕분에 분재라면 이 학교 출신들을 국내에서 최고로 꼽을 정도로 명성을 얻었다.
더욱이 요즘에는 분재기술을 배워 전업하거나 노년기에 취미 삼아 분재를 배우려는 성인 학생들도 모여들기 시작해 늦깎이 학생들의 향학 열기가 뜨겁다.
◆ 교육부 정책 = 한편 교육부도 실업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마련을 위해 학교기업 운영, 산학연계 등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개 학교를 선정, 2007년 2월까지 3년 동안 산학연계, 학교기업, 일반계고 직업과정 시범학교로 운영한다.
예를 들어 시범학교 중 경기 군자공고는 시화·반월공단과 연계한 교육과정 운영 모델을 제시했다. 또 전북 한국경마축산고는 한국마사회와의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를 통한 질 높은 마필관리 인력 양성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시범운영 결과는 실업계고교 교육 개선을 위한 모델제시와 관련 정책 수립과정에 반영시키기 위해 전국단위 보고회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또 시범학교에서 개발·적용된 교육과정 모형, 교수·학습자료 등 각종 프로그램은 ‘직업교육 교수·학습센터’를 통해 각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이런 가운데 몇몇 학교들이 특성화된 직업교육으로 발길을 돌렸던 학생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력시장의 변화를 잘 파악해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편집자 주
전국 대부분의 실업계 고교가 매년 학생 모집난을 겪는 등 직업교육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특성화교육으로 위기를 극복한 학교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들 학교들은 단순히 학생모집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중학교 내신성적이 높은 소위 우수학생들이 입학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조리과학고 = 경기도 시흥시와 광명시 그리고 서울 오류동이 만나는 경계선상에 있는 한국조리과학고. 1999년 개교한 이 학교에는 640명에 이르는 미래의 ‘조리 명인’들이 평균 4∼5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재학 중이다.
이 학교는 학생선발과정에서부터 조리 분야에 확고한 소신을 가진 학생이 아니면 입학 자체가 힘들게 돼 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5대 과목의 중학교 성적 점수뿐 아니라 직접 면접과 간접면접이라 불리는 목적의식 평가와 적성검사까지 통과해야 입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학교에 입학하고 있는 학생들의 중학교 내신성적은 각 학교 상위 20% 이내에 들어 있을 정도로 우수하다.
이 학교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전공 교과에 모든 수업과 교육이 철저히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또 유일한 전공과목인 ‘조리교육’이 철저하게 현장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조리과학고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문은 외국어 교육. 특히 영어의 경우 일반 실업계고 학생들이 8단위를 공부하는데 반해 조리과학고 학생들은 무려 20단위를 공부한다.
이에 대해 김성호 교감은 “업종 특성상 요리사는 외국인과의 접촉할 기회가 많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요리법이 영어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졸업할 때쯤 되면 간단한 회화는 물론 요리법을 영어로 작성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요즘 조리과학고는 일식과 중식 비중이 커지는 점을 고려해 일본어와 한문도 각각 12단위씩 가르치고 있다.
덕분에 조리과학고 학생들은 지난해 전국 실업계고등학교 외국어말하기대회에서 영어부문 금상 은상 동상, 일본어 부문 은상, 중국어 부문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조리과학고에는 ‘현장지도교사제’라는 특이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는 매년 서울시내 특급호텔의 내로라하는 스타급 조리장 32명을 현장지도교사로 위촉하고 있다. 현장지도교사들은 매주 한 차례 학교를 방문해 직접학생들을 가르치거나 학생들을 호텔로 불러 현장 실습도 해주고 있다. 또 이 학교에는 현장에서 15년 이상 경험을 쌓은 조리과 전공 교과 교사들도 6명이나 있다.
김 교감은 “3년 동안 학교에서 배우고도 현장에서 요구하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사설 학원을 다니는 것이 직업교육의 현실”이라며 “현장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학교에서는 이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조리과학고의 성공은 이같은 현장중심의 교육과정 뿐 아니라 설립당시 시장조사를 통한 인력수급 현황을 파악하는 등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학생들의 강한 직업의식도 성공을 이끈 요인 중 하나다. 해마다 입학 전 3박 4일 과정의 ‘조리정신 집체훈련’을 다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학교에는 다른 학교에서 찾아보기 힘든 몇 가지 재미있는 이벤트가 매년 열리고 있다.
매년 5월이 되면 아버지들이 요리를 배우고 시식을 하면서 자녀와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또 10월에는 어머니와 자녀가 함께 하는 요리경진대회가 있다.
이뿐 아니라 매월 마지막 토요일은 학생들이 시장에 나가 재료를 구입해 가족을 위한 저녁상을 차리는 ‘가정 봉사의 날’이 정해져 있다. 이 모든 것들은 가족 공동체 회복 운동으로 실시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조리과학고 학생들은 소풍과 수학여행 대신 몇 명씩 한 조를 이뤄 각 지방의 특정지정업소에 이틀 정도씩 조사와 체험학습을 다녀오기도 한다.
특히 조리과학고의 졸업식은 학교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 2월 16일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홀에서는 조리과학고 졸업작품 전시회와 졸업식이 열렸다.
◆ 기타 사례 = 전남 나주시 영산동에 자리 잡은 전남미용과학고.
당초 영산포여상 이었던 이 학교도 3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 실업계 고등학교처럼 신입생 모집 때문에 발을 굴러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 학교는 어떻게 우수학생을 잘 선별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입학 희망자들이 늘어났다.
실제로 신입생들의 중학교 내신성적은 상위 20~30% 이내 수준이다. 특히 올 신입생들의 경우, 전남지역 실업계 고등학교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나주지역 학생뿐만 아니라 광주, 순천, 목포, 영암, 강진 등 타 지역 학생들이 더 많이 지원하고 있다.
미용고도 교과과정이 철저하게 현장중심으로 구성됐다. 이 때문에 미용고만 졸업해도 곧바로 직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다.
고창군 무장면의 영선종합고도 분재 한 가지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는 곳이다. 전국 유일의 분재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지난 1982년부터 20여년간 분재수업에 심혈을 기울인 덕분에 분재라면 이 학교 출신들을 국내에서 최고로 꼽을 정도로 명성을 얻었다.
더욱이 요즘에는 분재기술을 배워 전업하거나 노년기에 취미 삼아 분재를 배우려는 성인 학생들도 모여들기 시작해 늦깎이 학생들의 향학 열기가 뜨겁다.
◆ 교육부 정책 = 한편 교육부도 실업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마련을 위해 학교기업 운영, 산학연계 등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개 학교를 선정, 2007년 2월까지 3년 동안 산학연계, 학교기업, 일반계고 직업과정 시범학교로 운영한다.
예를 들어 시범학교 중 경기 군자공고는 시화·반월공단과 연계한 교육과정 운영 모델을 제시했다. 또 전북 한국경마축산고는 한국마사회와의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를 통한 질 높은 마필관리 인력 양성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시범운영 결과는 실업계고교 교육 개선을 위한 모델제시와 관련 정책 수립과정에 반영시키기 위해 전국단위 보고회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또 시범학교에서 개발·적용된 교육과정 모형, 교수·학습자료 등 각종 프로그램은 ‘직업교육 교수·학습센터’를 통해 각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