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비전 제시해달라 … 지원 기회라도 갖고파”
지역·여성 차별 없어야 … 기업-대학 연계 강화 절실
지역내일
2004-03-25
(수정 2004-03-29 오후 5:29:30)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겠지만 그래도 희망만은 잃고 싶지 싶다. 백수들 기 좀 펼 수 있게 경제에 대한 밝은 비전을 제시해달라. 그리고 제발 싸우지 좀 마라.”(이모씨·28·서경대 국제통상학과 4학년)
“일단 취업준비는 접고 잠시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현실을 도피하는 내 자신이 싫지만 이대로 가다간 머리가 터질 것 같다. 당분간은 느끼는 대로 맘이 따르는 대로 살겠다.”(아이디 lovrockim·인터넷 모 취업사이트 게시판)
이십대 청년의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은 요즘, 대졸청년실업자들이 체감하는 취업난은 ‘상상초월’ 그 자체다. 희망과 낙관을 품고 ‘무소의 뿔’처럼 거침없이 사회로 돌진해야 할 이들은 대학과 사회의 경계에서 마치 이방인처럼 머뭇거리고 있었다.
이런 그들에게 ‘총선에 돌입한 정치권에 바라는 취업 관련 공약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일은 수월치 않았다. ‘바늘귀’처럼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느라 다른 데 정신 쓸 여력이 없는 데다 ‘정치권은 우리와는 다른 세상’이라는 불신이 컸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망설임 끝에 어렵사리 속내를 털어놓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희망’을 얘기했다. 지금은 힘들지만 앞으로는 밝은 미래가 펼쳐진다는 꿈을 갖고 싶다는 것이다. 이들은 소박했다.
◆ “기 좀 살려줘라”
김윤정(여·23·한경대 농업생명과학대학부 지역자원시스템공학과)씨는 “FTA같은 사안이 아니면 사회적인 관심이나 지원이 거의 없는 농업계열 학부생으로, 전공에 대한 자부심이 사라진 지 오래다. 취업 기회가 적은 것은 물론이고 무시도 많이 당한다. 나름의 꿈이 있어 그동안 이 분야의 실력을 꽤 갖추었다고 생각하는데 발휘할 곳이 없다. 그러다보니 우리 과에 지원하는 신입생들도 점점 줄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은 ‘기 좀 펴게 해달라’는 것. ‘자생적 농업기반은 필수적’이란 생각에 열심히 공부했지만 막상 사회에 진출하려고 보니 받아주는 곳이 없더라는 얘기다. 풀이 죽어 어깨가 축 늘어진 선배들의 전철을 답습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든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김씨는 “한번쯤은 나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희망에 오늘도 도서관을 찾는다”며 “우리나라의 농업기반을 선진화할 수 있는 곳에 입사해 최선을 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2년째 취업재수를 하고 있다는 전영환(29·배재대 영문과 졸업)씨는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경제가 살아나고 기업이 취업문을 활짝 열었다는 언론보도를 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다”며 “제발 부탁인데, 정치권도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짓은 그만두고 일자리 창출에 전심전력을 다해달라”고 부탁했다.
전북대 정치사회학부 김영종(27·가명)씨는 “정치의 주요기능 중 하나가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며 “언론에서 ‘고용 없는 성장시대’ 보도가 나오던데, 청년실업자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정치권이 힘을 합쳐 ‘조금만 노력하면 된다’는 경제비전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 지방·여성에 차별 없도록
영동대 테크노경영학부 산업정보경영 석사과정 3학기째인 진모(여·26)씨는 “경제가 안좋아 취업문이 좁은 데다 서울과 수도권의 유명대학 졸업생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좋은 기업에 들어가는 것은 ‘언감생심’인 듯 하다”며 “그렇지만 입사지원의 기회라도 동등하게 주어져 나를 알릴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진씨는 “여성이라는 것과 지방대 출신이라도 입사지원에 차별이 없도록 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한다”고 정치권에 주문했다.
2년제 졸업생인 김모(23·숭의여대)씨는 “많이들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입사지원에서 여성차별은 엄연히 존재한다”며 “입사준비하는 친구들끼리 ‘입사지원서에 생리휴가·육아휴직 없어도 괜찮다는 서약서를 쓰더라도 들어가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푸념 섞인 얘기까지 한다. 여성차별이 없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좀 더 구체적인 주문도 있었다. 용인 강남대 도시건축공학부 이모 조교(30)는 “인근 동백지구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선배나 동기들이 일자리를 구할 기회는 없었다”며 “건축 규모가 커짐에 따라 지방대 건축학과생들에 취업기회를 제공했던 중소규모 설계사무소는 통폐합되거나 문을 닫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정부가 소규모 주택 건설경기를 살려 조그만 설계사무소도 살고 지방대생의 취업문도 넓혀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동아대 한국어문학부 김모씨는 “채용박람회 등이 종종 열리지만 기업의 채용기준이 막연하고 인문대생으로서 전공의 불이익을 받는다고 느낄 때가 많다”며 “대학과 기업의 연계 폭을 대폭 확장하는 동시에 서로 세밀하고 구체적인 인재상을 공유해 구인·구직에 불필요한 낭비가 없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포해양대 조선해양공학과 졸업생 조모씨는 “해양대는 특수학교라 다른 일반대보다는 취업이 수월한 편”이라며 “목포에 있는 상당수 조선소들이 해양대생들을 채용하지만 썩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어서 정책적으로 좀더 많은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일단 취업준비는 접고 잠시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현실을 도피하는 내 자신이 싫지만 이대로 가다간 머리가 터질 것 같다. 당분간은 느끼는 대로 맘이 따르는 대로 살겠다.”(아이디 lovrockim·인터넷 모 취업사이트 게시판)
이십대 청년의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은 요즘, 대졸청년실업자들이 체감하는 취업난은 ‘상상초월’ 그 자체다. 희망과 낙관을 품고 ‘무소의 뿔’처럼 거침없이 사회로 돌진해야 할 이들은 대학과 사회의 경계에서 마치 이방인처럼 머뭇거리고 있었다.
이런 그들에게 ‘총선에 돌입한 정치권에 바라는 취업 관련 공약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일은 수월치 않았다. ‘바늘귀’처럼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느라 다른 데 정신 쓸 여력이 없는 데다 ‘정치권은 우리와는 다른 세상’이라는 불신이 컸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망설임 끝에 어렵사리 속내를 털어놓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희망’을 얘기했다. 지금은 힘들지만 앞으로는 밝은 미래가 펼쳐진다는 꿈을 갖고 싶다는 것이다. 이들은 소박했다.
◆ “기 좀 살려줘라”
김윤정(여·23·한경대 농업생명과학대학부 지역자원시스템공학과)씨는 “FTA같은 사안이 아니면 사회적인 관심이나 지원이 거의 없는 농업계열 학부생으로, 전공에 대한 자부심이 사라진 지 오래다. 취업 기회가 적은 것은 물론이고 무시도 많이 당한다. 나름의 꿈이 있어 그동안 이 분야의 실력을 꽤 갖추었다고 생각하는데 발휘할 곳이 없다. 그러다보니 우리 과에 지원하는 신입생들도 점점 줄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은 ‘기 좀 펴게 해달라’는 것. ‘자생적 농업기반은 필수적’이란 생각에 열심히 공부했지만 막상 사회에 진출하려고 보니 받아주는 곳이 없더라는 얘기다. 풀이 죽어 어깨가 축 늘어진 선배들의 전철을 답습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든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김씨는 “한번쯤은 나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희망에 오늘도 도서관을 찾는다”며 “우리나라의 농업기반을 선진화할 수 있는 곳에 입사해 최선을 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2년째 취업재수를 하고 있다는 전영환(29·배재대 영문과 졸업)씨는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경제가 살아나고 기업이 취업문을 활짝 열었다는 언론보도를 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다”며 “제발 부탁인데, 정치권도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짓은 그만두고 일자리 창출에 전심전력을 다해달라”고 부탁했다.
전북대 정치사회학부 김영종(27·가명)씨는 “정치의 주요기능 중 하나가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며 “언론에서 ‘고용 없는 성장시대’ 보도가 나오던데, 청년실업자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정치권이 힘을 합쳐 ‘조금만 노력하면 된다’는 경제비전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 지방·여성에 차별 없도록
영동대 테크노경영학부 산업정보경영 석사과정 3학기째인 진모(여·26)씨는 “경제가 안좋아 취업문이 좁은 데다 서울과 수도권의 유명대학 졸업생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좋은 기업에 들어가는 것은 ‘언감생심’인 듯 하다”며 “그렇지만 입사지원의 기회라도 동등하게 주어져 나를 알릴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진씨는 “여성이라는 것과 지방대 출신이라도 입사지원에 차별이 없도록 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한다”고 정치권에 주문했다.
2년제 졸업생인 김모(23·숭의여대)씨는 “많이들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입사지원에서 여성차별은 엄연히 존재한다”며 “입사준비하는 친구들끼리 ‘입사지원서에 생리휴가·육아휴직 없어도 괜찮다는 서약서를 쓰더라도 들어가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푸념 섞인 얘기까지 한다. 여성차별이 없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좀 더 구체적인 주문도 있었다. 용인 강남대 도시건축공학부 이모 조교(30)는 “인근 동백지구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선배나 동기들이 일자리를 구할 기회는 없었다”며 “건축 규모가 커짐에 따라 지방대 건축학과생들에 취업기회를 제공했던 중소규모 설계사무소는 통폐합되거나 문을 닫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정부가 소규모 주택 건설경기를 살려 조그만 설계사무소도 살고 지방대생의 취업문도 넓혀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동아대 한국어문학부 김모씨는 “채용박람회 등이 종종 열리지만 기업의 채용기준이 막연하고 인문대생으로서 전공의 불이익을 받는다고 느낄 때가 많다”며 “대학과 기업의 연계 폭을 대폭 확장하는 동시에 서로 세밀하고 구체적인 인재상을 공유해 구인·구직에 불필요한 낭비가 없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포해양대 조선해양공학과 졸업생 조모씨는 “해양대는 특수학교라 다른 일반대보다는 취업이 수월한 편”이라며 “목포에 있는 상당수 조선소들이 해양대생들을 채용하지만 썩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어서 정책적으로 좀더 많은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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