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시스템이 바뀌어야 산다 (마지막) 투자자도 바뀌어야

"이익나면 제 실력, 손해보면 남 탓" 버려야

지역내일 2004-03-24



IMF관리체제는 우리에게 커다란 변화를 안겨줬다. 금융권도 망할 수 있고 주식투자의 위험성을 과도하게 부풀렸다. 투신권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고 돈을 어디에 넣어야 할지 불안해 하게 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투자자들에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돈은 (예금자 보호가 되는) 은행에 넣어야 하며 △주식투자하면 패가망신하고 △투신권에 맡기는 것보다 직접하는 게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전 등을 잘 타면 수십배 수익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특히 정부의 관치에 익숙한 투자자들은 작전에 실패하거나 자신의 잘못된 정보와 실수에 의해 손해를 보더라도 이를 정부나 기관, 증권사 직원 등에 덮어씌우려는 습관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이러한 속성을 근본적으로 고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증권거래소 증권업협회에서 초등학생~대학생, 교사, 일반투자자, 방송작가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이를 좀더 확대할 필요가 있고 교과서 내용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의견개진을 통해 증권시장에 대해 올바르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 보수적인 투자=한국은행에 따르면 18일 현재 은행예금의 총잔액은 520조6872억원이며 투신권 자금은 147조9816억원이다. 주식형은 7조8790억원이다. 연초에 비해 5000억원이 줄어든 규모다. 올해 투신권에 새롭게 들어온 자금은 13조원가량이며 은행예금은 6조원 느는 데 그쳤지만 투신권자금 중 단기성자금인 MMF(머니마켓펀드)에 신규유입된 게 11조4000억원이나 돼 사실상 주식투자자금은 거의 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은행예금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증시자금은 계속 줄고 있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이러한 투자행태는 자산 포트폴리오의 편향성을 낳고 위험분산과 재테크의 효율성도 크게 떨어지게 된다.
김선열 삼성증권 fn아너스 청담지점장은 “투자자들이 위험에 대해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보는데 위험은 관리를 통해 충분히 회피가 가능하다”면서 “투자자들은 마치 은행예금에는 위험이 없다고 생각하는 데 이를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지점장은 “고객들이 삼성전자 이외에는 장기보유하지 않는다”면서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낮고 지속적이지 않아 투자자들의 단기투자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 대박 근성 “투자는 직접”=보수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갈수록 극단적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간접투자보다는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투신권에 맡기기 보다 스스로 매매하는 것이 더 높은 수익률을 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3월 23일 현재 현물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거래량기준 매매비중은 90.38%이고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하면 61.37%다.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모 아니면 도’식 투자행태를 보이는 선물․옵션시장(코스피200지수)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이 2002년에 각각 53.1%, 65.8%였으나 지난해에는 55.1%, 54.8%였다. 절반이상을 개인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2002년과 2003년에 개인투자자가 선물․옵션투자로 손해본 규모가 각각 7878억원과 3589억원이었다.
◆ 이익나면 내 실력, 손해보면 남탓=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이익이 나면 내탓 손해보면 남탓’으로 돌리는 관행을 보이고 있다. 이는 묻지마 투자에 따른 부작용이다.
브릿지증권 김경신 이사는 “지난 2년동안 150개 기업을 탐방해봤으나 이런 식으로 상장․등록사를 돌아보려면 수년이 더 소요된다”면서 “직접 탐방하고도 잘 모르는 데 개인투자자들은 잘 모르는 종목에 너무 자신있게 투자한다”고 꼬집었다.
또 김 이사는 “더 큰 문제는 투자실패의 원인을 자신의 무지나 부주의가 아닌 공시나 증권방송으로 전가시켜 따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조기교육부터 탄탄히=증권전문가들은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존 투자자의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을 없애는 일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투자자에게 올바른 투자를 가르치는 게 더 시급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증권거래소와 증권업협회가 증시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증권거래소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일반인대상 교육에 들어갔다. 한해동안 15개 대학, 8개 고등학교, 7개 중학교, 11개 초등학교 학생을 초청하거나 직접 방문해 증권관련 교육을 실시했다. 또 사법연수원 연수자, 교사, 일반투자자들에게도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증권업협회도 방송작가들을 대상으로 매년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으며 일정수가 모인 모임에서 요청하면 증권강연 강사를 파견하기도 한다.
특히 증협은 금감원과 같이 초․중․고교의 교과서에 증권관련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매년 검토, 교육부에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삼성증권 김 지점장은 “노무라증권이 과거 ‘교육적 마케팅’을 통해 고객에게 제대로된 재테크방법을 전달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고객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면서 “우리나라도 증권사들이 모여 투자자들에게 증권투자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의 자산배분에 대해 적절하게 교육시키는 중장기 전략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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