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조사로 본 정·재계 혼맥도

지역내일 2004-03-15
●참여연대 조사로 본 정·재계 혼맥도

“한 다리 건너면 사돈”
정·재계 유력집안 혼사 통해 인맥 도모

지난 1월 참여연대 산하 (사)참여사회연구소는 의미있는 자료 하나를 내놨다. 이른바 ‘정-재계 혼맥도’. 우리나라 내로라 하는 집안들은 결혼을 통해 한 다리 건너면 사돈이라는 사실을 이 혼맥도는 증명해 보였다.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사회 상류층 ‘혼맥의 핵’은 LG그룹”이라고 지목하고 이를 정점으로 굴지의 재벌들이 사돈으로 엮어졌다고 진단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LG그룹은 1957년 삼성그룹과의 혼사를 시작으로 현대, 대림, 두산, 한일, 한진, 금호 등 재벌과 당시 실세 정치인들과도 직접적인 사돈관계를 맺어오며 상류층 혼맥의 큰 줄기를 형성했다.
또 삼성그룹을 중심으로는 경쟁관계에 있는 조-중-동 언론 3사가 혼사로 연결돼 있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노태우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연결돼 있다. 참여연대는 이런 이음새가 “서로간의 혈연맺음을 통해 ‘기득권의 재생산’ 역할을 해왔다”며 “부의 축적은 물론 권력의 안정화와 세습을 공고하게 해왔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92년 서울경제신문사가 내놓은 ‘재벌(財閥)과 가벌(家閥)’이라는 책에 따르면 지난 40여년간 100대 재벌의 혼사 가운데 조사 가능한 207건을 분석한 결과 모든 혼사가 재력 아니면 권력 둘 가운데 하나와 연결돼 있음이 확인됐다. 이 책은 재벌이 같은 재벌이나 권세가와 통혼에 집착하는 것이 ‘자신의 부(富)를 보존 확대하고 대를 이어 안전하게 승계하기 위한 본능적 행위로 봐도 무리가 없다’고 꼬집고 있다.
당시 취재에 참여했던 기자들은 방담을 통해 “굳이 자녀결혼을 정략적으로 추진하지 않아도 그들 나름의 장(場)이 다로 있다 보니 자연 혼사가 분명한 층을 형성한다”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상류사회라는 성층권이 두텁게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자들은 “재벌가의 ‘통혼을 통한 정경유착’은 의외로 적었다”며 “이 부분은 상당부분 과장된 느낌”이라고 취재후기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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