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초반 기선잡기서 밀렸다

지역내일 2004-03-09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5907@aol.com
백악관을 수성하려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연일 맞상대로 확정된 존 케리 후보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으며 기선잡기에 나섰으나 초반승부에선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방송과 USA투데이, 갤럽이 지난 5일부터 7일 까지 투표할 의사가 있는 미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해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케리 후보가 52%대 44%, 8포인트 차이로 부시 대통령을 꺾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랠프 네이더 후보까지 포함하는 3자 가상대결에서도 케리 후보는 50%의 지지율로 부시 대통령(44%)을 6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전체 유권자 지지율에선 5% 안팎을 얻어 민주당표를 잠식할 것으로 예상돼온 네이더 후보는 투표할 의사가 있는 유권자 지지율에선 2%에 그쳐 그의 지지자들이 실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주며 대선변수로서의 파괴력이 상당히 줄어들 것임을 예고했다.
부시 대통령과 케리 후보는 모두 자당의 유권자들로부터 95%의 몰표를 받을 것으로 나타나 초반 판세에서 차이는 무소속 유권자들의 지지율로 판가름 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들은 95%가 부시에게 표를 던지고 민주당원들도 역시 95%가 케리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을 것이라고 대답했으며 양진영 모두 이탈표는 3%씩에 불과, 당파 에 따라 철저히 단합해 맞서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케리 후보는 그러나 무소속 유권자들의 지지율에서 53%대 38%로 부시대통령을 크게 앞서 초반승부에서 기선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소속, 무당파 유권자들은 정책과 결과만을 보고 표심을 결정해 투표하는 스윙보터들로서 양당이 뭉쳐있는 선거에선 백악관 주인을 판가름해온 유권자층으로 꼽히고 있다.
스윙보터들이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는 정책대결에서 케리 후보는 경제와 헬스케어, 연방 적자 관리, 소셜 시큐리티제도(사회보장연금)등 내치에서 부시보다 나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에비해 테러와의 전쟁, 이라크 정책, 국제관계 등 외치에서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부시대통령은 핵심 경제정책이자 업적으로 내세워온 감세정책에선 이례적으로 케리 후보와 똑같은 지지율을 기록했고 문화전쟁으로 꼽혀온 동성간 결혼 금지에 대해서도 케리 후보의 지지율보다 오차범위내에서 겨우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부시 대통령은 8일 본거지 텍사스주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케리는 애국법, 이라크전쟁 등에 찬성표를 던졌다가 지금은 반대하고 있다”며 “나의 맞상대는 굳건한 신념을 갖고 있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않는다”고 비아냥대며 연일 생각이 자주 바뀌는 정치인(Flip-Flpper)으로 집중 공격하고 있다.
이에대해 정치적 이유 때문에 입장을 더 자주 바꾸는 후보로 미 유권자 49%는 케리를 지목한 반면 37%는 부시를 꼽아 부시의 공격이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자신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캠페인 광고에 9·11 테러장면을 이용, 일부 유가족들로부터 비난을 산데 대해 부시는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으나 미 유권자들은 42%가 적절하다고 응답한 반면 54%는 부적절하다고 답변, 역풍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부시 대통령이 초반 기선잡기에서 밀리고 있는 이유는 민주당 경선분위기가 아직 남아있고 부시 진영의 1차 캠페인광고전이 9·11테러장면을 이용하는 바람에 일부 유가족들로부터 반발을 사는 역풍을 받은데다 부시의 유세가 케리 비난 메시지로 일관해 무당파 표심잡기보다는 민주당 결속만 강화하는 역작용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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