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시험을 보러 가면 시험 시작 전에 감독관이 자리 배치를 확인한 후 시험지를 나눠주고 답안작성 할 때 유의사항을 알려준다. 시험지 겉장에도 있는 내용들이다. 가령, 흑색 필기구를 사용해야 한다, 연필, 샤프는 가능하지만 색상 변경은 불가하며, 수정액이나 수정테이프는 사용할 수 없다는 등등. 유의사항이라고 하니 시험 시작 전에 꼼꼼하게 읽어보는 것이 수험생의 기본적인 자세일 것이다. 평소에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학마다 다른 사항이 있기 마련이니 확인하는 차원에서 반드시 읽어보아야 한다.
그러나 오늘 말하고자 하는 유의사항은 논술 시험 감독관들도 말해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유의사항이 아니다. 첨삭할 때 자주 지적받는 사항이지만 잘 고쳐지지 않거나, 그냥 넘어가는 부분이다. 논술 답안을 작성하다 보면 논제의 요구사항이 제시문을 요약하거나 비교하고, 혹은 비판하거나 평가하는 등등의 일이기에 자연스럽게 제시문의 내용을 답안으로 ‘표현’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여기서 가장 유의할 사항은 잘 알고 있다시피 제시문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쓰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 사항은 너무나 중요해서 대학마다 유의사항으로 경고하고 있긴 하지만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쓰지 말라는 의미를 제시문의 내용을 쓰지 말라는 말로 오해하면 안된다. 오히려 수험생은 제시문의 내용을 자신의 답안에 적절히 잘 드러내야 한다. 제시문에 대한 이해력은 수험생이 제시문의 내용을 얼마나 잘 드러내느냐에 달려있다. 그렇다면 제시문의 문장은 그대로 옮겨 쓰지 않으면서 제시문의 내용을 적절하게 담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가 쓰는 문장 안에 제시문의 핵심어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답안을 작성할 때는 항상 논제를 의식하면서 하는데, 이때 나의 모든 문장들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문장일 필요는 없으며 그런 문장은 사실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 오히려 새로운 문장을 창작하기보다 제시문에 나와 있는 핵심어를 사용해서 어떻게 논리적으로 문장들을 연결시킬지 고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만약 나의 문장들에 제시문의 핵심어가 포함된다면 채점자의 입장에서도 이 문장들은 제시문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 간주될 것이다. 왜냐하면 제시문에 대한 이해 없이는 핵심어를 제대로 골라낼 수 없기 때문이다.
논술을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이 논술 답안 작성을 글짓기처럼 생각하여 쓸데없이 고민을 많이 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제시문을 읽으면서 메모해 둔 핵심어로 논제의 요구사항에 맞게 문장들을 하나씩 만들어가면 원고지를 충분히 채울 수 있는데도 제시문의 내용에 대한 이해는 옆에 따로 놓아두고 문장을 새로 만들어내려 하니 논술이 당연히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미 답은 제시문에 다 나와 있는데 어디서 새로운 문장들을 구하려 하는가.
이런 식으로 문장을 만들게 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논술답안을 쓰면서 자주 하게 되는 불필요한 추임새도 줄일 수 있게 된다. 그 추임새란 ‘제시문은 … 라고 말한다’ 혹은 ‘나는 … 라고 생각한다’ 등이다. 이런 추임새야말로 합격하기 위해 반드시 써야 할 문장들을 쓰지 못하도록 원고지 빈칸을 가로막고 있는 주범들이다. 핵심어를 포함시켜 쓰는 문장은 그 자체로 완전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되는 것이지, 무슨 전지적 관찰자 시점의 소설처럼 제시문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객관화해서 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아마 이런 습관이 있는 학생들은 시간 안에 분량을 채우지 못할까 두려워서 스스로 꼼수(?)를 부리는 건 줄 모르고 있는 거다.
자신만의 언어로 논술답안을 쓴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것쯤은 알게 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논술 답안을 연습할 땐 거침없이 마음껏 쓰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이미 조건은 말했다. 제시문의 핵심어는 포함시킬 것. 이 조건만 만족시킨다면 어떠한 문장도 괜찮다. 왜? 연습이니까. 첨삭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실수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늘 하는 말이지만, 실수하면 어떤가. 지금은 연습이다. 만약 실수를 한다면 지금 해야 하지 않겠는가. 차라리 다시 첨삭을 받을 수 있는 이때에 많이 실수하고, 이 실수들을 통해 경험을 쌓는 것이 낫다. 첨삭은커녕 답안지 자체도 돌려주지 않는 실제 시험장에서 잘 쓰면 되니까. 경험만이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파주 운정 대입논술전문 스카이논술구술학원
김우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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