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글을 쓴다는 것은 그것이 비록 논술답안이라 할지라도 보이지 않는 사고의 힘을 표현하는 일이기에 아름답다고 했다. 오늘은 철학자 들뢰즈의 용어를 빌려 ‘창조의 행위’라고 불렀던 논술답안 쓰기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하고자 한다.
수험생이 논술 답안을 쓸 때 무엇이 쓰여지는가? 출제자가 제시문을 통해 던지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대학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2시간 동안 2000자 정도 되는 분량의 글을 쓰게 된다. 논술도 시험이기에 제한된 시간과 정해진 분량이 있다. 논제는 대략 2문제에서 많으면 4문제까지 제시문의 길이도 대학마다 다양하지만 아무리 길어도 5분 정도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런데 이 모든 ‘조건들’을 자세히 안다고 답안이 쓰여지는 것은 아니다.
논술시험을 앞두고 논술답안 꿀팁을 알려준다고 하는 유튜브를 살펴보면, 각 대학이 제시하는 논술의 형식에 대한 정보만을 전달할 뿐, 막상 논술답안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노하우는 듣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이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 논술답안을 쓰는 방법은 알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전거 타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아무리 많이 듣는다고 해도 실제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배우고 싶으면 직접 자전거를 타는 방법밖에 없다. 게다가 자전거를 타 본 사람만이 자전거 타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이해할 수 있다.
논술을 어떻게 배우는지 궁금할 것이다. 나의 대답은 늘 한결같다. 직접 써보는 방법밖에 없다고. 문제는 자신이 쓴 답안이 합격할 수 있는 답안인지 아닌지를 수험생 스스로는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수학이나 영어라면 해설을 보고 자신의 실수를 교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논술은 답안을 써봤다는 것만으로 자신이 정말 ‘답안’을 쓴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논술에서 첨삭은 매우 중요하다. 제대로 논술을 준비한다는 말은 제대로 첨삭을 받는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논술 답안을 직접 쓰는 일이 논술공부의 시작과 끝이라서 논술 공부의 절반 이상 차지한다면, 아마 나머지는 첨삭과 해제 강의가 될텐데, 그 중 첨삭은 그 나머지 중에서도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다. 수험생마다 제시문에 대한 이해력이 다르고, 제한된 분량 안에 논리적으로 적절히 표현하는 능력도 다르기에 자신의 약점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답안을 쓸 때 더 잘 쓸 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습이 필요한데, 이 연습이 ‘리라이팅’이라고 부르는 다시쓰기다. 결국 논술의 시작과 끝은 ‘쓰기’다. 첨삭을 받는 이유도 이미 써 보았던 논제를 다시 쓰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충해서 좀 더 합격에 가까운 답안으로 써보는 것이다. 이렇게 다시쓰기를 했는데도 합격답안으로부터 ‘아직’ 가까워지지 못했다면 어쩔 수 없이 다시 쓰기를 또 해야 한다. 이때 ‘다시 쓰기’로 썼던 답안도 다시 첨삭을 받아야 한다. 수험생이 한번 썼던 답안을 ‘온전히’ 다 쓸 수 있을 때까지 첨삭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는 ‘쓰기’를 통해서만 논술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답안을 써보고 해제 강의까지 듣고 난 다음 대학이 보여주는 예시답안까지 읽었는데, 다시 쓰는 답안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매우 훌륭한 의문이다. 그런데 해제 강의를 듣고 예시답안까지 읽었는데 실제 시험장에서 쓰는 나의 답안이 합격할 수 있는 답안인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합격답안을 쓸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라도 ‘다시쓰기’가 필요하다. 이미 써 본 문제에 대한 답안조차 합격답안으로 쓸 수 없다면 다른 논술문제에 대한 나의 답안이 합격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연습을 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생각했던 대로 생각하고, 쓰던 대로 글을 쓸 것이다. 논술은 제시문에 대한 분석능력 및 추론능력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언어로 논리 정연하게 문장을 서술해 나가는 능력을 요구하는 시험이다. 내가 이미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논술을 따로 배울 필요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연히 논술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 능력은 결국엔 쓰기를 통해 길러지므로 논술에서 첨삭과 다시쓰기가 중요한 이유가 된다.
파주 운정 대입논술전문 스카이논술구술학원
김우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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