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사람> 길 카페 경영하는 ‘총각마담’ 이형호씨

이익금 중 ‘60% 이상’ 불우이웃돕기 사용

지역내일 2002-07-03 (수정 2002-07-05 오후 2:38:46)
아침 6시 울산 태화강 고수부지.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몸을 흔들어 대며 별난 춤을 추는 사람이 있다. 길거리 리어카에서 커피와 음료수를 파는 ‘길 카페’주인 이형호(36)씨다. 그는 자신을 총각마담이라 소개한다.
총각 마담 이씨는 하루 4만원 정도의 수입을 얻는다. 그중 2만5000원을 이웃돕기 위해 저금한다.
지난 5월 31일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원하며 하루 2020원씩 2년 동안 모은 202만원을 월드컵 성금으로 내 화제가 됐다. 그 이외에도 이웃돕기통장 10여개를 갖고 있다.
고수부지에서 첫 손님에게 마수걸이 한 1000원은 100만원이 되면 소년·소녀 가장 돕기에 내 놓을 예정이다. 그리고 장터에서 마수걸이 한 500원은 50만원이 되면 크리스마스 때 고아원 어린이들에게 선물할 것이다. 500원짜리 선물 1000개를 사서 골고루 나눠주고 싶다고 한다.
112통장은 하루에 1120원씩 모아 112만원을 ‘경찰의날’ 경찰공무원에게 전달할 통장이다. 119통장 역시 소방관에게 하루에 1190원씩 모아 119만원이 되면 전달할 것이라고 한다. 매일매일 1040원씩 모으는 천사통장은 ‘모두 천사 같은 사람이 됐으면’하는 그의 바람이 담겨 있다. ‘열렬히 사랑하자’통장은 1010원씩 110만원이 되면 제일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통일 통장은 통일의 그 날까지 남북한 인구수 7000만 명을 염두에 두고 하루 7000원씩 모아 통일 기금으로 내 놓을 예정이란다.
현재 신정1동에서 노모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이씨는 결혼을 못해 ‘총각마담’이다. “감출 수 없는 끼를 맘껏 발산하며 살다보니 결혼을 못했어요”라고 한다. “먹고 살기에 바빠 친구 만날 시간이 없었어요. 저의 길 카페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이 친구죠”라고 말하며 수줍게 웃는 모습이 시골 어린애 같다.
“저는 커피를 판다는 생가보다는 나의 끼를 판다는 생각을 가지고 장사를 해요. 투자 없이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까요”라는 총각마담. 이제 그도 장가가고 싶단다. 쑥스러워하며 공개구혼을 신청한다는 총각마담은 “저의 일을 이해하고 묵묵히 도와줄 사람이라면 만족한다”며 수줍게 웃었다(길 카페 연락처 019-523-1010).

/ 울산 신경옥 리포터 bluerain8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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