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반려동물이 혈뇨를 보는 내용으로 칼럼을 썼을 때, 발정기에 보이는 출혈은 질병이 아니라 정상적인 생리 작용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불임수술 하지 않은 여아의 생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
고양이는 생리혈이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서, 보인다면 먼저 질병 가능성을 확인해봐야 한다. 또한 고양이는 사람이나 개처럼 생리 주기가 있는 게 아니라 계절적으로 발정을 하므로 발정기가 아닐 때 보이는 출혈은 우선 질병이라고 의심해 봐야 한다. 하지만 개의 경우는 보통 성 성숙이 이뤄진 후부터(성 성숙은 평균 생후 8개월 전후이지만, 늦는 경우 1년까지도 기다려 볼 수 있다.) 6개월 정도 간격으로 생리를 하게 된다. 생리혈이 보이는 기간은 1~2주 정도인데, 보통은 차츰 양이 줄어들어야 하고, 한 달까지도 조금씩 보일 수 있다. 위에 설명한 것과 간격이나 기간이 다르다면 정상적인 생리혈이 아닐 수 있으므로 확인해봐야 한다. 물론 개체마다 차이가 있어서 이전에 어떤 주기로 얼마의 기간 동안 혈흔이 보였는지를 알고 있는 게 더 좋다. 예를 들어 1년에 한번 1주일정도 기간 동안 출혈을 보였다거나, 6개월에 한 번 한 달 정도 출혈을 보였었다면 그 걸 기준으로 봐야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평소와 다르게 생리 기간이 너무 길면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 눈으로 볼 때는다 똑같은 혈액으로 보이지만, 생식기에서 나오는 정상적인 생리혈일 수도 있고, 염증으로 인한 출혈일 수도 있다. 정상적인 생리혈이라면 발정주기에 따라 출혈이 없어져야 한다. 하지만 염증으로 인한 출혈은 치료를 받지 않으면 계속 보이기 때문에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가장 흔한 경우는 자궁축농증인데 초음파검사로 통증 없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자궁축농증은 일찍 발견하면 치료가 쉽지만, 심해지면 빈혈, 췌장염, 신부전, 패혈증 등으로 위험해질 수 있으니 이상이 있어 보이면 최대한 빨리 확인받도록 하자. 또한 불임 수술을 하지 않은 개에서 자궁축농증, 유선종양은 가장 다발하는 질병이므로, 임신 계획이 없다면 첫 발정 전에 불임수술을 해주는 게 가장 좋다. 다음은 질염이나, 비뇨기 출혈일 수도 있다. 이 경우도 치료를 받아야 하므로 앞서 언급했듯이 출혈이 끝나지 않고 계속 보인다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쯤 되면 사람과 비교해서 개는 생리 간격이 왜 이렇게 긴지 의문이 생겼을 것이다. 생리 간격이 길게 유지되는 이유는 배란 후 임신이 되지 않아도 몸에서는 임신된 것처럼 일정기간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임신하지 않아도 유선이 커지고, 유즙이 분비되는 것도 정상적인 과정이다. 사람과 비교해서 상상임신이라고 말을 하지만, 그냥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제 생리적으로 임신상태처럼 유지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임신이라고 하고, 실제 난소에는 임신을 유지하게 하는 황체도 만드는데 가성황체라고 부른다. 그런 이유로 자궁도 커지고, 그 과정에서 자궁 내에 내막염, 평활근종, 자궁수종, 자궁축농증 같은 안 좋은 변화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과 감정 교류가 되고 식구로 같이 살면서부터 반려동물을 사람과 동등 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절대로 ‘의인화’해서는 안 된다. 의인화하는 것은 여러 가지 오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불임수술이 여아에게는 많은 질병을 예방해주는 방법임에도, ‘수술을 하면 아이를 못 가지는 것을 슬퍼하지 않겠냐’는 잘못된 의인화로 인해 나이 들어서 큰 병에 걸리고 위험한 상황이 되어서야 수술을 하게 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동물은 ‘여자로서 갖는 자존감’은 없다. 질병으로 겪게 되는 고통만을 느낄 뿐이다.
목동 월드펫동물메디컬센터 이철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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