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중학생이 문법 공부를 시작할 때 학부모에게 흔히 듣는 말들 중 하나가 “우리 아이는 문법을 따로 공부해본 적이 없는데 할 수 있을까요?”이다. 초등학생 때는 아무래도 ‘문법만 공부하는 것’은 후순위로 밀리게 되고 막상 초5, 6 겨울방학이 다가오면 고민에 빠지게 된다.
현행 영어 교육 체계에서 ‘한국식 문법’이라 부르는 영역을 공부하지 않고 대학 입시에 성공할 수 있을까? 대답은 No이다. 영어식 어순을 이해하려면 문장 분석이 뒤따르고, 모든 독해 수업은 주어 동사를 찾고 구조를 분석해가며 문장 성분이 어떻고 해석의 규칙에 대해 설명하는 수업을 한다. 기본적 문법체계(8품사와 문장성분에 관한)가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수업의 깊이가 깊어지거나 지문이 좀 어려워질수록 수업을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중고등 내신에서 문법의 토대가 약하면 고득점하기 어려운 것은 이미 대부분이 알고 있는 현실이다.
Pharaphrazing 연습 또한 뜻을 아는 단어 몇 개를 짜맞추는 식으로만 연습하다보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혼동 속으로 빠지고 만다. 기본적인 틀이 갖춰진 아이들이야 대략 지문의 내용을 조합해 낸다고 치더라도 그러한 것이 우리가 아이들에게 공부시켜야 하는 영어학습의 본질은 아니다. 물론 사고력 또는 글의 이해력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으나 그 부분은 이글에서는 다루지 않겠다.
생경한 문법 용어의 이해 그리고 반복 세뇌
서두가 길었지만 한마디로 결론을 내리자면 ‘세뇌’가 필요하다. 시중 교재들이나 문법책에는 일제강점기의 유물이라 할 수 있는 그 시대의 용어인, ‘양보’라든지 ‘도치’, ‘병렬구조’ 등등 수없이 많은 한자로 된 어려운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다. 이런 한문 용어 뜻을 풀이해주고 설명해주는 것이 필자가 하는 문법 수업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 되었는데,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혹은 벽에 부딪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문법용어’라 할 것이다. 하나의 체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용어이해가 필수적인데 용어 자체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현재의 질서를 인정하고 공부를 해나가야 하는데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바는 바로 ‘세뇌’(조기세뇌)라는 것이다. 합리적이지 못한 질서에 대한 무작위적 세뇌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유아기에 우리말을 반복 체득해서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것처럼 용어를 이해 시켰으면 이를 반복 세뇌시켜 자연스럽게 사용하거나 받아들이도록 하는 학습과정이 필요하다.
백지 테스트
이전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단어의 쓰임이 품사로서, 그리고 문장성분으로서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법 한 단원에 대한 지엽적인 암기와 문제풀이에만 의존하면 안 되고 기본용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토대로 문장성분에 대한 혹은 문장의 구조에 대한 흐름을 체득하게 하는 연습을 시켜야 한다.
수업 후 ‘백지 테스트’를 통한 개념 습득을 하도록 해야 하는데 개념에 대한 내용을 암기해서 쓰게 한뒤 반드시 짧은 예문이라도 개념과 관련된 문장에 이를 적용시키게 해야 한다. 품사이든, 문장 성분이든, 문장 속에서 찾게 시켜야 하는데 이는 무작정 문장암기를 하고 찾아보라는 식으로는 개념을 잡기가 어려우며, 반드시 개념도(개념과 관련된 마인드맵)를 먼저 백지에 써보게 한 후 그 내용을 토대로 작문(혹은 문장암기)을 해보게 해야 한다. 처음에는 어려우나 이와 같은 과정이 반복되다보면 부분 부분에 대한 ‘세뇌’는 자연스레 이루어지며, 이것이 교재를 바꿔가며 책의 권 단위로 반복되면 ‘세뇌’의 자연스러운 반복효과 또한 나타나게 된다.
아이들의 수준과 능력에 따라 이해도와 쓰고 그려낼 수 있는 마인드맵(백지테스트)의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주먹구구식으로 문제 풀고 채점하고 답을 체크하는 공부만으로는 아이들의 최대 숙원인 문법을 해결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내신에서 서술형이 남아있고 이를 통해 변별력을 찾고 내신 성적의 성패가 결정되는 문제들이 출제되는 한 첫 단추는 매우 잘 채워져야 한다. 많은 시간이 주어지고 제대로 된 단추를 끼우기 위해 겨울방학이 중요한 이유이다.
목동 더불어숲영어학원 고영홍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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