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를 산책하다 작은 책방을 발견했다. 열 발자국 정도의 보폭이면 둘러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공간, 그래서 진열된 책 한 권 한 권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고 한 걸음 떼기가 쉽지 않다. 발을 들여 놓을 때마다 더 깊은 매력에 빠져 드는 그곳. 바깥의 분주함을 잠시 잊고 조용한 공간에서 책을 고르고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우리 동네 책방을 탐방해보았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주엽동 ‘고메북스’
주엽동 동부썬프라자 1층, 상점들이 나란히 들어선 그곳에 유독 눈길을 끄는 공간이 있다. 책방 겸 독립출판서점 ‘고메북스’다. 이곳 책방지기 정경혜씨는 시집 『멀리 날아보지 않은 새』, 『지난날을 장작위에 올린다』와 에세이집 『25+0』을 출간한 작가로 한국문인협회와 고양시 문인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대형서점에 밀려 동네책방을 운영하기 쉽지 않은 터, 그 어려운 일을 5년째 이어가고 있는 책방지기는 “아이들을 다 키우고 정신적,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을 때 시작했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보다 쫓기지 않았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한다. 최근 고메북스에는 그의 경험과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는 이들도 많고 또 책방지기도 동네책방이나 독립서점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해주는 멘토 역할도 열심이다. 무엇보다 고메북스는 베스트셀러 대신 책방지기가 선호하는 고전이나 독립출판 서적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또 서점 이름 고메북스가 ‘고메(gourmet)’라는 식도락가를 뜻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공간 한편에는 음식과 관련된 책들을 모아 진열했다.
정경혜씨는 책방을 운영하는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다고 한다. “읽고 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책 만들기까지가 제 지향점이이죠. 또 요즘 트랜드에 맞는 강좌, 예를 들면 요즘 재테크가 큰 관심사인데 그냥 돈을 쫓는 것은 의미가 없고 왜 어떻게 재테크를 해야 하는지 바른 생각과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재테크 강좌’를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한다. 또 고전위주의 북클럽과 신간 위주의 북클럽, 한 작가를 탐구하는 마니아 북클럽, 철학 북클럽 등을 진행하는데 리더는 있지만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함께 토론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는 5년 창업과 운영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오픈하우스’를 진행 중이며 매월 3째 주 토요일 북토크나 다양한 공연도 열 계획이다. 인스타그램 아이디 gourmetbooks
위치: 고양시 일산서구 중앙로 1470 동부썬프라자 B동 128호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6시, 일요일 휴무
문의: 0507-1336-8305
성저마을 ‘오후서재’
대화동 성저마을에 위치한 ‘오후서재’는 독립서점이자 글을 읽고 쓰고 작업할 수 있는 공유 서재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의 주인장 허지수씨는 성저마을 토박이로 독립출판과 문화기획 일을 하고 있다. 8살 때부터 쭉 살아온 동네 구석구석을 「성저마을, 추억이 방울방울」이라는 지도로 만들기도 했을 만큼 찐 동네사랑꾼 주인장은 블로그에 이렇게 소회를 이렇게 담아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소란스러웠던 친구들이 떠나가고 혼자 남아 ‘오후서재’라는 책방을 차렸습니다. 책방 창가에 앉아 마을을 바라보면 조용한 이야기 마을에 남아 골목대장이 된 기분입니다.” 또 책방을 열게 된 데는 프리랜서라는 것이 자유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태해질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을 채찍질하고 더 발전하고자 하는 바람도 담겨 있다고 한다.
‘오후 서재’는 예약제로 책방을 운영하고 있고 3월에는 ‘월간 동료’라는 공유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월간 동료‘는 자신이 쓴 이야기를 독립출판 하고자 하는 작가들은 물론 음악, 미술, 영화, IT, 게임, 1인 기업 등 다양한 장르와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이 한 달간 동료가 되고자 하는 모임이다. “자유롭게 오후서재를 이용할 수 있고 또 매주 토요주간회의를 통해 자신이 일주일간 한 작업에 대해 동료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혼자가 좋지만 느슨한 연대를 원하는 창작자들을 위한 시도인데 참여한 분들의 만족도가 좋은 편이라 힘을 얻고 있지요”라고 한다. ‘오후서재’는 앞으로 확장성을 갖고 다양한 로컬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며 금~일요일 오후 7시~23시까지 전체 대관도 가능하다. 네이버 블로그 blog.naver.com/ai_two
위치: 고양시 일산서구 성저로 67
영업시간: 오후 2~7시
문의: 0507-1377-0919
탄현동 ‘이랑’
‘이랑’의 책방지기 김미화씨는 탄현동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다 자연스럽게 책방을 열게 됐다고 한다. 이런 이력 때문에 이곳에서는 초창기부터 쭉 독서모임 ‘책이랑’과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면서 힐링을 할 수 있는 원테이클래스로 ‘그림이랑’이 진행되고 있다. 얼마 전 자연식 레스토랑으로 입소문난 ‘주와키친’내 공간으로 이전한 ‘이랑’은 또 이곳만의 독특하고 재미난 공간 구성으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책을 고르고 읽으면서 유리통창으로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또 식사를 하러 왔다 아이와 함께 ‘이랑’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시너지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단다. 이곳의 서가는 엄마와 아이들이 쉽게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 큐레이팅이 눈에 띈다. 또 일반 서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립출판물 등 한 권 한 권 책방지기의 애정과 손길이 닿지 않은 구석이 없다. 김미화씨는 “책모임에서 한 회원이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면 가격도 더 싸고, 대형서점에 가면 책도 더 많은데 왜 굳이 이곳을 찾을까라는 물음에 동네서점에 오면 정서적 적립을 하는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이곳에서 많은 이들이 정서적 적립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매월 작가들의 그림전시회, 강좌, 워크샵, 독립출판 작가들의 출판기념회 등도 열린다. 또 매월 3째 주 금요일 ‘가치마켓’을 통해 고양시 작가 및 공방, 카페 등과 문화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아이디book_erang_drawing
위치: 고양시 일산서구 일현로 127 가동 2층 ‘주와키친’내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30분, 일요일 휴무문의: 010-2589-1358
덕이동 ‘슈가메르헨’
이곳 책방지기 서지원씨는 국문학을 전공하고 광고, 카피라이터로 근무하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동화 공부를 쭉 해왔던 터라 로망이 서점을 여는 것이었다는 그는 지난 해 3월 작업공간이자 동네책방 ‘슈가메르헨’을 열었다. 설탕+동화의 합성어인 ‘슈가메르헨’을 통해 책을 만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사람들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책방지기. “같은 동네에서 10년을 살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동네친구를 사귀기 쉽지 않았어요. 우리가 대형서점에서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되지는 않잖아요. 공유라는 꿈을 갖고 있던 터라 작은 책방이지만 이곳에서 다양한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정보를 나누고 교류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죠.” 하지만 사실 문을 열면서 과연 같은 공감대를 가진 이들이 있을까 걱정도 많았다. 다행히 차츰 슈가메르헨의 문으로 하나 둘 찾는 이들이 늘었고 그 안에서 미술사, 추리소설, 일러스트 , 미술심리 등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단다. 그동안 이곳에서는 운정에 사는 동화작가의 동화수업도 진행됐고, 현재 매주 월요일에는 90년대생들의 책모임과 격주 토요일 청소년 책모임 ‘팀북스’도 진행 중이다. 인스타그램 아이디 sugar_marchen
위치: 고양시 일산서구 하이파크1로 91번길 18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화/일요일 휴무
문의: 070-7543-9482
대화마을 ‘위드위로’
“저와 동시대 젊은이들이 다 그렇듯 저도 대학을 졸업하고 무엇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또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자는 결론을 얻었죠. 그러다 우연히 우리 동네에 책을 살 수 있는 서점 하나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책방이름처럼 저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이곳에서 책과 함께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서점을 오픈했습니다.” 1인 독립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책방지기 김시완씨는 이런 바람을 담아 지난해 3월 ‘위드위로’의 문을 열었다고 한다. 위드위로의 한쪽 벽면 가득 채운 책들은 그래서 일반적으로 만나기 힘든, 책방지기가 엄선한 독립서적들이 보기 좋게 큐레이팅되어 있다. 책방지기는 “아이들은 독립서점, 동네책방을 잘 모르니까 견학을 오기도 해요. 그렇게라도 동네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죠". 위드위로 또한 코로너19의 영향을 피할 수 없어 최근 책방지기는 온라인으로 베이커리 판매도 병행하면서 꿋꿋하게 책방을 지켜나가고 있다. 오미크론이 진정되면 '심리학 책읽기' 클래스를 계획 중이며 고양시 지원으로 5,6학년~고등학생 대상 좋은 책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인스타그램 아이디 withwero
위치: 일산서구 송포로 26 1층 120호
영업시간: 정오~오후 8시, 격주 일요일 휴무
문의: 0507-1346-1862
파주 '행복한 책방'
파주 가람로 '행복한 책방'은 사회적 기업 '행복한 아침독서'가 운영하는 곳이다. (1호점은 고양시 일산에 위치). 문발리에서 지금의 가람로로 이전한 지 2년째, 이곳의 책방지기 권경선씨는 사서로 오래 근무한 경력과 노하우로 동네 문화사랑방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형서점에서 흔히 만나는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독립출판 도서와 책방지기가 고른 보석 같은 책들로 힐링이 되는 이곳. "아무래도 제가 시니어이다 보니 여느 동네책방과 좀 차별점이 있죠.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제 동년배들이 편하게 들어올 수 있다고들 하세요. 그래서 청년동아리도 있지만 시니어 동아리가 세 팀이나 있답니다." 50~60대들이 은퇴 후 특별한 문화 활동을 찾지 못하다 우연히 서점에 들러 책과 친해지게 된다고. 처음엔 책과는 거리가 멀었던 이들이 책을 읽게 되고 서툴지만 자기 이야기를 일기 쓰듯 풀어내는 동아리 활동은 만족도가 높다. 그 덕분에 KBS 프로그램 '노년, 책을 들다'에 소개될 정도로 시니어들의 '누름돌' 동아리는 자리를 잡았다. 이에 용기를 얻어 이들은 어학공부에도 도전할 계획이란다. "동네의 특성상 아아들이 별로 없다보니 시니어들이 책을 매개체로 교류하면서 삶의 방식이 바뀌기도 한다는데 보람을 느낍니다." 이외에도 청소년동아리와 그림책동아리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blog.naver.com/happybookshop
위치: 파주시 가람로 21번길 27-38
영업시간: 정오~오후 6시, 일/월 휴무
문의: 031-945-8922
파주 ‘쩜오책방’
‘쩜오책방’은 교하 도서관 독서모임에서 만난 이들로 함께 책방지기가 되자고 의기투합했다. 책방지기 이정은씨는 “함께 뜻을 모은 후 조합원들끼리 주기적으로 책과 세상에 대해 의견을 나눴죠. 매번 1시간 30분의 정해지 시간을 훌쩍 넘기는 일이 많아졌고 우리들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러다 문발리 골목 ‘커피발전소 in 교하’ 주인장의 제안으로 숍인숍 형태의 책방을 열었습니다”라고 한다. 책이라는 공동 관심사에서 만나 그들만의 거점을 마련하고자 해서 문을 연 ‘쩜오책방’이 문을 연지도 6년째다. 이곳에서는 매주 월요일 오전마다 그림책 심리학모임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 중이며 청소년 동아리나 워크샵 등을 위해 공간도 대여하고 있다. "저희 입고 기준은 ‘내맘대로’'죠. 그림책, 사회학 책, 지역 출판사의 책 등 저희 책방지기들이 함께 고민하고 추천하기 때문에 대형서점에서 만날 수 없는 매력이 있어요." 또 파주의 작은 출판사나 1인 출판사가 펴내는 책들을 다루는 코너도 비치했다. 또 독서동아리에서 출발한 책방인 만큼 독서동아리 및 다양한 모임도 활발하다. 이제 동네책방을 넘어 동네사람들의 아지트로 문화플랫폼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쩜오책방, 책방지기들의 보람이다.
위치: 파주시 꽃아마길 35 영업시간: 오후 1~7시, 월/일 휴무
문의: 031-942-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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