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람들 - 파주중앙도서관 '책먹는 아이' 영상 제작하는 구진영 박정연 사서
“책 읽고 책놀이 하는 유튜버 사서쌤, 인기짱이예요!”
코로나가 대인간의 만남을 막아도 결코 막을 수 없는 게 있다. 책에 대한 열정을 나누고자 하는 책벌레들의 만남이다. 파주중앙도서관 어린이자료실에서 매주 아이들을 만나 책놀이를 해오던 사서들이 코로나 장벽을 넘어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나섰다. 책놀이 영상을 만들어 도서관 홈페이지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공유하는 것.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시도해보지 않았을 영상제작의 세계로 뛰어든 파주중앙도서관 구진영, 박정연 사서를 만나보았다.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코로나로 어린이 독서프로그램 일시정지 돼
공공도서관 어린이자료실에서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그림책을 읽어주고 그림책 주제와 어울리는 독후활동을 하는 독서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부모가 집에서 그림책을 읽어줄 수는 있지만 그림책 내용에 맞게 독후활동까지 해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매주 주제 도서를 선정해 진행되던 어린이 책놀이 프로그램이 코로나19로 인해 난관에 봉착했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지난 2020년 2월부터 7월까지 파주중앙도서관이 6개월간 임시휴관에 들어가면서 지역민과 함께 해온 도서관 대면활동이 일시정지 된 것이다.
왼쪽부터 박정연 사서, 구진영 사서
매월 1회씩 온라인 책놀이 영상 제작해
지역사회에서 책을 매개로 소통과 만남의 장으로 활약해온 공공도서관은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오프라인 통로가 막히면 온라인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 어린이자료실에서 만나는 친구들을 온라인 세상에서 만나기 위해 구진영 사서와 박정연 사서는 본의 아니게 유튜버로 거듭나게 됐다. 대면 만남이었다면 일회성 행사로 끝났을 책놀이 프로그램이 온라인 영상으로 제작되기 위해서는 영상 기획, 대본 작업과 진행, 촬영과 편집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온라인 책놀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책먹는 아이”다. 파주중앙도서관은 2020년 7월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매월 1회씩 총 17회차에 이르는 “책먹는 아이”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파주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 업로드하고 있다.
맛깔난 편집과 익살스런 효과음으로 재미 더해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던 도서관 활동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줌으로 운영하는 화상모임과 달리 한편의 완성도 있는 영상을 제작해야 하는 일에는 그만큼 품이 많이 든다. 구진영 사서는 매달 주제 도서를 한권 선정한 뒤 어떤 내용으로 책을 소개하고 어떤 독후활동으로 이어갈지 정한 뒤 대본을 작성하고 책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구 사서의 책놀이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아이들이 좋아하게끔 맛깔나게 영상을 편집하는 것은 박정연 사서의 몫이다. 시청 대상이 어린이인 만큼 쉬우면서도 속도감 있게 영상을 구성한다. 시의적절한 효과음과 배경음악, 이해를 돕는 자막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책먹는 아이’ 온라인 파도 타고 멀리 멀리 퍼져
보통 독서프로그램을 대면으로 진행할 때는 참여 가능한 인원이 8명 정도이고 비대면으로 운영할 때도 제작 키트를 고려해 20명까지 신청 접수를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영상으로 거듭난 책먹는 아이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의 파도를 타고 전국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독서프로그램을 신청하지 못했던 아이들뿐 아니라 타지역 어린이들과 도서관 사서들, 학교 선생님들도 ‘책먹는 아이’ 영상을 구독하는 것이다. 구진영 사서는 “책놀이 영상을 통해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분들이 벤치마킹 하고 싶다며 연락을 주셔서 영상의 위력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영상 제작시 주의할 점은 저작권 문제
온라인 책놀이 프로그램의 한계가 한 가지 있다. 그림책의 특성상 저작권 문제로 책 한권을 모두 읽어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구진영 사서는 영상을 촬영하기 전에 해당 출판사에 문의해 영상 제작에 대한 허락을 구한다. 가끔 온라인 소개를 거절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책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동의한다고 한다. 구진영 사서는 “책 표지를 보여주고 책 이야기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어요. 뒷이야기가 궁금한 친구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어보도록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들기 재료는 주변에서 쉽게 구하는 것들로
독서프로그램 신청자뿐 아니라 더 많은 이용자들을 위해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만들기 재료를 정한다. 색종이나 빨대, 종이컵, 페트병 같은 것을 재료로 삼아 만들어진 작품들로는 팝업북이나 카드, 복주머니, 돌아가는 선풍기 등이 있다. 꾸준히 축적된 ‘책먹는 아이’ 영상은 어린이자료실 내에서 비디오로 상영되고 있다.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은 책놀이 영상을 보며 자신이 만들어본 작품이 나오면 더 좋아하고, 또 참가하지 못했던 아이들은 ‘나도 저거 만들어봐야지’라며 자극을 받는다고 한다. 책놀이 영상 자체가 또 하나의 독서콘텐츠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후기 인증샷 보며 보람 느껴
도서관 홈페이지나 인스타 채널에 후기를 남겨주는 ‘찐팬’들이 있다.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먹는 아이’ 영상을 보고 직접 만들어본 후 인증샷을 남기는 것이다. 고정팬들은 그림책을 읽고 느낀 점이나 아이들이 활동하는 모습, 작업한 결과물들을 SNS에 남긴다. 박정연 사서는 “대부분 본인의 SNS에 해시태그를 걸고 인증샷을 올려주시는데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책먹는 아이” 프로그램 리스트
설날 복주머니 만들기 <책 도니조아 아저씨의 돈 버는 방법>
붕어빵 만들기 <애벌레 빵>
자전거 회전목마 만들기 <나의 두발자전거>
마음 컬러링북 만들기 <무슨 검정이게요?>
선풍기 장난감 만들기 <만두의 더운 날>
플라스틱 저금통 만들기 <소원>
그림자 인형극 만들기 <그림자는 내 친구>
전통 두루마리 책 만들기 <책 너는 날>
열기구 모형 만들기 <버찌 잼 토스트>
도서관 스크랩북 만들기 <한밤의 도서관>
나만의 그림책 시상식 <이상한 엄마>
크리스마스 가랜드 만들기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
무대형 팝업카드 만들기 <비빔밥 꽃 피었다>
마스크걸이 만들기 <창문>
이야기나무 만들기 <나무 하나에>
귀신 장난감 만들기 <귀신 안녕>
풍선입체카드 만들기 <여덟 살 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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