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은 유난히 색이 곱고 맑다. ‘친구도 볼 겸 안산으로 가을여행을 가고 싶다’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생각난 곳은 성호기념관과 근처에 있는 이태리식 레스토랑이었다.
단풍이 든 숲 속 옆 가을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시칠리아! 들국화가 그려진 벽화와 마당에 열린 탐스런 감 그리고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소품들. 하지만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리코타 치즈피자를 한 입 먹은 친구는 얇지만 부드러운 피자 맛에 감탄하며 외쳤다.
“와~ 진짜 이태리에 여행 온 것 같아!”
깊어가는 가을, 한적한 안산 식물원 근처에서 즐기는 지중해 식 맛 여행을 소개한다.
자연의 맛을 그대로 살리고
정통 이태리 요리의 특징은 각각의 재료에 들어있는 자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시칠리아의 주인장 이현경 대표는 요리연구가로 특별히 이태리요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는 “이태리 요리를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화에 맞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해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며 “그래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은 자연의 맛, 순수하고 건강한 맛을 그대로 지켜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의 고집이 통한 것일까? 이곳의 음식은 담백하지만 풍성한 맛을 듬뿍 지니고 있다. 그 이유는 재료를 선정하는 까다로움과 음식에 대한 철학 그리고 조리하는 방법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품격 있는 맛, 겸손한 가격에 놀라고
정제되지 않은 이탈리아 산 밀가루 3가지를 조합해 반죽하고 24시간 저온 숙성한 도우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맛이 깊다. 특히 오징어먹물을 이용한 도우는 DHA와 오메가쓰리가 풍부하고 조미료 없이도 감칠맛이 좋다. 이 도우에 자연산 임실치즈와 리코타 치즈를 올려 화산석 화덕에 485℃ 고온에서 구워내 겉만 바삭하고 속은 매우 부드럽다. 맛과 식감도 일품이지만 먹고 난 후 소화가 잘 된다. 리코타 치즈피자를 먹던 친구는 “이렇게 느끼하지 않은 피자는 처음”이라며 “건강해지는 느낌”이라며 신이 났다. 뽀얀 치즈에 초록색 양상추를 가득 올린 피자 한 판 가격은 만원이 조금 넘는다. 맛에 비해 가격이 너무 겸손해 주인장의 맘씨가 궁금해 질 정도였다. 이 대표는 “귀하고 값이 나가는 재료를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이익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부담 없는 가격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자주 찾아오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든 것은 그대로 하고 오직 가격만을 훅~ 내렸다”고 전했다.
파스타의 고향, 시칠리아
해산물이 풍부한 이태리 남부의 섬 시칠리아는 ‘파스타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상록구 이동에 있는 시칠리아 역시 파스타의 맛이 매우 풍성하다. 제철을 맞는 꽃게 한마리를 통째로 올린 꽃게로제 파스타는 한 잎만 먹어도 입안이 완전 뿌듯하다. 만원이 안 되는 가격에 이런 맛이라니. 진한 게살 파스타에 상큼한 야채 피클, 한 입 먹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여유롭게 창밖의 가을풍경에 빠져 보았다. 도심에 숲이 울창하고 그 안에 멋진 공간과 분위기 게다가 근사한 맛의 지중해식 요리에 빠지는 시간은 오랫동안 행복한 추억이 될 듯도 하다.
시칠리아 파스타 소스는 정통 이현경 대표의 자부심으로 이탈리아 남단에서 재배된 롱고바디 토마토 홀을 이용한다. 여기에 호주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소고기와 뉴질랜드 산 버터로 맛을 더하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깊은 풍미를 더한다. 최고의 재료를 이용해 정성을 쏟아 만든
이곳의 음식에는 이 대표의 마음이 담겨있다. “나는 음식을 만들 때, 먹는 사람이 기분 좋아지길 기도하며 만든다. 마음이 행복해 지길 바란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