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내마을영화제 치른 ‘꿈지락 어벤저스(예술 플랫폼 꿈지락 협동조합)’]

99% 이상 주민들의 힘으로 만들어낸 이틀간의 영화축제

이세라 리포터 2018-10-01

지난 9월 8일과 9월 9일은 동천동 곳곳이 들썩들썩했다. 마을 곳곳에서 제1회 머내마을영화제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 영화제는 99% 이상 머내마을(동천동) 주민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영화제다. 영화제에서 빠질 수 없는 레드카펫이 등장했으며, 개막을 축하하는 공연무대,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먹거리와 굿즈도 판매됐다. 또한 시민프로그래머들이 엄선한 영화들은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작은 행사 하나 준비하는 것도 보통이 아닌데, 이틀이나 진행되는 행사, 그것도 엄연히 ‘영화제’를 만들어 내기까지의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궁금했다. 인터뷰를 통해 이 모든 행사의 중심에는 ‘꿈지락 협동조합’(이하 꿈지락)과 핵심 인물들의 협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어벤저스’라고 불렀다.



지역의 문화 예술
어떻게 활성화 시킬까 고민하다 영화제 만들어

머내마을영화제의 시작에는 ‘꿈지락 협동조합’이 있다. 이 협동조합은 지역문화예술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예술플랫폼이다. 이곳의 이선경 대표는 이번 영화제의 총괄위원을 맡은 인물이다.
그녀는 “마을주민들과 문화 예술을 즐기며 조금이라도 여유 있고 행복한 생활을 추구하고 있던 중에 문화 예술을 어떻게 하면 활성화 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영화감상’에 초점을 맞추다 영화제까지 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한다. 이렇게 시작된 영화제를 위해 뭉친 어벤저스들이 총 6명, 이들은 조합원과 비조합원으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이 중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박동주 청년의원(24세)은 영화를 전공하다가 뜻이 맞아 함께 하게 된 경우다. “꿈지락 협동조합의 커뮤니티 아트에 관한 포럼에 참여하면서 이 일에 반하게 되어 참여했고, 영화제를 통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는데 처음 예상과 달리 멋지고 큰 행사가 되어 뿌듯합니다. 그리고 마을 주민의 힘으로만 이뤘다는 점이 그 어떤 영화제와도 구별되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부 받은 빨강색 천과 옷,
주민들이 바느질로 이어 레드카펫 완성

이번 영화제는 가족, 소외된 사람들, 마을, 중년세대처럼 우리 혹은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주제로 펼쳐졌고, ‘소공녀’를 개막작으로 총 26편의 장·단편영화들이 상영됐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축제를 즐겼으며, 갖가지 행사들을 통해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각종 부대행사도 눈에 띄었는데 ‘어벤저스’에게 감동을 주었던 행사는 바로 레드카펫이었다고 한다.
영화제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레드카펫을 결정하고 특이하게도 동네주민들에게 빨강색 천, 옷 등을 기부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동네 장터가 열린 날 장터 마당에 펼쳐놓고 천을 잇는 바느질을 했는데 주민들이 오며가며 한 땀 한 땀 바느질에 동참했고 급기야 8살짜리 어린이도 가세하여 완성했다. 개막식이 열리고 레드카펫이 오픈되자 참가자들은 자신이 꿰맨 부분이나 기증한 부위를 찾아 사진들 찍는 등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퍼포먼스를 해낸 이들은 “주민들의 참여의식이 발현되었고, 예술적인 활동에 동참하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무척 즐거웠고 감동적이었다”고 회상한다.



옆집 이웃이 찍은 1분 영상,
일반인을 영화제로 끌어들여

물론 완성도 높은 영화를 선정하여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의미 있지만, 이번 영화제에서는 동천동 주민이 직접 참여한 영화들이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옆집 이웃이 찍은 우리네 삶이야기’를 주제로 제작한 14편의 1분 영상에서는 새내기 감독들의 번뜩이는 영상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어 이채로웠다.
이들은 3회에 걸쳐 진행된 영상 만들기 워크숍을 통해 1분간의 짧은 영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일반인들도 영상을 찍어보고 싶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비롯된 워크숍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신청하였고 워크숍 내내 그 열기도 뜨거웠다고 한다.
영화 전문가들의 전유물인줄 알았던 ‘영화제’에 일반인을 끌어들이고, 각자의 이야기를 끌어들였다는 점이 기발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완성도도 좋아 관객들의 응원도 많았다고 하니, 결국 ‘일상이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다. 


머내마을영화제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 만들고파

이 밖에도 영화제의 스토리를 듣자면 끝이 없다. 맨땅에 헤딩하듯 동네의 영화인들을 모으는 과정부터 영화 선정, 장소 섭외, 장비 준비, 로고 디자인, 굿즈 만들기, 인쇄, 예산 부족 등등 엄청난 일감에 시달렸다는데, 그래도 이들의 결론은 ‘행복했다’이다. 이 대표는 “저희 어벤저스는 20대에서 50대까지 구성된 팀입니다. 이 일은 ‘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가 핵심이었지만 과정 과정마다 힘든 점이 많았지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서로 아껴가며 팀워크를 발휘 해 여기까지 왔습니다”라고 한다.
이하주 실무위원도 “영화제라는 경험이 전무 했지만, 진행 과정 중 의외의 사람을 만나는가 하면, 오로지 주민들의 협조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큰 의미로 남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동시에 이들은 “2회 영화제도 남의 뒤꽁무니를 쫒아가는 영화제가 아닌 머내마을영화제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잘 지켜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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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라 리포터 dhum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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