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가 서울대에 진학하는가? 아니 진학해야 하는가?’

지역내일 2017-11-24

어떤 학생들이 서울대에 진학하는가?
서울대는 신입생을 수시인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약 75%, 정시인 수능에서 약 25% 선발한다. 문과는 수능 전체문제 중에서 4개 정도, 이과는 6개까지 틀리면 합격할 수 있다. 그럼 75%인 수시는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가? 반에서 1등, 전교에서 1등 같이 일반고에서 서울대를 1~2명 가는 걸 보면 전교 1~2등은 해야 진학 할 수 있는 것만 같다!
그런데 자사고인 용인외고와 하나고의 경우 매년 서울대를 수시로 50~70명의 학생들을 합격시킨다. 합격자의 내신도 1등급대에서 4등급대까지 다양하다. 소위 말하는 전교 1~2등이 아니다. 전교 1등부터 전교 100등까지 골고루 합격한다는 이야기다.


넓고 깊게 공부하라는 의미
서울대의 일반고와 특목고의 선발기준이 다른가? 아니다 같다. 그럼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 도대체 서울대 수시의 선발기준은 무언이고, 서울대가 말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무엇인가?
서울대 아로리(서울대 웹진)에 소개된 한편의 동영상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10여분짜리 이 영상을 잘 보면 오로지 한가지만을 외치고 있다!
“우린 창의적 인재를 원하다구!! 그러니 제발 교과서만 달달 암기하지 말고 넓고 깊게 공부 좀 해!”
벌써 3~4년을 지속적으로 외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좀처럼 믿지 않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
넓고 깊게 공부하라는 이야기가 교과서를 10번 반복하라는 이야기일까? 야자를 새벽 2시까지 더 하거나, 잠을 더 줄이고 EBS문제집을 더 풀면 되는 건가? 엉뚱한 방향으로 노력의 크기를 키워 가는 학생들을 보면 진심으로 안타깝다. 소위 서울대에서 말하는 자신이 주어진 교육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넓고 깊게 공부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양성평등’의 문제 교과서 1장이면 충분할까?
우리가 배우는 생활과 윤리 (비상교육 출판) 80쪽을 펼쳐 보면 ‘양성평등’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양성평등이란 남성과 여성의 두 성이 권리나 의무, 신분 따위에서 차별이 없고, 한결 같음”이라고 정의한다. 이 후 성 정체성과 성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양성평등이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무미건조한 문장으로 마무리 된다.
과연 인류의 기원과 함께 진행된 이 복잡 미묘하고 중요한 양성평등이라는 문제가 교과서 달랑 한 장으로 이해되고 정리될 수 있는 문제인가? 우리는 이런 교과지식만으로 만족해야 되는가? 더 나아가 이 한 장의 내용을 시험에 나온다는 이유로 반복적인 암기를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이러한 지식들을 열심히 암기해서 100점 맞고 1등급이 된 학생을 창의적인 인재라고 부를 수는 없다. 더더군다나 양성평등을 암기로 공부한 인재가 이 사회의 시급한 과제인 ‘양성평등’의 문제를 해결해 줄 진정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양성평등 문제의 현주소는 어떠한지, 우리나라의 어떤 분야와 계층에서 양성평등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건지, 이러한 양성평등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사람과 집단은 어디에 있는지, 선진국의 양성평등 사례는 어떠한지, 현실적인 양성평등을 위한 실천사례와 행동전략은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해 스스로 찾아보고 발표하는 수업과 공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교육이 사회문제를 ‘암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공감’하고 ‘대안’을 찾는 교육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그래서 교과서의 지식만 반복하고 그 지식만을 확인하는 활동과 평가는 사라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대는 이런 비판의식과 대안이 넘치는 학생들이 진학해야만 한다. 이것이 내가 학종을 지지하고 강조하는 이유다.


고수남 원장운정 열린고등부학원 원장
파주 열린학원 대표이사

문의 031-947-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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