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구 논현 1동 문화복지관이 시선을 모으고 있다.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주민 각각의 눈높이에 맞는 강좌로 주민들의 만남의 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
의 중심에 지난 1월부터 업무를 시작한 김지영(46) 관장이 있다.
“동사무소는 백화점 문화센터도, 학원도 아닌 지역 커뮤니티센터여야 해요. 주민들에게 나
의 공간, 우리의 공간이죠. 또 주부들에게는 경력관리 차원에서, 사회와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곳으로 활용될 수도 있어요. 여기 생활문화교실에 발 하나를 담궈 놓는 건 곧 사회와 연결되는 한 방법이에요.”
우리의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건 무엇보다 새로운 강좌였다. 말 그대로 실용적인 프로그램.
‘ABC 간판읽기’ 강좌는 이런 고민 끝에 탄생했다.
“처음에는 기초, 중급, 고급 영어로 되겠다 생각했죠. 그런데 영어의 홍수 속에서 정작 어
디에도 속할 곳이 없는 분들이 적지 않은 거예요. 자식들을 유학까지 보낸 어른인데 알파벳
을 모르시더라구요. ‘폴로’ 옷을 입고 ‘Polo’를 못 읽는 거죠. 그때 아, 체면을 버리고 실리로 가야겠구나 했어요.”
지금까지 수없이 들었을 ‘DJ’가 어떻게 해서 ‘김대중’의 약자가 되었는지, ‘메이드 인 코리아’를 읽고 나선 ‘아, 그 소리였구나’하며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단다. 영어를 모르면 바보가 되는 시대에 이렇게 간단한 영어조차 모르는 소외된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평범함이 가진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가족앨범’이라는 강좌도 있다.
“사진으로 만든 가족의 역사죠. 옛날사진을 복사해 와 정리하는 거예요. 엄마 쪽으로는 외
할머니, 외할아버지, 이모로 이어가고 아빠 쪽으로는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등으로 이어가죠. 결혼한 후의 가계도까지 스토리를 만들 수도 있구요. 아이가 장가갈 때 선물로 주면서 다음을 이어갈 수도 있구요.”
이 강좌를 포함해 총 40여개(여기에는 물론 메이크업 등 취미강좌도 많다)에 달하는 강좌에
는 또 다른 독특함이 있다. 김 관장이 직접 기획했다는 사실과 강의 끝나기 10분 전에는 모
두 청소를 해야 한다는 점.
“영리를 목적으로 기능을 가르치는게 아니잖아요. 우리 것이니까 썼으면 청소도 해야 한다
는 거죠. 공동체가 거창한 것이 아니거든요. 이렇게 세금으로 하드웨어는 근사하게 준비되어 있으니까 안을 채우는 건 같이 해 나가자는 거죠.”
김 관장은 논현 1동 복지관이 세상으로 열린 창이 될 수 있도록 할 작정이다. 이 길에서 부
모들까지 변화시키는 청소년들은 김 관장의 든든한 희망이다. 그리고 방향이 잡히면 빨리
본업인 (복지법인) 영산(그는 현재 사무국장이다)으로 돌아가 노인복지업무에 집중할 생각
이다. /손정미 기자 jmshon@naeil.com
주민 각각의 눈높이에 맞는 강좌로 주민들의 만남의 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
의 중심에 지난 1월부터 업무를 시작한 김지영(46) 관장이 있다.
“동사무소는 백화점 문화센터도, 학원도 아닌 지역 커뮤니티센터여야 해요. 주민들에게 나
의 공간, 우리의 공간이죠. 또 주부들에게는 경력관리 차원에서, 사회와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곳으로 활용될 수도 있어요. 여기 생활문화교실에 발 하나를 담궈 놓는 건 곧 사회와 연결되는 한 방법이에요.”
우리의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건 무엇보다 새로운 강좌였다. 말 그대로 실용적인 프로그램.
‘ABC 간판읽기’ 강좌는 이런 고민 끝에 탄생했다.
“처음에는 기초, 중급, 고급 영어로 되겠다 생각했죠. 그런데 영어의 홍수 속에서 정작 어
디에도 속할 곳이 없는 분들이 적지 않은 거예요. 자식들을 유학까지 보낸 어른인데 알파벳
을 모르시더라구요. ‘폴로’ 옷을 입고 ‘Polo’를 못 읽는 거죠. 그때 아, 체면을 버리고 실리로 가야겠구나 했어요.”
지금까지 수없이 들었을 ‘DJ’가 어떻게 해서 ‘김대중’의 약자가 되었는지, ‘메이드 인 코리아’를 읽고 나선 ‘아, 그 소리였구나’하며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단다. 영어를 모르면 바보가 되는 시대에 이렇게 간단한 영어조차 모르는 소외된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평범함이 가진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가족앨범’이라는 강좌도 있다.
“사진으로 만든 가족의 역사죠. 옛날사진을 복사해 와 정리하는 거예요. 엄마 쪽으로는 외
할머니, 외할아버지, 이모로 이어가고 아빠 쪽으로는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등으로 이어가죠. 결혼한 후의 가계도까지 스토리를 만들 수도 있구요. 아이가 장가갈 때 선물로 주면서 다음을 이어갈 수도 있구요.”
이 강좌를 포함해 총 40여개(여기에는 물론 메이크업 등 취미강좌도 많다)에 달하는 강좌에
는 또 다른 독특함이 있다. 김 관장이 직접 기획했다는 사실과 강의 끝나기 10분 전에는 모
두 청소를 해야 한다는 점.
“영리를 목적으로 기능을 가르치는게 아니잖아요. 우리 것이니까 썼으면 청소도 해야 한다
는 거죠. 공동체가 거창한 것이 아니거든요. 이렇게 세금으로 하드웨어는 근사하게 준비되어 있으니까 안을 채우는 건 같이 해 나가자는 거죠.”
김 관장은 논현 1동 복지관이 세상으로 열린 창이 될 수 있도록 할 작정이다. 이 길에서 부
모들까지 변화시키는 청소년들은 김 관장의 든든한 희망이다. 그리고 방향이 잡히면 빨리
본업인 (복지법인) 영산(그는 현재 사무국장이다)으로 돌아가 노인복지업무에 집중할 생각
이다. /손정미 기자 jmsh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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