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양문고 주엽점 갤러리카페에서 이색(?) 콘서트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5월에 진행된 ‘낭독 강의’에 이어 진행된 ‘낭독 콘서트’는 진실한 목소리가 얼마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지 그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해 주었다. 이 날 콘서트에서 잔잔한 감동을 준 사람들은 낭독봉사모임 ‘책 읽는 사람들’. 이들은 정발산동에 위치한 녹음 스튜디오 ‘소리와 사람들’에서 녹음한 오디오테이프를 일산 시각장애인연합회를 통해 경기도 7개 시 복지관에 전달하고 있다.
성우들의 재능기부로 시작
‘책 읽는 사람들’은 ‘소리와 사람들’ 장영재 대표의 재능기부로 시작됐다. 지난 2004년 문을 연 ‘소리와 사람들’은 광고 홍보나레이션, BGM작업, 기타 오디오 컨텐츠 제작, 노래 및 이벤트녹음 등을 전문으로 하는 녹음공간이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 30세에 성우의 길로 들어선 경력 17년 차 현직 성우이기도 한 장 대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낭독봉사가 각 복지관을 통해 제작이 되지만 봉사자 한 분이 한권의 책을 다 녹음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또 단지 활자를 전달하는 단순한 낭독이 대부분이어서 글 속의 감정을 오롯이 전달하는 입체적인 오디오를 제작해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모임을 만들었어요”라고 한다.
현재 ‘책 읽는 사람들’은 고양시자원봉사센터 수요처로 등록이 되어 있으며 봉사 포인트도 적립가능하다. 회원은 30여 명 정도로 대부분 직장인들이라 매월 1회씩 ‘소리와 사람들’녹음실에 모여 연습과 녹음을 진행하는 모임을 4년째 이어가고 있다. ‘책 읽는 사람들’ 낭독 봉사모임은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는 좋은 생각 반을, 둘째 주 화요일에는 동화 반을, 셋째 주 금요일에는 60세 이상의 실버들로 구성된 시낭송 반을 진행하고 있다. 낭독봉사 신청자는 3개월간의 기본적인 낭독교육-낭독법, 화술 등을 교육받게 되며, 5기 낭독봉사자 교육이 지난 9월에 마무리되었다.
짧은 글부터 소설까지 녹음해 시작장애인들에게 전달
지난 토요일, 주말의 휴식도 반납한 채 ‘소리와 사람들’ 녹음실에 모인 회원들은 다가오는 12월에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로 오디오 드라마와 노래를 제작하기 위해 좋은 생각 반, 시 낭송 반, 동화 반 회원들이 함께 모였다. 장영재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녹음 봉사는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지만 대개 한 사람이 단조로운 톤으로 빠르게 녹음한 책을 서비스 받고 있고 음성 도서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것도 요즘 책은 거의 드물고 오래 전에 출간된 책들이 대부분 이죠”라고 한다. 이에 회원들도 한 목소리로 말한다. “저희가 낭독해 녹음한 오디오테이프가 시각장애인 분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해요. 그런 말을 들으면 힘이 나죠. 좀 더 좋은 내용을, 좀 더 드라마틱하게 감동적으로 전해드리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요. 주말의 휴식을 반납할 만큼 보람 있고 행복한 작업입니다.” 소리 내어 읽는 목소리의 감동, ‘책 읽는 사람들’이 펼치는 아름다운 봉사에 박수를 보낸다. 책 읽는 사람들 낭독봉사 신청은 010-8757-0716(김민영 홍보이사)으로 하면 된다.
미니인터뷰
평소 책 읽기 봉사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지인을 통해 이 모임을 알게 됐어요. 서울 쌍문동 에서 일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작은 여행을 한다 생각하면서 기쁘게 옵니다. 처음에는 읽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소리와 사람들’의 전문 녹음시스템을 활용해서 낭독 봉사를 한 다는 게 의미 있습니다. (김민영씨)
낭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터라 그런 단체를 찾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어렵게 이곳을 찾았죠. 저는 동화반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보이스 액팅에 무척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 재미난 컨텐츠를 만들어주는데 의미가 있어 주말 서울 강남에서 달려오는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김영재씨)
저는 성우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친구가 이곳을 알려줘서 동화반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동화를 읽다보면 힐링이 저절로 돼요. 조카가 셋 있는데 동화를 읽어주면서 제 자신이 더 도움을 많이 받아요. 이곳에 와서 교육을 받으면서 제 발성의 단점도 알게 되고 꿈을 찾아가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게 돼 보람을 느낍니다. (송귀혜씨)
저는 2년 전 내일신문 기사를 보고 ‘책 읽는 사람들’을 알게 됐어요. 지난 8월 교직에서 은퇴 후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다 ‘좋은 생각 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멀리서 오시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근거리라 좋고(웃음) 봉사의 보람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박정음씨)
이곳을 모르고 그냥 지나친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낭독의 즐거움에 푹 빠져 있습니다. 주변에서 목소리가 좋다는 소리를 듣곤 했지만 정말 좋은가 생각만 하다 제 장점을 살려 봉사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곳에 와서 제 목소리의 장점과 단점을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아요. (배미자씨)
저는 지혜의 숲 권독사와 인연이 되어 이 모임에 함께 하게 됐어요. 모임을 알게 되자마자 바로 와서 벌써 1년이 됐네요. 이곳에서 또박또박 읽는 것만이 아닌 내 안의 것을 전달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됐어요. 시각장애인들에게 직접 다가갈 기회는 없지만 이런 봉사를 통해 의미를 공유한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유현씨)
저는 이제 3개월 차 된 신입회원입니다. 저도 연신내에서 오지만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 인터넷도 검색하고 이리저리 모임을 찾다가 이곳을 알게 돼 즐겁게 참석하고 있습니다. 아직 연습을 많이 해야 하지만 녹음실에서 직접 녹음해보고 내 목소리를 들으면서 장점과 단점을 알아가는 과정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지승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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