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유행·생활패턴도 바꾼다

헤어·패션 스타일 변신 이끌어 … 귀가 빨라져 가족 환영

지역내일 2002-06-07 (수정 2002-06-07 오후 3:37:38)
우리나라의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월드컵 경기가 시민들의 생활패턴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머리모양이나 패션스타일 등 유행도 바꾸고 있다.

◇‘베컴 머리’ 인기= 잉글랜드 대표팀 데이비드 베컴의 ‘닭벼슬 머리’가 머리 스타일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청담동 한 미장원에 근무하는 서지영(30)씨는 “며칠 전부터 ‘베컴 머리’를 해달라는 젊은 남자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베컴의 ‘닭벼슬 머리’는 록그룹 멤버들이 즐겨하는 펑키 스타일의 일종으로 앞머리는 약간 길게 하고 옆머리는 자연스럽게 층이 지도록 짧게 깎으면 된다.
안정환 선수가 선보인 ‘아줌마 파마’도 축구팬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잘생긴 외모에다 결혼반지에 입 맞추는 골 세레모니가 유행하면서 안정환 선수의 머리 스타일을 따라하겠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붉은악마의 “Be the Red’s” 셔츠가 대대적인 선풍을 일으킨 데 이어 축구화 패션도 젊은이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캐주얼한 반바지에 축구화를 신은 패션이 유행하면서 신촌과 압구정동 등에서 축구화 모양 신발을 신고 거리를 누비는 여성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신림동에 사는 이정화(23)씨는 “월드컵 열기에 맞춰 친구들과 함께 축구화를 사 신었다”며 “심플한 스타일에 발에도 편해 앞으로도 애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빼미족도 늘어= 승부의 묘미를 조용히 안방에서 즐기려는 직장인들의 퇴근시간이 빨라지는가 하면 밤늦은 시간까지 텔레비젼 앞을 떠나지 않는 ‘월드컵 올빼미족’도 부쩍 늘었다. 이로 인해 유흥업소와 일부 관광지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관련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은행업에 종사하는 박영하(28)씨는 6일 “한국전이 열리는 4일은 물론 10일과 14일에도 모든 약속을 취소했다”면서 “이날 만나자고 연락을 하는 친구는 오히려 왕따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려고 남편들의 귀가시간이 빨라지자 가족들도 ‘월드컵 신드롬’을 실감하고 있다. 주부 김모(37)씨는 “거의 매일 술자리를 갖던 남편이 월드컵 시작 이후 상당히 빨라졌다”면서 “초등학생 아들도 아빠와 함께 응원하는 게 너무나도 신이 난 모양”이라고 즐거워했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강원도 춘천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장영길(51)씨는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의 MT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인데도 월드컵으로 인해 손님이 거의 없다”면서 “6월 한달 동안은 나도 문을 닫고 조용히 월드컵을 구경해야 할 판”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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