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좋아진 '일산 호수공원' 얼마나 아시나요?]

호수에 숨겨진 정화 장치의 '비밀을 풀어라!'

지역내일 2017-06-23 (수정 2017-06-23 오전 12:42:54)

사방이 아파트 숲으로 가로 막힌 일산. 만일 일산에 호수공원이 없었다면?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나날이 푸르러 가는 메타세쿼이아 나무 사이로 탁 트인 호수를 바라보며 산책하는 것은 고양시민만이 누리는 특권일 것이다. 1996년 개장 당시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던 공원은 이제 녹음으로 신록이 우거지고 황량했던 호수에는 맑은 물이 찰랑댄다. 육안으로도 바닥이 훤히 보일만큼 깨끗해진 호수는 실제로 수질검사에서 연속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녹조문제로 4대 강이 신음하고 있는 요즘. 호수공원의 수질 관리 비결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호수공원 관리자와 함께 공원을 둘러보며 그 비밀을 엿들어 보았다.


호수공원은 호수 한가운데 달맞이 섬을 경계로 자연호수와 인공호수로 나뉜다. 인공폭포와 분수가 있는 남쪽이 인공호수이다.


수질 검사 '합격점'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매우 좋음'. 총 질소(T-N) '좋음' 총 인(T-P) '매우 좋음'.
지난해 말 실시한 수질 분석 시험 결과 호수공원은 평점 A수준의 성적표를 받았다. 호수공원은 매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검사를 의뢰하는데 지난해 12월 현재 COD가1.5mg/L, T-N가 0.247mg/L, T-P가 0.004mg/L으로 '매우 좋음' 또는 '좋음' 수준을 고르게 유지했다. 이는 지난 2014년보다 크게 개선된 수치로 당시에는 COD가 2.4mg/L, T-N이 0.7mg/L, T-P가 0.115로 '나쁨' 수준이었다. 호수공원 수변공원 김점빈 팀장은 "수질오염의 주범인 조류가 발생하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자연 발생하는 영양분이야 말로 가장 큰 문제가 됩니다. 물에 영양분이 너무 높으면 조류가 발생하는데 T-N과 T-P가 바로 영양분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죠. 이 두 수치를 낮추는 것이 호수 수질 관리의 핵심이며 2014년에 비해 크게 호전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라고 말했다.


인공폭포와 분수는 맑은 물 '비밀병기'
호수공원은 인공호수와 자연호수로 이뤄져 있다. 인공호수의 경우 모두 23만㎡이며 자연호수까지 합하면 30만㎡로 동양 최대 규모 호수다. 그렇다면 호수공원의 물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바로 한강이다. 자양취수장에 원수로 취수된 한강 물은 땅 속 주철관을 통해 공원으로 공급된다. 호수공원의 전체 담수량은 45만㎥인데 매일 2천500㎡의 한강물이 호수로 유입된다. 유입된 물은 또 하루 1천㎡가량 공중으로 증발되어 적정한 담수량이 유지되는 것이다. "수질관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가둔 물을 얼마나 잘 회전시키느냐 입니다. 물이 정체되면 조류가 생기기 쉽기 때문인데 한강물을 매일 유입시키는 방법 외에도 별도로 순환수처리시설을 가동, 호수 물의 순환을 돕고 있지요"라고 김 팀장은 말한다. 실제로 '월파정'이라는 팔각정 근처에 펌프를 두어 인공호수를 돌던 물이 펌프 관을 통해 순환수처리시설로 이동하는데 이곳에서 조류 제거 작업 등을 거친 뒤 펌프 반대편에 있는 위치한 인공폭포로 다시 흘러나온다. 인공폭포가 단순히 경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조류 조성 방지에도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호수에 치솟는 분수 역시 인공폭포처럼 경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물이 호수로 낙하하면서 수중 용존 산소량은 자연스레 높아지는 데 그 숨겨진 기능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친환경으로 수질 개선한다!'
호수공원을 둘러보면 군데군데 누런 찌꺼기들이 물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명 남조류인데 남색을 띠고 있으며 현재 녹조 현상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김 팀장은 "녹조는 △높은 수온 △영양분 과다 △물의 정체 등 3개 조건이 충족될 때 발생하게 된다. 수온은 제어할 수 없으므로 보통 물의 순환과 영양분 억제에 최적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라고 말한다. 호수공원이 현재까지 취한 녹조 예방 및 제거 방법으로는 응집제 투입과 준설작업이 주를 이뤘다. 물에 응집제를 넣어 오염물 제거를 쉽게 하는 한편 바닥에 쌓인 찌꺼기를 거둬내는 준설작업도 꾸준히 펼쳤다. 호수 위에 떠다니는 보트 같은 기구가 바로 준설기구이다. 호수공원 측은 지난해 말부터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상용화되어 있는 나노 버블 발생장치를 시범 설치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로 나노 버블 설치 이후 영양분의 지표인 총 질소와 총 인은 각각 85%, 91%가 줄었다. 이들 나노 버블 발생장치는 현재 한울광장 근처에 설치되어 있으며 매일 150톤가량의 공기를 물속으로 배출, 호수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다. 김 팀장은 "나노 버블의 핵심은 버블이 터지면서 발생하는 산소입니다. 버블의 사이즈가 크면 물 위에서 터지지만 작으면 작을수록 수중에 머물면서 용존 산소량을 높이게 되죠"라며 "용존 산소량이 는다는 것은 수중 생태계 복원에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미생물이 활성화되면서 식물성 플랑크톤인 녹조를 처리하게 되는 것이지요"라고 말한다. 특히 이 시설은 친환경적으로 수질 개선을 할 수 있는 대안으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달맞이 섬 인근을 자세히 살펴보면 인공호수와 자연호수를 구분하는 낮은 벽을 확인할 수 있다. 자연호수에 핀 연꽃들. 


'자연 호수'의 존재를 알고 계신가요?
많은 사람들이 호수공원의 호수는 모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잠시 살펴만 봐도 전체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자연호수는 인공 호수와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호수 중간에 떠있는 달맞이 섬을 경계로 원마운트쪽으로 향한 6만8000㎡의 규모의 천연 호수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6월이면 호수 한 가운데 온갖 연꽃이 만발하고 수변 언저리에는 인공호수에서는 볼 수 없는 수생식물들이 가득하다. 청둥오리나 물고기떼 그리고 거북이 등 다양한 생물도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다. 식물과 동물이 상생하는 생태계가 완벽하게 구현된 곳. 그곳이 바로 자연호수다. 인공호수와 마찬가지로 자연호수도 녹조가 발생하지만 약품이나 버블 장치 가동 등 일체 인간의 간여가 필요 없다. 식물성 플랭크톤인 조류는 수생 식물의 영양분이 되는 한편 동물성 플랑크톤의 밥이 된다. 호수 내 용존 산소량은 늘 적정선이 유지되어 미생물은 계속 번식하고 찌꺼기는 자동 분해된다. 자연은 인공과 달리 스스로 정화하는 신비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한때 인공호수도 자연호수처럼 가꾸자는 이야기가 있었지요. 하지만 연꽃을 심는다고 생태계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인공호수 바닥이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막대한 시간과 예산이 소요됩니다"라며 "인공호수도 친환경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자연호수와 조화를 이루며 어울려 상존하는 일이지요"라고 김 팀장은 강조했다.


김유경리포터 moraga2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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