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의 대표적 젊음의 거리 웨스턴 돔에 가면 누구나 한 번쯤 들렀을 가게 하나. 이곳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만큼 일산에서 제법 유명한 분식점. 바로 ‘오빠네 옛날 떡볶이’다(이하 오옛떡). 오옛떡은 맛도 맛이지만 기부를 많이 하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오옛떡 대표 백동민씨를 만나 ‘음식’과 ‘기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신선한 재료라면 돈이 문제인가요!
오빠네 옛날 떡볶이는 이름 그대로 ‘옛날’에 즐겨 먹던 추억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것이 오래 전 학교 앞 분식점에서 먹어봤던 바로 그 맛이다. “특별한 비법이랄 것은 없어요. 고추장이랑 물엿 등 일반적으로 알려진 양념을 사용해 소스를 만들어요.” 벌써 6년째 웨스턴 돔에서 떡볶이를 만들고 있는 백씨. 그만의 특별한 영업 비밀을 계속 캐묻자 “다만 원칙이 있다면 매일 신선한 재료를 공수해 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백씨의 하루는 이른 아침 신당동과 신촌에서 배달된 재료를 손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높은 배송비를 부담해 가면서까지 원재료를 서울에서 배달 받는 데는 그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다. “남들보다 조금은 더 비싼 재료를 사용하지만 맛이란 것은 또 그 이상의 가치를 합니다.” 당연한 말 같지만 그의 장사철학은 그렇게 통했고 현재 일산점 외에도 부천, 철산 등 경기도 내 6곳에 점포를 낼만큼 그는 성공을 거뒀다.
오직 한길만 걸어온 23년 떡볶이 인생
“길 위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이 벌써 23년째에요. 처음엔 친구를 도와 군고구마 장사로 시작했는데 제법 벌이가 좋았죠. 하지만 겨울 한 철 장사이다 보니 오래할 수도 없고 모아 둔 돈을 털어 작은 트럭을 구입해 떡볶이 장사를 시작하게 된 거죠.” 신촌지역에 자리를 잡고 노점을 한 세월이 8년. 그 시절 생계를 위해 노점을 했던 많은 이들의 삶이 그러했듯 백씨의 삶도 녹녹치 않았다. 노점상들의 텃새와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단속을 견뎌내며 그는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해 마침내 신촌에 자신의 가게를 갖게 됐다. “장사가 제법 잘 됐어요. 거기서 9년 동안 장사를 했고 많은 단골이 생겼죠. 제 떡볶이를 먹어 본 사람이 아마 수 천 명은 될걸요. 2011년 즈음인가. 문득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같이 일했던 직원에게 가게를 물려주고 일산으로 들어오게 되었죠.”
기부하며 나도 성장
웨스턴 돔 오옛떡에 가 본 사람이라면 가게 한 켠에 마련 된 비디오를 한 번 쯤 눈여겨보았을 것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백씨가 사회에 내 놓은 기부 내역들이다. 처음엔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지만 자신의 기부를 홍보하는 데는 그만의 이유가 있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기부를 계속하겠다는 세상과의 약속이에요. 또한 다른 사람들도 기부의 보람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에 공개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백씨는 기부란 것이 꼭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강조한다. “어릴 적 어머님이 ‘봉사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는데 그 때문인지 노점을 시작하면서부터 기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혹시 기부라는 것이 중독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기부를 시작하면서 삶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백씨. “중간에 기부를 중단하는 것은 시작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받는 이를 실망시킬 수 없으니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되고 오히려 내 주위 사람들의 삶도 더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백씨가 운영하는 가게에는 많은 직원들이 있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하다가 대부분 직원으로 전환하는데 그 이유는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넉넉한 월급과 친구 같은 직장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기부하면서 내 식구도 못 챙기는 건 어불성설이죠.” 직원 중에는 그에 대한 믿음 때문인지 군대 갔다 다시 돌아온 친구들도 몇 있다. 오랜 세월 함께 달려 온 믿음직한 직원들에게는 점포 운영권도 아낌없이 넘긴다. 어렵게 번 돈인 만큼 더 가치 있게 쓰고 싶다며 지금도 무려 1년에 7천 여 만원을 학교 등에 기부하고 있는 백씨. “얼마 전 가게에 저금통을 들고 와 기부에 보태달라는 숙녀분이 계셨어요. 저의 뜻을 믿어 주신 게 너무 감사하고 기부를 실천하는 그분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이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은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다 떡볶이입니다. 떡볶이 만드는 게 쉬워 보이지만 사실 참 힘든 일이에요. 불 조절도 중요하고 떡을 끓이는 시간 조절도 매우 중요해요. 20년 넘게 떡볶이에 인생을 바쳤지만 여전히 쉽지 않죠. 제가 내 자신과 한 기부 약속처럼 언제나 맛있는 추억의 떡볶이를 만들 것을 약속드립니다.” 기부에 중독 된 떡볶이 사장의 멋진 약속이다.
김유경리포터 moraga2012@gma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