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이탈리안 요리 대신 이탈리아에서 대중적인 이탈리안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 바로 정발산동 동네 어귀에 위치한 이탈리안 오스테리아 ‘감성주방 by 형’이다. ‘요리는 새로운 도전이고 설렘’이라고 말하는 이형석 오너 셰프를 만나 그의 개성 넘치는 요리 이야기를 들어본다.
입구에 손바닥 새김 액자로 정성 다짐해
정발산동 동네 어귀에 위치한 이탈리안 오스테리아(간이식당 겸 선술집) ‘감성주방 by 형’의 이형석 오너 셰프는 자신의 손바닥을 주물로 찍어 가게 입구에 걸어두었다. ‘셰프의 손으로 정성껏 만든 음식만을 손님에게 대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한다. 셰프의 길로 들어서면서 다짐한 초심 그대로 이형석 셰프는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든다. 육수를 직접 우려내는 것은 기본이고 20시간씩 공들여 베이컨을 직접 훈제하고 이탈리안 요리에 자주 들어가는 라구 소스도 완제품을 쓰면 편하겠지만 갈아놓은 소고기에 레드 와인을 넣어 10시간씩 졸여가며 직접 만들어 쓴다고 한다.
“가끔 주변의 셰프 선배님들이 말씀하세요. ‘그렇게 요리하다가는 몸이 남아나질 않겠다’고. 하지만 맛의 미묘한 차이는 정성을 다한 손끝에서 나오는 만큼 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요.”
체대 진학 포기하고 요리사의 길로
이형석 셰프는 고3 때 체대 진학을 앞두고 우연히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요리를 처음 접했다고 한다. “그때 스테이크 파트에서 일하게 됐는데, 요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제게 요리는 놀랍도록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미래의 안정적인 직업보다는 우선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갈 것을 결심한 그는 체대 진학 대신 레스토랑 주방에서부터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요리라는 일이 참 신기한 일이더라고요. 제가 만든 음식을 드신 손님들이 맛있다고 말씀해주시면 그것만으로도 모든 걸 보상 받은 기분이었어요. 한번은 어떤 손님이 냅킨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셔서 고마워요’라는 메모를 써주신 적이 있어요. 지금도 그 순간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이형석 셰프에게 감동으로 다가온 손님이 한 분 더 있었다고 한다. “감성주방을 오픈하기도 전에 찾아오셔서 단체 예약을 하신 분이 있었어요. 음식이든 술이든 그분께 아무것도 보여드린 게 없는데, 가게를 준비하는 제 모습을 보고 저를 믿고 예약을 하신 거죠. 실제 오픈 당일 친구들과 함께 오셔서 즐겁게 식사하고 가셨어요. 그 후로도 단골손님이 되셔서 종종 들르시며 가족과 친구들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합니다.”
재료 본연의 맛 찾아주는 요리 만들고파
“요즘 요리는 첫 입맛에 맛있게 느끼게끔 하려고 향신료와 조미료를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요. 근데 그런 요리를 먹고 나면 처음에는 맛있지만 나중에는 속이 부담스럽고 짠맛 때문에 물을 자주 찾게 되죠. 저는 요리를 배우면서 겉으로 꾸며진 맛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을 찾아주는 요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레스토랑 주방을 거치면서 요리를 배운 그는 우연한 계기로 청담동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됐다고 한다. “지금은 이런 구분이 없어졌지만 십여 년 전에는 프렌치 스타일과 이탈리안 스타일의 요리가 양대 산맥처럼 나뉘어 있었어요. 프랑스 요리는 버터와 소스를 진하게 써서 무거운 맛을 내는 반면 이탈리아 요리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쪽이었죠.”
요리사로서 중대한 선택의 순간에 직면한 그는 수년 간 쌓아온 요리 지식들을 정리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결정했다고 한다. “처음엔 강렬하지만 금방 질릴 수 있는 맛보다는 먹을수록 좋아지는 요리를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개성 넘치는 독특한 메뉴들의 변신
이 셰프의 주방에는 메뉴 이름부터 독특하다. 아마트리 치아나, 꼬제, 라구파파델레, 비프스트라제티 등 일반적인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볼 수 없는 메뉴들이 즐비하다. 이중 감성주방의 베스트 메뉴는 라구크로스티니와 파케리 파스타이다. 라구크로스티니는 바게뜨 빵에 라구 소스를 얹은 요리이고 파케리 파스타는 고급 식재료인 포르치티 버섯과 트러플 오일로 만든 파스타로 ‘감성주방’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요리라고 한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제철 재료를 주로 사용하는 이 셰프의 주방에는 메뉴들이 늘 새롭게 변신한다. 봄철에는 신선한 봄나물 파스타, 장어철에는 장어 파스타, 겨울에는 매생이 굴 파스타와 무 파스타 등 독특한 요리가 등장한다.
열린 주방에서 손님과 소통하며 요리해
‘감성주방’이라는 상호만큼 이곳은 요리사의 공간인 주방이 크고 길게 자리 잡고 있는데 딱 그 길이만큼 손님용 바가 맞은편에 마련돼 있다. 혼자 오는 손님들은 주방이 훤히 내다보이는 바에 앉아 셰프에게 말을 건다.
“저희 집에 단골로 오시는 분들은 1주일에 한 번씩은 들르세요. 지나가던 길에 목을 축이러 들르기도 하고, 간단히 요기하면서 잠시 쉬었다 가시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셰프와 단골손님은 친구가 된다. “제가 만든 음식을 좋아해주고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손님들이 있다는 게 저로서는 참 행복한 일입니다.”
주로 오후 시간대에 운영되던 감성주방은 올해부터 감성주방 브런치 예약제를 시작했다. 오전 11시 반부터 3시까지 30분 단위로 브런치 손님을 예약 받아 정성껏 브런치 요리를 대접한다고 한다. 감성주방의 브런치 메뉴는 파스타나 스테이크, 그라탕에 샐러드와 커피가 곁들여진다.
위치– 일산동구 일산로 394번길 19-3
영업시간 – 오전 11시 30분부터
문의 – 031-814-9476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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