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전통음식연구소’ 장혜교 대표]

건강한 식생활의 기본은 우리 전통 된장, 고추장입니다

이난숙 리포터 2016-11-28

대화역에서 가좌동 방향으로 차로 불과 2분 여 만에 아파트와 상가가 밀집된 번화가의 분위기와 상반된 전원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길 끝에 만난 ‘미연전통음식연구소’는 우리 전통 된장과 고추장, 간장, 장아찌, 발효음식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지난 2014년 문을 열었다. 



필요에 의해 배우고 익히다 보니 전문가 되다
‘미연전통음식연구소’ 장혜교 대표는 결혼 전 은행원으로 일했다. 그때는 장을 직접 만들어 기는커녕 요리도 그와는 거리가 멀었던 일. 하지만 결혼을 하면서 고향 부산을 떠나 남편 따라 서울로 오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거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고 해보지 않은 부엌살림에 막막하던 차였다.
“하지만 당장 급하고 필요하니 저절로 하게 되더라고요. 더구나 쌍둥이 아들을 혼자 키우면서 이유식이며 간식을 직접 만들다 보니 음식 솜씨도 늘고 또 생각보다 저한테 손맛이 좀 있는지 식구들 반응도 꽤 괜찮았고요.(웃음)” 김치도 직접 담가보니 제법 맛이 있었고 그래서 더 요리에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만들어보곤 했다.
필요에 의해 음식 솜씨가 진일보한 것 외에 그녀의 변화는 또 있었다.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멀리 있어 외롭던 서울 생활을 견디게 해준 것은 바로 이웃들. 아파트에 살면서 같은 또래의 주부들과 친해지면서 동네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면서 내성적인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만나서 차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좀 더 발전적으로 동네문화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 나서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한 번 빠지면 열심히 매진하는 면이 있다는 그는 동네의 일과 쌍둥이 아들의 학부모로 학교 일에 참여하면서 알찬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아이들 학교 도서관에서 봉사를 하다 보니 도서 대여가 체계적이지 않다보니 관리도 힘들고 책 분실이 많았어요. 효율적인 방법을 찾다가 책에 바코드를 붙이면 전산으로 대여 관리가 잘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바코드 작업을 했어요. 이것이 시초가 돼 지금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도서 바코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으니 뿌듯하고 보람이 있지요.” 



10여 년 김치 사업하면서 배운 노하우로 ‘전통음식’ 연구에 나서
여린 외모와 달리 하고자 하는 일에는 추진력 있고 노력파인 장 대표는 결혼 후 발견한(?) 손맛을 살려 10여 년 넘게 김치사업도 했다. 김치사업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아이들 학교 일과 동네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그는 가좌마을 3단지 아파트 부녀회장을 맡아 전국적으로 유명한(?) ‘부녀회’를 이끌기도 했다.
“동네일에 관심을 갖고 이런 저런 제안을 낸 것이 실제로 실천돼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어요. 그러다 아예 부녀회장을 맡으라고 주변에서 밀어붙이니까 어쩌다 부녀회장이 됐죠(웃음).”
일단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하자는 주의라 부녀회장도 대충 하긴 싫었단다. 우선 부녀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벗고 싶었다. “돈이 오가는 일이라 부녀회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먼저 투명성을 강조했죠. 알뜰장 사용료 등 현금을 주고받는 일을 일체 없애고 모두 통장으로 입출금이 되도록 하니까 따로 계산할 필요도 없고 통장에 다 기록이 남으니 뒷말이 있을 수 없죠. 또 입출금 내역을 매월 입주자들에게 공개했어요. 꽤 성공적이었죠(웃음). 전국에서 벤치마킹하겠다고 찾아올 정도였으니까요.”
사업하랴 부녀회 이끌랴 힘들었던지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그만두었지만 지금도 그때의 인연들이 그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단다. 집에서 건강을 되찾는 동안 그는 장 담그기에 또 푹 빠졌다. 장맛 좋은 친구 어머니로부터 장 담는 법을 배우면서 전통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도도 더 커졌다. “파주에 친구 어머니가 콩 농사를 짓고 계셔서 그곳에서 장 담그기를 배웠어요. 그때는 그냥 내 식구에게 건강한 먹 거리를 먹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지요.”


전통 장 담그기 체험, 절기별 전통음식, 전통 다과체험, 진로체험 등 진행
된장에 푹 빠져 살던 어느 날 고양시농업기술센터 전통장류제조사 강조를 알게 됐다는 장대표. 하지만 농업 종사자들을 위한 과정이라 자격이 안 된다는 말에 실망했던 것도 잠시 그는 꼭 배우게 해달라고 수차례 청원 끝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검토해보겠다는 회답을 들었다.
최선을 다해 꼼꼼하게 정리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바라던 수업을 듣게 된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끝까지 남은 10여 명의 수료생 중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수확은 또 있었다. 수료생 중 마음이 맞는 5명이 ‘고양전통발효식품연구회’를 만들게 됐고 지금은 고양시농업기술센터 시설을 이용해 ‘자연올’ 브랜드로 ‘행주치마장터’ 등을 통해 우리 전통 장을 판매하고 있다.
또 고양시농업기술센터의 전통장류제조 과정은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계기도 됐다. 지난 2014년 문을 연 ‘미연전통음식연구소’가 바로 그곳이다. 이곳에서 그는 요즘 우리 전통 장과 장아찌 등 발효음식, 절기별 전통음식 등을 알리고 있다.
“아이들 중·고등학교 시절에 급식 도우미 활동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어요. 엄마들이 수입산 소고기 대신 한우를 고집하고 야채도 유기농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에는 무척 신경을 써요. 그런데 막상 기본양념인 된장, 고추장, 간장은 관심이 적어요. 시중에서 파는 고추장, 된장이 과연 건강한 먹 거리인지 조금더 관심을 가진다면 절대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지 않을 텐데 말이에요.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그 기본양념인 장이 건강한 먹 거리가 아니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런 것을 제대로 알리고 배우는 곳으로 ‘미연전통음식연구소’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는 장혜교 대표.
그의 건강한 우리 전통 장 담그기와 전통 발효음식 수업은 카카오스토리에 공지해 신청을 받고 이뤄진다. 11월 19일에는 전통 고추장 만들기 체험이 있었고, 12월 17일(변동이 있을 수 있음)에는 직접 메주를 만드는 수업도 진행된다. 매년 음력 정월에 진행하고 있는 장 담그기 체험은 내년에는 2월 말 경 진행될 예정이며 담근 장은 연구소 마당에서 숙성시킨 후 가져갈 수 있다. https://story.kakao.com/ch/slowfood79, 체험문의 031-925-1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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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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