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 깊은 계곡에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 때 근처에 설치된 CCTV에 등산객의 모습이 잡힌다. CCTV는 등산객의 움직임을 감지해 40km 떨어진 관제센터 내 담당자의 휴대폰으로 이 정보를 전송한다. 문자를 받은 담당자는 즉각 관제센터에서 입산객에게 하산하라는 방송을 내보낸다. 이 CCTV는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자가발전 장치로 전기공급을 해결하고, 통신은 장거리 무선통신망을 사용한다. 땅을 파고 나무를 잘라 전신주를 세우고 케이블을 설치할 필요가 없으니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대구 영남이공대 산학협력관 신관에 자리 잡은 한 벤처기업이 개발한 대한민국 유일의 ‘자가발전 CCTV 및 방송장치’인 NS-1000에 대한 설명이다. 이 설비를 개발한 (주)융합기술 정연식 대표이사는 “NS-1000에는 친환경재생에너지 등 여러 가지 기술이 융합되어 있다”며 “기존에 있던 각각의 기술을 연결하고 조합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다는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안정적 직장 뒤로 하고 50대에 벤처사업 도전
정연식 대표는 2년 전만해도 KT에서 영업 및 기술총괄 업무를 담당했던 직장인이었다. 딱 50세가 되던 해, 그는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 그 어렵다는 벤처사업 도전에 나섰다.
정 대표가 이 사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4대강 사업이 한창이던 때였다. 당시 관련 관청에서 낙동강 금호강 유역에 1km 구간 마다 CCTV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했는데, 1km 구간에 광케이블을 설치하는데 약 1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대표는 “입찰과정을 보면서 ‘전기와 통신을 무선으로 구성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호기심에 전기와 인터넷을 독립하여 CCTV 설비를 할 수 있는 업체가 있나 알아봤는데 한군데도 없었다. 그때 ‘시장성은 좋은데 하는 사람이 없으니 내가 해볼까’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정 대표는 2014년 4월 직장에서 퇴사해 친구 사무실 한쪽 구석에 책상을 놓고 제품개발에 돌입했고, 지난해 NS-1000 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NS-1000에 장착된 제설기능을 갖는 태양광발전장치는 (주)융합기술이 특허를 받은 기술이다.
이는 태양열 에너지 집열판(태양광을 모으는 패널)에 광센서와 로봇을 장착, 태양의 위치에 따라 자동으로 집열판의 위치를 실시간 추적해 최적의 위치에서 최대치의 태양광을 모을 수 있도록 고안됐다. 또 겨울철 눈이 쌓이는 경우 센서가 이를 감지해 집열판을 수직으로 세워 최소한의 전력으로 제설을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또 NS-1000은 2016년 10월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으로부터 ‘추가적 발전이 없어도 6~7일을 밤낮 없이 연속 사용해도 이상 없이 작동된다’는 시험결과를 받기도 했다.
시험인증기준까지 직접 만들며 우수조달제품 조건 갖춰나가
수많은 난관과 시행착오 끝에 국내 최초의 자가발전 관제시스템을 개발해 영업에 나섰지만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정 대표를 가로막았다. 정 대표는 “가장 먼저 영업을 나선 곳이 경북의 기초자치 단체였다. 담당자는 설치비도 적고,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이 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하지만 담당자는 ‘2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사업은 일괄적으로 공개입찰을 통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제품을 ㈜융합기술로부터 구매할 수가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한다.
당장 이를 해결할 방법을 알아봤다. 우수조달제품으로 등록되면 2천만원 이상 사업이라도 수의계약이 가능했다. 하지만 우수조달제품 등록 조건은 만만치 않았다. 공장등록, 특허기술보유, 제품 시험성적서, 환경마크 등을 갖춰야 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인증통과 환경마크까지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시험성적서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국내에 시험기준 자체가 없는 제품이니 인증기준이 없고 당연히 시험도 받을 수 없었어요.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관련 시험인증 기준을 만들고 시험을 받는데 까지 9개월이 소요됐습니다. 앞으로 저희 제품과 유사한 제품은 제가 만든 시험기준에 따라 시험을 받게 될 겁니다.”
정 대표는 지난 10월 5일 KTC의 시험성적서를 손에 쥐었다. 현재 인증작업이 진행 중인 이제 환경마크만 획득하면 우수조달제품 등록을 할 수 있게 된다. “궁극적 목표는 해외시장 진출이에요. 해외에 진출하려면 국내에서 먼저 품질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우수조달제품 등록이 그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조금씩 끝이 보이니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진 보람이 있네요.”
그는 내년 말이나 후년부터는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를 것으로 자신한다. 현재 목표는 2년 내 매출 300억 이상, 순수익 30% 이상을 달성해 코넥스에 상장하는 것. 이후 3년 이내에는 매출 1000억을 올려 코스닥에 상장하는 차기 목표도 설정했다.
정 대표는 벤처사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좌절의 순간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 말라”며 “끈질기게 문제를 물고 늘어져 해결하려고 노력하다보면 그것이 경험이 되고 기술이 되어 사업의 결과로 이어진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성자 리포터 sakga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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