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험기간 엄마들은 무얼할까?]

열공 하는 아이들 옆 엄마들은 뭐하세요?

지역내일 2016-09-29

2학기 중간고사는 개학 후 학교 축제, 추석 명절 등 정신없이 휘몰아치다가 짧은 기간 동안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공부하기가 만만치 않다. 어떻게든 학습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는 엄마들의 노력도 눈물겨운데 열공 하고 있는 아이들 옆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열심히 시험공부하고 있는 아이들 옆 엄마들은 무얼하고 있을까?

신정동 이현숙 주부(고1 딸)
“한 땀 한 땀 정성을 꿰매요”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퀼트와 뜨개질을 배웠어요. 마음을 안정시키고 태교에도 좋으라고 아이를 낳기 전까지 열심히 아이 이불부터 베넷 저고리까지 만들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는 시간 내기 힘들어 미뤄두고 있었는데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하자마자 다시 시작했어요. 시험공부만 시작하면 몸을 배배 꼬면서 공부하기 싫은 내색을 해 대는 딸 옆에 앉아 있자니 달리 할 일도 없고 손이 심심해서 시작을 했는데 일년에 4번 있는 시험 기간마다 만들어낸 작품이 십 여 가지가 넘어요. 가방, 무릎담요, 망토부터 바닥깔개까지 작품을 쳐다보면 어느 시험 때 무슨 마음으로 만들었는지가 훤히 보입니다. 바느질을 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아이옆에서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으니 좋아요. 이번 시험에는 아이 베갯잇을 만들고 있는데 아이 시험공부처럼 진도가 잘 안 나가고 있네요.

염창동 이재희 주부(고2 아들)
“미래의 내 모습을 꿈꾸며~~”

아들은 늘 엄마마음에 그늘 한 점 주지 않고 효자 노릇을 해 왔어요.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도 딸처럼 조잘조잘 이야기해 주고 공부도 스스로 곧잘 해서 사교육도 많이 받지 않으면서 늘 상위권을 유지해 왔어요. 하지만 사춘기가 들어오신 아들은 입을 조개마냥 꾹 닫고는 꼭 필요한 말만 하고 공부도 설렁설렁 엄마 속을 상하게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지옥문턱에 다녀왔다가 하는 마음에 아들을 바라보며 살던 인생을 바꾸기로 하고 부동산 중개사 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아들이 시험 공부하는 앞 식탁위에 두꺼운 수험서를 펴 놓고 돋보기도 벋었다 썼다 하면서 저도 열심히 공부를 합니다. 처음에는 소 닭 보듯 하던 아들이 호기심이 생기는지 엄마가 무얼하는지 들여다보기도 하고 질문을 하기도 해요. 공부하는 엄마한테 자극받아서인지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같아서 흐뭇합니다.

화곡동 김순남 주부(중 3 딸)
“꿩먹고 알먹는 영어공부”

중학교 3학년인 딸은 지역에 있는 외국어 고등학교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한번도 외국에 나가본 적도 없는데 혼자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준비하더니 외교관이 되고 싶다면서 외국어 고등학교에 가서 견문을 더 넓혀보고 싶다고 하네요. 늘 자신감이 넘치고 자신의 일은 알아서 하는 딸은 영어 공부를 매일 1시간씩은 꼭 하는데 중간고사 기간에도 멈추지 않고 열심히 합니다. 어느 날 물끄러미 영어 공부하고 있는 딸을 보고 있자니 외교관이 된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돼서 딸을 만나러 전 세계로 다닐 수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나이에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해야 쉽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미국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자꾸 보는 연습을 하고 주인공들의 발음을 따라 해 보고 있어요. 드라마의 줄거리를 따라가면서 공부하다보니 재미도 있고 자주 나오는 표현은 저절로 익힐 수 있어 즐거워요. 영어 공부하는 제가 신기한지 딸도 더 열심히 공부하네요.

목동 박영순 주부(고1 아들)
“예쁜 글씨체로 써보는 좋은 말씀”

원래 책 보는 걸 좋아하는데 아들이 시험공부를 시작하면 도서관에 가서 보고 싶은 책을 잔뜩 빌려와서 열심히 책을 읽었어요. 어느 날 책만 읽으니 좀 심심한 생각이 들어서 예쁜 노트 한 권을 준비했어요.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이나 표현이 나오면 적기 시작했어요. 마음에 새겨둘만한 가르침이 되는 내용을 차근차근 읽어가면서 따라 적다보면 마음도 안정되고 공부안하는 아들에게 소리치고 싶은 생각도 줄어들더라구요. 그런데 매일 쓰다 보니 글씨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캘리그라피를 배웠어요. 캘리그라피는 나만의 개성 있는 글씨체를 만들어나가는 작업인데 책안에 있는 내용에 따라 다양하게 글씨체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 너무 즐거워 시간가는 줄도 몰랐답니다. 아들도 공부하다가 휴식을 취할 때 엄마의 글씨를 보고는 소리내 읽어보기도 하고 응원을 해 줘 좋아요. 좋은 말씀이 가득 들어있는 공책이 완성될 때마다 아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어요. 

신정동 김순남 주부(고2 아들)
“아들 모습이 그림 같아요”

아들이랑 평소 친구 같은 사이로 잘 지내고 있어요. 천사 같은 아들도 시험이 다가올수록 예민해지고 짜증이 늘어 힘들어요.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속이 상한 적도 많았지만 그래도 무언가에 집중하는 아들의 모습은 늘 멋지고 든든합니다. 미술을 전공한 저는 결혼을 하고 나서는 그림을 그릴 여유가 없었어요. 재능을 그냥 두지 말고 조금씩 그려보라는 남편의 조언도 있었지만 그다지 마음이 없었는데 아들이 시험공부를 시작하면 밀쳐두었던 붓을 꺼내듭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아들 옆에서 아들의 모습을 그립니다. 수학문제를 풀면서 고민하고 찡그리는 모습도 그리고 영어 문제를 풀다가 맞으면 기뻐하는 모습도 그립니다. 시험 때마다 아들의 얼굴을 그리다보니 벌써 20장 가깝게 그렸어요. 차곡차곡 모아서 나중에 개인 전시회를 열까 생각중입니다. 젊을 때 있었던 그림에 대한 열정도 살아나는 것 같아서 아들 얼굴 말고도 밖에 나가 풍경도 그려볼까 생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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