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9월 학평 후, 마인드 컨트롤 중요해!

지역내일 2016-09-02

이번 여름만큼 더웠던 때가 있을까 싶다. 방과후수업으로 방학동안 매일 출근했던 나로서는 개학이라고 해서 그다지 새로운 의미가 없었지만, 8시 등교로부터 해방이었던 학생들에게는 그것이 쉽지 않은 ‘시간의 문’이었을 것이다. 폭염으로 개학 연기니 단축 수업이니 말이 많았지만, 실상 우리 학교는 8시부터 에어컨을 틀어준 관계로 더위로 인한 불편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오히려 에어컨 아래에 앉은 학생들은 얇은 겉옷을 걸쳐야할 정도였고, 엊그제 비가 내린 후로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첫 시작처럼 긴 여름의 터널을 빠져나오자 이미 가을이었다.
이 시기의 고3 교실은 어떨까. 일단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어느 반이든 한쪽 편에 웅크린 두 자리 숫자다. 아슬아슬하게 기록된 팔십대의 숫자. 매일 무게가 하나씩 줄어가는 두 자리 숫자, 수능일 카운팅. 그 장엄한 숫자아래 학생들은 빼곡히 교실을 채우고 있다. 


고3에게 2학기란?
2학기는 1학기와 시간의 길이가 완전히 다르다. 고3에게 있어 2학기는 11월 17일 수능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서 개학을 맞은 학생들의 웃는 얼굴 이면엔 극도의 불안감과 조바심이 숨어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마지막 기회인 여름방학이 끝나고,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온 그 시작의 알림종이 개학일이며, 첫 번째 그들에게 닥친 또 하나의 문이 바로 9월 연합학력평가이기 때문이다.
9월 학력평가시험의 결과로 대학을 가는 것은 아니지만, 고3을 지나온 대부분의 졸업생들은 짜기라도 한 듯 9월 학평에 대해 저마다의 의미심장한 조언을 건넨다. 그것의 영향력에 대한 반증인 셈이다. 하긴 그럴만한 것이 교육청이 아닌 마지막 평가원이 주관하는 시험인 동시에 대부분의 재수생들이 이 시험에 응시하며, 그것이 실제 수능의 문제 유형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최후의 근거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시 원서접수를 십여 일 앞둔 시점에서 자신의 수시 지원 마지노선을 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9월 학평에서 설사 만점을 받았다 하더라도 원하는 대학을 바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 사실 아무런 이점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실력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은 남은 기간 자신의 실력에 대한 과신으로 페이스를 느슨하게 하는 과오를 범하기도 하고, 주변의 급격히 높아진 기대로 정작 수험생 본인의 부담감이 불필요하게 커질 수 있다. 다년간 고3 학생들을 봐오면서 오히려 9월 학력평가를 못 본 학생이 그 결과에 오기가 생겨 실제 수능에서는 높은 성적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9월 학평에서 자신의 부족함 파악하기  
그러나 세상에 못 봐도 좋은 시험이 어디 있겠는가. 결국 9월 학력평가를 접근하는 기본적인 마인드는 결과 그 자체가 아닌 문제풀이 과정에서 자신이 느낀 부족함을 파악하는 것이다. 운이 좋아 맞은 것도 실력이긴 하지만, 그 운이 수능 일에도 따라 줄지는 알 수가 없다.
불확실성은 불안감을 키우기 마련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문제를 풀며 무엇이 부족한지 스스로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새로운 것을 더 깊게 들어가기보다는 자신이 학습한 것들을 면밀히 살피고 다시 확인하면서 어떤 긴장된 순간에서도 실수하지 않도록 마인드를 다잡을 필요가 있다. 그것이 9월 학력평가를 활용하는 최고의 팁이며, 남은 두 달 반 남짓 되는 시간 동안 수험생이 맞춰야할 학습의 초점이다.
재밌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실제 수능의 가장 우수한 점수를 받는 학생은 전교 1등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연고대만 가도 잘 가는 거라고 생각하던 학생이 결국은 서울대 어떤 과도 골라서 갈 수 있는 최고의 수능 성적을 받아 연대에 불합격하길 바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매번 있었다. 그렇게 좋은 결과를 얻은 학생들과 다년간 상담하면서 느낀 것은 그 학생들이 좋은 결과를 받은 것은 어떤 특별한 과외활동 때문이 아니라 ‘마인드 컨트롤’ 때문이라는 것이다.
상위권으로 갈수록 수험생들은 한 문제도 놓치지 않기 위해 더 깊은 수준의 어려운 문제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최상위권 학생들,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수능 한 문제가 대학을 결정짓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쉬워지는 수능 난이도 기조는 차치하더라도 수능은 65만 명 이상의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이기에 상위권 학생이 몰라서 틀리는 문제는 오히려 드물다.
어느 정도 상위권 학생도 풀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문제, 그런 문제가 수능에 출제 된다면 그 사회적 파장은 상당할 것이다. 결국은 긴장감을 이기고, 평소 자신의 사고의 폭을 유지한 상태에서 최대한 안정된 마인드를 갖고 시험을 보는 것, 이것이 최선이자 최고의 수능 성적을 얻는 길이다. 


얘들아, 긴장 풀고 수능까지 힘내자!  
긴장을 푸는 것, 그것은 자신의 바람만으로 실현되지 않을 뿐더러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최고 수능 성적을 받은 졸업생이 이런 말을 했다. 마음이 불안할 때면 작은 참고서를 하나 들고 오랜 시간 걸으면서 자신이 공부한 것들을 끊임없이 확인했고, 그럴수록 마음이 안정될 수 있었다고. 매번 그렇게 연습하다보니 실제 수능을 볼 때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고 말이다.    
전교 1등을 한 번도 놓치지 않은 학생은 불안감이 없을 것 같지만, 연습 때는 매번 좋은 결과를 얻었기에 실제 수능에서 동일한 결과를 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크다.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은 당연히 이 결과가 시험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여름방학 동안 열심히 공부한 친구도 자신이 공부한 만큼 결과가 나올지 불안해한다. 그런 학생을 바라보는 학부모님도 불안하고, 그래서 수시로 쓸 대학의 선이 너무나 명확히 보이지만 끊임없이 더 나은 자료를 찾아 나선다. 모두가 누군가 ‘확신’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확신은 그 누구도 해줄 수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결국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 결과는 모두에게 다르겠지만, 자신이 한 것을 믿고 그것만은 확실히 챙겨가길 바란다. 자신이 공부한 그것은 절대 여러분은 배반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김태훈 교사 (국어, 단대부고 진로진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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