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대신 정부가 발표한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한 검증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반발하는 대구시에게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은데 이어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서도 절차적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박대통령은 이날 김해 공항확장안 발표로 중단된 대구공항을 군공항과 통합이전하고 이를 위한 정부내 전담팀(TF)를 구성해 조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박대통령의 이같은 지시에 따라 대구시와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이 추진중인 김해공항 확장안 용역결과에 대한 검증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대통령이 용역결과의 공정성을 인정한데다 대구공항 통합이전이라는 대안까지 제시한 마당에 더 이상 정부의 용역결과에 대해 시비를 걸기가 쉽지않기 때문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달 21일 김해공항 확장안 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며 국통교통부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최종 용역결과 보고서를 검증한 후 시민의견을 수렴해 수용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는 즉시 대구경북연구원과 경북도 등과 용역검증단을 꾸려 검증작업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이 만든 국회 용역검증단(단장 주호영의원)과도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당초 이달 중 신공항 입지용역 수행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최종용역보고서를 국토교통부로부터 건네받으면 이달말쯤 해외기관과 검증용역을 정식 체결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이미 호주와 미국 등의 공항전문기관과 접촉해 2곳으로부터 참여의사를 받아둔 상태다. 이미 예산도 5억원 정도 확보했다. 대구경북연구원에 용역비로 지원된 예산의 일부를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대구시 신공항 용역결과 검증단은 내부적으로 검증작업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전문가와 연구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이들 전문가와 기관들이 국토교통부의 눈치를 보며 선뜻 참여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전문기관은 섭외난에 비용문제까지 걸려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 여기에 박대통령의 대구공항 통합이전지시도 나와 내심 검증을 포기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검증결과가 공정했다고 규정하고 대안까지 내놓은 마당에 대구시가 나서 시비를 가리려고 대드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검증의 실효성이 없어졌다는 의미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통령의 대구공항 통합이전 지시로 검증의 명분이 사라졌다고 보는 의견도 많아 시민과 약속한 검증후 수용여부 결정방침에 대한 출구전략을 짜야할 상황”이라며 “정부에 구성된 TF팀에 군공항과 이전될 대구공항의 규모와 재정투자여부 등을 연계해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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