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일(금) 출판된 권정은 작가의『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는 ‘아이의 작품도 명화만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교보문고에서‘내일이 기대되는 좋은 책’으로 선정되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15일(일) 서현동 필립메디컬센터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서는 ‘내 영혼 바람이 되어’로 유명한 작곡가 김효근씨가 책 원고를 보고 감명 받아 만든 동일한 제목의 노래와 피아노곡 연주회가 있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상을 가르치고 있는 권 작가에게 방학동안 부모와 아이가 그림으로 소통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미술활동에 대해 조언을 구해보았다.
이지윤 리포터 jyl201112@naver.com
국내 최초 아동미술 힐링 도서
권정은 작가는 대학에 갓 입학해 첫 추상화 수업에서 어릴 때부터 쭉 가져온 ‘그림 잘 그린다’는 자부심이 여지없이 무너졌다고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혼란스러웠고 미대 올라가는 언덕에 멈춰 서서 오랫동안 한 발짝도 걸을 수가 없었다’고 회상한다. 그동안 받아 온 아동미술 교육에 회의를 느껴서다.
권 작가는 바로 그날로 서점에 가서 아동미술에 관한 책을 다 찾아보았으나 80년대 어린 시절 배웠던 것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실망감은 이내 작품다운 작품을 만드는 아동미술 교육을 시작해봐야겠다는 사명감이 되었다. 동네 아이들을 모아 집에서 무료수업하고 미술관도 데리고 다니면서 느낀 점을 온라인에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작가가 되고픈 욕망도 놓칠 수 없어 5년간 캐나다 유학길에 올랐다. 영상을 공부하며 아르바이트로 미술관 큐레이터를 하는 중에도 우리와 다른 감상교육과 아동미술교육의 차이점부터 눈에 띄었다. 귀국 후 교육대학원에서 아동미술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며 아동발달단계도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내 작업도 할 수 없을 만큼 바쁘게 살다보니 우울증이 왔어요. 2년 전 어느 날 ‘나를 행복하게 해준 작품, 귀여웠던 아이’를 떠올리며 다시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죠. 반복하다보니 긍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인 글이 되고 감사한 마음이 우러나오더라고요. 미숙한 아이 그림이었지만 명화 못지않은 감동도 밀려왔습니다.”
권 작가는100여 편의 그림 감상문이 모아지자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졌고, 아이 그림 감상으로 힐링하는 최초의 시도임을 인정받아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가 출간되었다.
획일화된 단계별 미술교육과정 지양해야
권 작가는‘화가는 그림으로 철학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림은 기술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완성도보다 개성이 더 중요한데 수학 경시대회처럼 대회 수상에 기준을 두고서는 미술의 다양성을 교육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아이의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 미술대회에서 상을 받게 해주고 싶다며 미술학원을 찾는 부모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아이는 상을 받아야만 부모님께 인정받는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자칫 결과 지향적, 성취 지향적인 인성을 키울 수 있는 잘못된 방법이며 수단이 교육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 합니다”
권 작가는 미술교육은 한 흐름이라 레벨차이만 있을 뿐 과정을 구분할 수 없는데 요즘 미술교육은 나이별로 거치는 과정이 획일화되어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어릴 땐 차라리 혼자 마음대로 어지르며 그리게 하는 게 더 낫다며 스토리텔링, 색감, 아이디어 등 특정한 면에 강한 아이가 있으므로 민감한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감상할 때도 어른들은 무슨 의미일까 자꾸 해석하게 되는데 아이들은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게다가 아이들 생각은 무궁무진해요. 고작 10살 아이라도 자기 화풍이 있지요. 아이가 선생님이나 엄마보다 더 많은 잠재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미술적 경험을 나누고 제안하되 함부로 가르치려하지 말아주세요”라고 권 작가는 당부했다.
*권정은 작가가 제안하는 행복한 유·초등 방학 미술활동
▶ 즐거웠던 순간을 추억하고 그리면서 수다를 떨자
엄마가 내 생각을 물어본다는 생각만으로도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인정한다고 생각한다. 아이 그림으로 대화하며 자신감 키워주라. 좋은 미술 선생님은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라 잘 자극시키는 선생님이다.
▶ 자신감을 키워주려면 격려하자
아이가 자기 표현하는데 집중하게 해주고 들어주라. 리액션을 과장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소질에 따라 성장 폭은 다르지만 격려는 반드시 아이를 성장하게 한다. 그린 그림을 벽에 전시해주면 친구들을 초대해 자랑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 재밌는 경험을 선물하자
큰 박스로 TV 만들기를 권한다.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 그동안 하고 싶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드레스 만들기도 추천한다. 전지 종이에 몸을 붙이고 크레파스로 본을 뜨면 간지러워서 참지 못하고 깔깔대며 웃는다. 선물포장 리본, 화장실 휴지로도 예쁜 드레스가 완성된다.
▶ 자기표현 하는 미술관 감상활동을 해보자
아이와 미술 작품을 감상한 후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 하나를 뽑아서 그려보라고 해보자. 아이는 자신의 기준에서 선택한 이유를 설명한다. 그림을 볼 때도‘왜 똑같이 안 그렸나’가 아니라 ‘무슨 생각으로 다르게 그렸나’를 물어보길 바란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