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앞둔 현 고1 학생들은 이제 곧 문·이과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문·이과 선택은 진학과 진로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계열을 선택했지만, 내신과 적성, 수학 과목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계열 변경에 대한 고뇌를 다시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양천·강서·영등포 내일신문에서는 1차 문·이과 계열 신청을 앞둔 현 고1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여러 가지 이유로 문·이과를 변경한 학생들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미·적분에서 수학 자신감 잃었어요”
일반고를 다니는 고3 이진수(가명)입니다. 어릴 때부터 수학을 잘한다는 칭찬을 받았고 과학고도 준비했었습니다. 수학이 영어보다 점수가 잘 나왔고 과고를 준비하면서 과학 과목에 어느 정도 선행이 돼 있어 당연히 이과를 선택했습니다.
수학의 꽃은 미분과 적분이라고 했던가요. 미·적분을 해보지 않고 받은 수학 점수는 착각이었습니다. 선행하면서 미리 미·적분을 하긴 했었는데 심화 과정으로 들어가니까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기하급수적으로 수학이 어려워지더니 나중엔 이제까지 했던 수학의 개념이 정확하게 잡혀있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더구나 직관적으로 푸는 수학적 머리가 필요한데 그것이 없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된 거죠.
탐구 과목도 가산점을 받기 위해 II 과정을 선택하려다보니 공부할 것이 너무 방대하고 수학에 자신감을 잃으니 탐구 과목 선택의 폭도 좁아졌습니다.
어릴 때 수학을 잘해 부모님이 꿈을 과학자로 정해줬고 중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과학고를 준비하면서 수학을 좀 한다 생각했지만 미·적분부터 따라잡을 수가 없어 결국 2학년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문과로 계열을 바꿨습니다.
이진수 학생(가명, 고3)
“분위기 따라 이과 선택했다 후회막심이네요”
그냥저냥 내신 성적이 나왔고 문과 성향이긴 했지만 딱히 뚜렷한 장래희망이 없어 고민하고 있을 때 부모님도 이과를 권하고 친구들도 이과를 많이 선택하기에 분위기 따라 대학 진학이 잘 된다는 이과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전교 1등부터 12등까지 모두 이과로 쏠리더군요.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거죠. 이과 오자마자 수학 성적이 2등급대로 떨어졌습니다. 단위 수 큰 수학 성적은 내신에 완전 치명타더군요. 수학 성적 올려보겠다고 수학에 올인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과목은 자연히 손을 놓게 돼 점수는 떨어지고 그렇게 매달리던 수학 성적은 제자리걸음. ‘이과 수학 모두 어려워하니까’라며 자위하고 탐구 과목도 겨우겨우 따라가며 그나마 상대적으로 쉬운 암기 과목으로 성적을 메운 거 같아요.
고2 중간고사 치자마자 문과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부모님이 반대하시니 어쩔 수 없다며 생각을 누르려 했습니다.
고2 때 대학에 진학한 선배들이 멘토로 전공 설명회를 해주는 진로진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는데 이과 관련 전공은 들으면 들을수록 진짜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하지만 문과 설명회를 들을 때는 적성이나 흥미 면에서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부모님의 반대가 심하긴 했지만 결국 계열을 변경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늦었다 생각하지 않고 수능에 올인 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김수진 학생(가명, 고3)
“뒤늦게 문과 성향 확인하고 계열 변경했습니다”
적성검사에서 문·이과가 비슷하게 나왔어요.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부모님도 문과 가면 할 것도 없다며 이과를 강요하셨죠. 수학이 그리 싫은 과목은 아니었고 이미 어느 정도 이과 쪽으로 선행도 돼 있는데다 100% 문과 성향 아니면 이과를 선택하라는 입시 전문가들의 칼럼을 보면서 이과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2학년이 되면서 수학 과학 과목이 심화되자 적성이 이과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공부할 양은 점점 늘어나고 치열한 경쟁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요즘 대세인 컴퓨터나 코딩으로 진로를 정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컴퓨터가 아닌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과보다는 문과 계열 대학을 진학하고 싶다는 생각이 물밀듯이 몰려오자 더는 이과에 머무를 수가 없었어요.
미리 진로를 파악했더라면 계열을 바꾸는 일은 없었을 텐데 하는 후회는 있었지만 적성에 안 맞는 걸 억지로 할 수는 없었어요. 문과로 옮긴 후 수학 성적이 많이 올랐습니다. 사탐 과목은 준비 기간이 짧기도 하고 암기를 잘하니까 공부에 대한 부담감이 줄었지만 수시를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남아 있습니다.
김나연 학생(가명, 고3)
“반대 무릅쓰고 이과로 옮겼어요”
외고에서 일반고로 전학해 이과로 계열을 바꾼 고등학교 2학년 박민서(가명)입니다. 중학교 때 주변의 친구들이 외고 준비를 많이 해서 당연히 외고를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별하게 어학에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영어는 자신 있었습니다. 하지만 외고에서 본 첫 중간고사부터 1년 내내 받은 내신은 충격이었죠.
성적보다 더 큰 문제는 외고에 입학하고 나니 원하는 전공과 직업이 이과 계열로 나타난 거죠. 외고에서는 이과를 선택할 수가 없어 외고에 남아 정시를 준비해 공대를 응시할 것인지 일반고로 전학 후 이과 계열을 선택할 것인지를 고민했습니다. 우수한 대학 진학 실적이라는 특목고의 특권을 포기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너무 많은 영어수업 시간과 제2 외국어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고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 이 시점에서 외고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신중한 고민 끝에 2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자 일반고로 전학해 이과를 지망했습니다.
아직 부모님은 일반고로 전학한 것에 대한 후회와 수학 선행이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이과를 선택한 것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시지만, 과학은 공부하면 할수록 흥미가 생기고 공대로 진학하겠다는 의지가 더 확실해졌습니다.
정확한 목표와 진로가 생기니 외고 전학생이라는 딱지를 떼고 수학에 더 열중해 공부할 수 있어 이과로 옮긴 것이 잘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박민서 학생(가명, 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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