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학교엔 이런 동아리 있니?” 언제부터인가 천편일률적이던 초등학교 동아리가 달라지고 있다. 악기나 심화학습을 위한 동아리 대신 본인의 진로와 연계하거나 최신 교육 트렌드를 반영한 이색 동아리가 늘고 있다. 이런 동아리들은 일방적인 강의식 학습에서 벗어나 스스로 배우고 익혀 학문의 즐거움에 빠지게 한다. 초등학교에서 흔치 않은 동아리를 소개한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레고 블록으로 프로그래밍 원리 익혀
지난 7월 1일 오후 3시 서울수명초등학교(교장 박호선) 4학년 1반 교실에는 20여 명의 어린이들이 모여 소프트웨어코딩을 하고 있다. 이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레고wedo’다.
레고위두는 레고 부품과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로 구성됐다. 레고를 조립해 로봇을 만들고 탭에다 로봇이 움직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코딩하면 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수업에는 2명이 한 팀을 이뤄 ‘당기기 로봇’을 만들었다. 먼저 프로그램을 코딩하는 이론을 배운 뒤 레고를 조립해 로봇을 만들고 각자 탭에 프로그램을 코딩한다. 로봇이 수레를 끄는 것이 작동되면 상대 팀과 누가 많이 끌어당기나 줄다리기 게임도 했다. 그동안 로봇 프로그래밍 수업은 라즈베리파이나 아두이노가 많이 이용돼 초등학생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졌지만 손에 익숙한 레고는 부품을 조립만 하면 금방 로봇이 완성돼 초등생들도 쉽게 배울 수 있었다.
3D 프린터, 피지컬러닝, 드론, App Inventor도 배우고
레고위두 수업은 수명초가 소프트웨어 선도학교로 지정되면서 4~6학년을 대상으로 방과 후 SW교육 활동시간에 진행된다. 수명초 박호선 교장은 “2019년부터 초등학교에 SW교육이 의무화된다. 인터넷이 중심이 되는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SW교육을 더 많이 경험해야 한다”며 “세계는 지금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SW 중심사회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고 다양한 SW교육 활용 도구를 적용한 수업으로 미래 인재를 키울 수 있다”며 SW교육의 도입 배경을 설명한다.
수명초에서는 로봇, 드론, 3D 모델링의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SW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SW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이문호 교사는 “레고위두, 3D 프린터 및 프로그래밍, 피지컬러닝, 드론 프로그래밍, App Inventor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다뤄볼 수 있다”며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드물게 Parrot사의 드론을 이용해 Tickle 블록 프로그래밍으로 태블릿을 활용한 수업을 한다”고 덧붙인다.
수업에 필요한 태블릿 PC와 공유기는 소프트웨어 선도학교에 지원되는 금액을 이용해 구입했다. 2학기에는 스크래치, 레고위두, 드론 프로그램 등 배운 것을 활용한 교내 경진대회도 준비 중이다.
과학자 꿈 가진 학생들 참여율 높아
로봇이라면 어렵게 생각했지만 레고를 이용하자 이야기가 달라진다. 황한지 학생은 “어렸을 때 레고를 만져봤던 경험이 있어 로봇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며 “버튼을 누르면 색깔이 변하고 꽃과 벌을 만들고 벌이 꽃을 찾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것이 재밌었다”고 말한다. 양성우 학생은 “평소 레고를 좋아해서 참여하게 됐다”며 “프로그램을 코딩하면 로봇이 움직이는 것이 신기하고 재밌다. 프로그램을 코딩한 대로 로봇이 움직이지 않을 때 실망하기도 했지만 다시 수정해 움직이는 것을 보면 또 하고 싶다”고 전한다.
레고를 이용해 물리, 지구과학, 우주과학, 기술 등을 배울 수 있어 과학자의 꿈을 가진 학생들의 참여율이 높았다. 임지환 학생은 “프로그램 만드는 것이 흥미롭다. 커서 발명을 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은데 도움이 될 거 같다”고 말한다. 김지호 학생은 “과학 발명가가 돼 청소로봇을 만들고 싶다”며 “운반해주는 레고를 만들다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미니 인터뷰
이준희 학생(4학년)
“소프트웨어 배워 로봇공학자 될래요”
집에 레고가 많은데 학교에 있는 것과는 달라요. 아이패드로 연결해 움직이는 로봇은 조종기로 작동하는 로봇과 차원이 다릅니다. 평소에도 로봇에 관심이 많았는데 학교에서 소프트웨어를 열심히 배워 사람들이 재난을 당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싶어요.
이동건 학생(4학년)
“전자기기 만지는 거 정말 좋아해요”
평소 전자기기 만지는 것 좋아해 레고위두반을 신청했어요. 꿈은 시인인데 전자기기나 레고, 로봇은 시를 쓰는 소재를 찾는데 도움이 됩니다. 상상력에도 도움이 되고요. 프로그램을 코딩하기 전에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선생님과 이야기하며 토론하는 시간이 즐거워요.
김태인 학생(4학년)
“로봇 활용한 과학자 되고 싶어요”
아이패드에 프로그램한대로 로봇이 움직이는 게 신기해요. 로봇을 만들 때는 신나지만 다시 정리할 때는 제자리 찾기가 조금 어렵기도 합니다. 연구하고 발명하는 것을 좋아해 과학자가 되고 싶고 로봇 교육이 과학자의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됩니다.
오승재 학생(4학년)
“알파고처럼 바둑 두는 로봇 만들 거예요”
컴퓨터 코딩하는 것을 배우고 싶었는데 방과후에 동아리처럼 한다고 해서 신청했습니다. 레고 좋아하고 로봇 좋아하는데 코딩까지 함께 배울 수 있으니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알파고처럼 바둑을 두는 로봇을 직접 만드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유소정 학생(4학년)
“움직이는 레고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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