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시대, 엄마들도 문화센터나 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화센터가 아닌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떨까. 거리도 가깝고 학교소식도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흔치 않은 프로그램까지 배울 수 있다. 양정고등학교(교장 김정수)에서 마련한 평생교육학습 프로그램인 ‘교양 쑥쑥 문화유산 이야기’는 학교의 아낌없는 지원과 회원들의 열정이 어우러져 바람직한 평생교육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2008년 시작한 양정평생학습교실에서 문화강좌로
지난 6월 22일 화요일 저녁 7시, 학생들이 자리를 비운 양정고등학교 진로상담실에는 학구열에 불타는 이웃 주민들이 대신 자리를 채웠다. 오늘 수업은 문화유산 지킴이 간송 전형필 선생의 소장 국보를 살펴보는 시간이다.
“간송미술관은 1938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세워진 사립 박물관입니다. 이름은 미술관인데 우리나라 국보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이죠.”
간송 전형필 선생이 우리나라 문화재를 모은 이유부터 전시회, 소장품, 전형필 선생 생가, 집터 등 수많은 스토리가 쏟아진 후 미술관에 보관된 신윤복 그림이 다음 주제로 이어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수없이 지나쳤던 신윤복의 그림이지만 배우고 나니 그림이 읽어지고 새삼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느껴진다.
양정고등학교의 학부모 프로그램은 ‘양정평생학습교실’이란 명칭으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외부강사를 초청해 운영됐다. 2012년 ‘학부모진로아카데미’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지난 2014년부터 문화강좌로 ‘MBTI 성격심리학과 자녀 코칭’과 ‘교양 쑥쑥 문화유산 이야기’ 로 나눠 2가지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학부모강좌는 봄과 가을 학기로 나눠 1년에 2번 수업한다.
도전! 우리 문화유산 바로 알리기
‘교양 쑥쑥 문화유산 이야기’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양정고 김병수 교사는 대학시절부터 우리나라 문화재에 관심이 많았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진을 1~2장 보여주며 문화재를 설명해주니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우수성을 이해하고 자부심을 가지는 모습을 보고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도입하게 됐다.
“문화유산이라고 하면 우리와 동떨어진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조금만 관심을 보이면 잘 보존할 수 있고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에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아직까지 피라미드나 만리장성 등 규모나 역사에서 외국문화에 밀려 평가 절하되고 있지만 세계 대도시 중에 궁궐이 5곳이나 있는 곳은 서울밖에 없습니다.”
수업은 크게 궁궐, 국보, 조선회화, 한양도성을 주제로 한다. 딱딱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서울 나들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도, 사진 등을 활용한다. 이때 사용되는 사진은 김병수 교사가 직접 찍은 것이다. 이미 사망했거나 망가져 직접 찍을 수 없는 경우만 영상이나 포털에서 찾아 쓴다. 강의 책자도 직접 만들었다. 강의 책자와 최신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PPT를 활용한 수업을 준비하는데 꼬박 7~8시간이 걸린다.
수업 시간에 배운 것 도성 길 걸으며 확인하고
수업내용을 알차게 준비하다 보니 수업시간 2시간 10분은 늘 짧기만 하다. 같은 주제로 3년째 강의를 이어가지만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2년 전 강의를 듣고 또다시 이번 학기에 강의를 다시 청강한다는 전선희 회원은 “2년 전 수업을 들었지만 강의 내용이 알차서 새롭다”며 “경복궁, 외곽, 성곽 길에 대해 배우고 길 따라 숨겨진 서울의 북문 숙정문도 걸어봤다”고 전한다. 고은미 회원은 “오랜 세월 자료를 준비했다는 것이 느껴져 감동받았다”며 “수업에 빠지기 싫어서 약속을 취소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문화유산 수업을 듣고 나면 한국문화에 대한 자랑스러운 마음이 솟구친다. 김희균 회원은 “서울의 지금 모습과 과거 모습도 사진을 통해 알게 됐고 한국문화를 배우면서 한국문화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고 전한다. 이종은 회원은 “수업을 듣고 나서 경복궁 건물만 보고 왔다는 걸 깨닫게 됐고 서울 지리를 아는 데 더 도움이 됐다”고 한다.
조은숙 회원은 “아는 만큼 보이는 거 같다. 알고 나니까 우리 문화재가 더 소중하게 생각된다”며 “내년에 외국인 가족이 저희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는데 이 시간에 배운 것을 활용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잘 알려줄 수 있을 거 같다”고 덧붙인다. 임순임 회원은 “서소문도 잘 몰라 창피했지만 서울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외우다시피 한 문화재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와 더 좋았다”고 말한다.
한국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넘쳐 더 공부하고 싶다는 회원도 있다. 이경은 회원은 “근대사에 대해 알게 되면서 관심이 더 많아져 더 알아볼까 생각 중”이라 말한다.
미니 인터뷰
김병수 교사
“가려진 우리문화의 우수성 알리고 싶어요”
서울에 살면서 뜻하지 않게 맞이하는 문화유산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강의입니다. 문화유산이라고 해서 동떨어지거나 딱딱한 것이 아니라 관련된 상식을 배움으로써 짧은 시간에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모차르트 생가라 하면 우와~ 하면서 왕의 생가가 5개가 되는 서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박명재 회원
“무심코 지나간 궁궐에 관심 많아졌어요”
서울에 20년을 살아도 무심코 지나갔던 궁궐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어요. 수업을 하고 나면 선생님이 강조하신 부분을 기억해뒀다가 꼭 궁궐에 가서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더 즐거웠습니다. 실생활에서 가깝게 여겨지지 않았던 문화재에 대한 상식이 늘었고 수업 내용을 다시 확인하면서 우리나라 궁궐에 대한 자랑스러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정해옥 회원
“우리 문화 무시했던 거 부끄러웠습니다”
사느라 바빴던 30대가 지나고 나니 육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중년에 향유할 수 있는 문화재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업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오행과 방위, 육십갑자 등 동양문화가 하나로 연결된 것을 배웠고 우리나라 문화는 시시하게 여기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이름을 꿰고 있는 자신이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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