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이상이 되면 학교 내신 성적에 봉사 점수가 반영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여기저기 봉사활동을 찾아다니게 된다. 자원봉사 프로그램과 참여 학생들은 많지만 정작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학생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지역 자원봉사센터에는 주변을 돌아보고 나눔을 실천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5년 이상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그 주인공들을 찾아가 만났다.
하산수 리포터 ssha71@gmail.com
양천구 자원봉사센터 서연수 학생 (진명여고 3학년)
“엄마와 함께 한 자원봉사, 나 자신의 힐링으로 이어져요”
진명여고 교정에서 만난 서연수양은 고3의 분주함 속에서도 차분한 모습이 돋보이는 학생이었다.
“엄마가 원래 봉사활동을 많이 하셨어요. 초등학교 6학년부터 양천구 자원봉사센터 회원으로 등록해 엄마와 함께 양천구 장애인시설인 늘푸른복지관에서 또래 장애인과 일대일 체험과 수업을 함께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같은 나이라 공부도 봐주고 체험도 같이 하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봉사의 의미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목동중학교에 진학해서는 샤프론 프런티어 봉사단으로 활동했고 진명여고에 진학한 후에는 프런티어 봉사단 회장까지 맡을 정도로 열심히 활동했다. 엄마도 학부모 봉사단에서 봉사활동을 해 모녀가 함께 활동을 다니며 친구처럼 친해지기도 했다. 중학교 2학년부터 자원봉사센터에서 연결해 준 독거노인 할머니를 정기적으로 찾아가 말벗도 해드리고 간식도 전달해 드리는 봉사활동을 현재까지도 계속하고 있다.
“고3이 되니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긴 하지만 오랫동안 찾아뵙던 할머니라 잘 지내시는지 항상 궁금해요. 지난번에도 찾아뵈니 직접 캐신 봄나물을 이것저것 싸 주시더라고요. 이젠 정이 들어 가족 같아요.”
봉사활동이 몸에 배어 학교 청소시간에도 대강 하는 법이 없다. 고3이면 생략하기도 할 만한 교실청소를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깨끗이 한다. 의상관련 학과에 진학해 의류상품 기획자가 장래 희망이라는 연수양은 자신이 느끼는 자원봉사의 의미를 설명한다.
“자원봉사를 처음 할 때는 제가 저들을 돕는다고 생각했지만 봉사활동을 계속할수록 나 자신이 정화되고 보람을 느낄 수 있었죠. 나만 생각하던 이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그들이 원하는 걸 해주려는 마음이 생긴 것도 봉사를 통해서 얻은 갚진 선물이죠.”
대학에 가서도 봉사 동아리에서 활동할 거라는 연수양의 모습에서 건강한 청소년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양천구 자원봉사센터 추연아 학생 (신목고 3학년)
“어린 시절 배운 가야금으로 이웃 위한 봉사공연 10년 넘게 하고 있어요”
추연아양을 만난 곳은 양천구청 부근의 한 카페였다. 동그란 안경에 교정기를 낀 연아양은 고 3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앳된 외모였다.
“국악유치원에서 가야금을 처음 배우기 시작해 취미로 계속 하게 됐어요. 7살에 시작한 거니까 10년이 넘은 셈이죠.”
초등학교에 가서도 꾸준히 가야금을 배우다가 초등 2학년 때 우연히 나간 장기자랑대회에서 상을 받고 구청 주관행사에서 오프닝 공연을 하면서 봉사공연이 시작됐다. 자연스럽게 봉사시간 인증을 받기 위해 양천구 자원봉사센터에 회원으로 등록을 하고 드나들면서 센터와 협약을 맺은 요양원으로 가서 정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두 달에 한 번씩 치매어르신 데이케어센터에도 가서 가야금 연주를 비롯한 봉사활동을 한다.
목일중 3학년 때에는 자매결연을 맺은 중국학교 학생들이 방한했을 때 가야금을 연주하며 중국어로 노래를 불러줘 그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또한 역사 선생님과 함께 탈북 청소년을 위한 역사책을 공동으로 집필해 잘못된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 탈북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쉬운 역사책을 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월디지털도서관에서 가야금 일일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해 함께 연주봉사를 하는 후배들과 지역에 있는 초등 4학년 이상 학생들에게 가야금을 배워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누리야금’이란 가야금 연주봉사 동아리의 맏언니로 공연에 대한 요청이 오면 기획부터 연습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누나의 자원봉사를 본받아 남동생도 오카리나 연주봉사를 하고 있으며 엄마도 배냇저고리 봉사활동을 하는 등 가족들 모두 봉사를 생활화하고 있다.
“중간에 몇 번이고 가야금을 그만 두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공연에 와주시는 이들이 떠올랐어요. 우리 전통의 악기인 가야금을 타고 있으면 근심이 시라지고 차분해지는 것 같아요.”
영등포구 자원봉사센터 정우혁 학생 (대영고 2학년)
“공공장소 청소와 독거노인 돕기는 저희 봉사단에 맡겨주세요”
지하철역 부근 햄버거 전문점에서 만난 우혁군은 우직하지만 따뜻한 마음씨가 엿보이는 학생이었다. 자원봉사센터에서 본인이 직접 만들었다는 수세미와 꽃 장식 달린 볼펜, 미아방지 팔찌까지 남학생 솜씨라고는 믿기지 않는 소품들을 선물로 내밀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주변에서 만나는 어르신들께 인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서요. 별것 아닌데 인사 받으시는 분들은 기분이 좋으신지 연신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1365 자원봉사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고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게 됐어요.”
우혁군의 어머니는 거주지 아파트 봉사단 회장으로 이미 봉사를 많이 하고 계셨다. 엄마와 함께 아파트 봉사단 활동을 하면서 단지 내 노인정 청소, 독거노인 외풍 심한 집 간단히 수리하기, 어버이날 꽃 달아드리기 등 작지만 주변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부터 봉사를 시작했다.
봉사에 재미를 붙이자 친구들도 하나둘 불러 모아 아파트 봉사단 내에 10여명의 남자 중학생 봉사단이 따로 구성됐다. 놀이터나 경로당 등 주변 공공장소 청소를 하고 화단에 꽃을 옮겨 심는 등 아무도 나서서 하려고 하지 않는 작은 일부터 열심히 했다. 처음에는 친구들이 봉사하는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친구들도 누구보다 열심히 봉사활동을 한단다.
최근에는 기타를 배워 맘이 맞는 친구들과 기타공연 봉사도 시작했다.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역 내에서 봉사활동을 한 결과 2015년 우수 자원봉사자로 영등포구청장상까지 받았다. 고2면 입시가 코앞인데 봉사할 시간이 있냐는 질문에 봉사는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활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웃는다.
“처음에는 봉사가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지만 길 가다 떨어진 쓰레기를 줍고 모르는 어른들께 인사하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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