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이 엉뚱하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났다.
‘가덕도 아니면 백지화’를 주장했던 부산시와 밀양을 지지한 대구·경북·경남·울산이 두패로 갈라서 원수처럼 싸운 결과치곤 양쪽 모두에게 허탈한 성과였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서병수 부산시장은 아쉽지만 실속을 챙긴 상처투성이 승자이고 나머지 4개 시·도지사는 패자였다. ‘밀양공항 백지화 이후 김해공항 존치와 가덕신공항 독자추진’이라는 속셈을 숨기고 일찌감치 영남권 5개시도지사 합의사항을 깬 부산시의 입장이라면 그렇다는 분석이다.
영남권 신공항 유치 대결구도에 대해 평소 부산·경남(PK) 대 대구·경북(TK)의 싸움이 아니라 부산 대 경남의 대결이라고 주장해온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진정한 패자일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영남권 신공항 발표 후 패자쪽 시·도지사중 권영진 대구시장만 가장 궁지에 몰리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달 27일 정부의 고민을 십분 이해할수 있다며 정부안 수용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1일 김해공항 확장안 발표직후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정치적으로 결정됐지만 수용한다”고 했고 김기현 울산시장은 “용역결과를 봐야겠지만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인다”고 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대구시의 수용유보입장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초선 국회의원출신으로 대구시장 2년째를 맞는 권영진 대구시장은 달랐다. 용역결과에 대한 실망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는 ‘어처구니 없고 충격적이고 분노할 결과’라고 했다. 권시장은 지난 23일에는 신공항 용역결과 검증팀 직원을 데리고 국토교통부를 방문, 직접 용역관련 자료를 요청하기도 했다. 권 시장은 지난달 25일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신공항 백지화진상규명 촉구대회에 참석, “지난 10년동안 영남지역민을 우롱하고 서로 싸우게 만들었으면 국무총리라도 사과해야한다”며 “시민들의 허탈함과 분노를 시장이 짊어지겠다”는 연설을 하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또 같은 달 27일 대구경북시도민 간담회에서는 용역결과 검증전 정부안 수용 유보 입장을 거듭 밝혔다.
4선과 한나라당 원내대표 출신의 홍준표 도지사, 역시 4선과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역임한 서병수 시장, 3선에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거친 김기현 시장 등은 모두 한켠 물러나 정치 9단의 고수답게 노회한 처신을 하는 것과 달리 정부안을 수용하라는 압력을 뿌리친 권영진 대구시장은 유일하게 험한 길을 가고 있다.
권영진 시장의 외로운 투쟁이 정부발표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겠지만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상처를 입은 영남지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는 달래주는 유일한 영남권 지방자치단체장으로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n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