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파주 운정신도시 한빛마을 1단지와 2단지 사이에 위치한 ‘화합의 광장’과 공공보행통로를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 분위기가 흉흉하다. 최근 한빛마을 1단지 측은 화합의 광장을 반으로 가르고 공공보행통로를 정비하는 공사를 시작했는데, 인근 주민들은 광장이 훼손되고 공공보행통로 이용에 불편이 따른다며 이를 허가해준 파주시에 반대 서명과 민원을 제출해놓은 상태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공공보행통로, 광장 두고 주민 갈등
최근 파주 운정신도시, 한빛마을 1단지와 2단지 사이에 위치한 ‘화합의 광장’과 공공보행통로의 정비 공사를 두고 주민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2단지 외부에는 ‘화합의 광장은 보전되어야 합니다’란 문구의 플랜카드까지 내걸렸고, 주민들 사이에서는 공사를 반대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졌다.
‘화합의 광장’은 한빛마을 1단지와 2단지 사이에 위치한 원형의 광장으로, 한빛마을 1단지와 2단지가 각각 절반을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1단지 측은 파주시로부터 행위허가를 받아 자신 소유의 광장 절반의 대지에 대해 조경 공사와 공공보행통로 정비 공사를 시작했다. 광장 절반의 대지에 흙더미를 쌓아 바닥을 돋우고, 광장 경계에 조경석을 둘러 심는 등 공사를 진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원형이었던 광장의 절반은 사라지고 현재는 반원형의 광장만이 남은 상태다.
그러나 이렇게 공사가 시작되자 한빛마을 2단지 주민들은 즉각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1단지 내에 위치한 공공보행통로에 대한 2단지 주민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1,2단지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놀던 광장이 반쪽짜리 광장으로 전락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먼저 1단지 내, 공사 현장에는 1단지와 2단지 사이를 관통하는 공공보행통로가 있는데, 이는 일반인들이 언제나 이용하도록 개방된 길이다. 그간 2단지 주민들은 화합의 광장을 거쳐 이 길을 자유롭게 이용해왔다. 특히 한빛초등학교 초등학생들도 등굣길로 많이 이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공사로 2단지 주민들은 공공보행통로를 이용하기 위해 단지 밖을 나가 우회하거나 돌계단으로 만들어진 작은 출입통로를 이용해야 한다. 돌계단 출입 통로는 자전거나 유모차 이용이 어려운 상태로, 매일 수많은 주민과 초등학생이 다니는 출입로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한빛마을 2단지 주민들의 중론이다.
광장 절반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그동안 화합의 광장은 1,2단지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자전거나 인라인을 타며 놀기도 하고, 또 주민 간 교류가 활발했던 곳이다. 그러나 이번 공사로 화합의 광장은 반쪽짜리 광장으로 남아, 광장의 효용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2단지 주민들은 이야기한다.
한빛마을 2단지 주민들은 이번 공사에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공사를 허가해준 파주시에 서명 자료와 민원을 제출한 상태다.
사진설명 : 공사 전 화합의 광장 전경
수 년 전부터 분쟁의 불씨 있었던 곳
이곳은 지난 2009년에도 공공보행통로 등을 두고 문제가 불거졌던 곳이다. 당시 한빛마을 1단지 측은 임의대로 공공보행통로의 양쪽 끝의 입구를 차단하고 광장에 펜스를 쳤다. 그러나 공공보행통로는 일반인에게 24시간 개방돼야 하는 곳이다. 이후 민원이 발생하자 파주시에서는 원상복구 이행을 요구했고, 시정이 되지 않자 2010년, 시가 행정대집행을 통해 공공보행통로를 개방시켰던 전례가 있다.
이렇게 분쟁의 소지가 높았던 곳이기에 이번에 파주시가 행위허가를 해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관심과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번 공사는 1단지 측이 파주시로부터 공공보행로 및 조경시설 용도변경과 증축에 대한 행위허가를 받아 진행하고 있다. 파주시청 주택과 관계자는 “사유지에서 지구단위지침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공공보행통로 4미터 폭을 유지하며 조경을 바꾸겠다는 것이므로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공공보행통로가 아파트 단지 안에 자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운정신도시 지구단위계획상, 한빛마을 1단지와 2단지 사이에는 원래 약 10미터 폭의 일반보행통로가 조성되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한빛마을 1단지 시행사는 기존 일반보행로를 공공보행통로로 변경키로 했다. 일반보행통로로 조성할 경우 건설사가 시에 일반보행통로로 이용될 땅을 수용당하고 용적률이 낮아지는 반면, 공공보행통로로 조성할 경우 건설사 측의 토지 소유권과 용적률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지금의 공공보행통로가 한빛마을 1단지 내에 조성됐다. 이러한 공공보행통로를 두고 이번에 두 단지 간 마찰이 빚어진 것이다.
한편, 한빛마을 1단지에는 이재홍 파주시장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일에 주민들의 관심이 더욱 많이 모아지고 있다.
공공보행통로 분쟁, 지역 곳곳 일어나…지자체의 세심한 행정 노력 절실
공공보행통로와 관련된 분쟁은 최근 몇 년 사이 지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재산권과 공공성이란 두 지점 사이에서 주민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해 권익위에 접수된 민원을 보면 경기도 용인시 아파트 단지에서는 공공보행통로 주변에 보안을 이유로 펜스가 설치돼 인접 단지에 문제가 됐던 사례가 있었고, 또 부산 기장면에서는 공공보행통로와 연결되는 새 아파트에서 입주민만 이용할 수 있도록 차단 문을 설치해 초등생이 4미터가 넘는 담장을 넘어 다니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일련의 민원들로 당시 권익위는 지자체에서 주민 간 갈등 소지를 없애기 위해 공공보행통로 유지, 관리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조례에 마련하도록 의견을 표명하고, 국토부에는 공공보행통로 통행을 방해할 경우 시정 명령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또한 공공보행통로 계획 시 고려해야할 사항들을 지구단위계획 수립 지침에 반영하는 것을 고려하도록 통보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세심한 행정 노력이 요원한 대목이다.
이번 파주 한빛마을 1단지 공사와 관련해 파주시청 주택과 관계자는 “1단지와 2단지가 협의해 다시 행위 허가가 들어오면 변경할 수 있는 부분으로, 1단지 측과 2단지 측이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빠른 시일 안에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