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한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말이 있다. 아이를 교육시키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해졌다는 말이다. 함께 모여 엄마표 수업도 하고 숲 속 체험도 하면서 육아의 행복을 같이 누리는 공동육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아이들에게는 협동심이나 나누는 기쁨을 느끼게 하고 엄마들은 육아의 고단함을 나눌 수 있어 회원들이 점점 늘어 가고 있다. 양천구 공동육아 ‘가온누리’를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박 선 리포터 ninano33@naver.com
친구들과 형제처럼 뛰놀아 낯가림도 몰라요
“여러분, 방귀나무 열매는 방귀냄새가 나는지 달콤한지 한 번 살펴봅시다.” 숲 해설가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아이들이 우르르 나무쪽으로 달려간다. 열매를 손으로 쳐다보면서 흔들어 보는 아이. 냉큼 입안으로 넣어 맛을 보는 아이, 눈으로 관찰하며 먹을까 고민하는 아이 등 각양각색의 행동이지만 얼굴은 모두 하나 가득 미소를 짓고 있다. 공동육아 ‘가온누리’의 숲 속 체험은 매주 한 번씩 계남 공원 유아 숲 체험장에서 이뤄진다. 숲 해설사와 함께하는 간단한 숲 해설이 끝나고 난 뒤에는 모두 흩어져 나무를 만져보기도 하고 나뭇잎을 주워보기도 하는 등 자연을 마음껏 느끼는 시간을 가진다.
‘가온누리’가 생겨난 건 3년 정도 되었다. 강서구와 양천구의 아이를 둔 엄마들이 의기투합해 공동육아 모임을 만들었는데 아이를 데리고 먼 거리 이동이 어려워 양천구와 강서구가 나눠지게 됐다. 지금 양천구에 거주하는 10가족이 모여 공동육아를 실천하고 있다. 공동육아 ‘가온누리’는 서울시 지원 마을 공동체 사업에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어 그 활동의 의미가 크다. 아이들은 주로 4~7살 정도의 아이들로 어린이집 등 기관에 보내지 않고 순수하게 엄마들이 놀아주고 교육하는 공동육아로 커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고 쭈뼛거리던 아이들도 ‘이모’하면서 잘 따르고 친구들 만나러 가는 날은 신발을 먼저 신으면서 빨리 가자고 재촉한다.
엄마표 수업으로 창의력 쑥쑥
공동육아 ‘가온누리’의 ‘엄마표 수업’은 알차다. 매주 두 번씩 꼬박 만나면서 실내 수업과 실외 수업을 번갈아 진행하고 있다. 엄마표 실내 수업은 엄마들의 전공이나 전직을 살리거나 함께 연구하고 생각하면서 만들어가는 수업들이다. 동화책을 읽고 오감활동을 주로 하는데 요리도 하고 습자지, 국수다발 등으로 느껴보는 촉감 연습 등 아이들의 모든 감각을 사용할 수 있는 수업을 주로 만드는 편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실외수업은 숲 속 체험, 딸기밭 체험, 동물원, 미술관, 수영장 등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함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수소문해 다니고 있다. ‘미혼모 돕기 벼룩시장’ 같은 의미 깊은 활동들은 지금 생각해 봐도 뿌듯하다.
특히 공동육아 ‘가온누리’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점은 아빠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는 점에 있다. 아빠들과 숲 속 체험을 하거나 소방안전 체험을 했을 때 아이들이 정말 기뻐했고 분위기도 좋았다. 대부도로 모든 가족들이 캠프를 갔을 때의 추억은 고스란히 사진으로 남아있고 활동 사진전도 열었다. 아빠들의 참여로 아이들도 안심하고 완성된 육아를 만들어 갈 수 있어 만족도가 더 높다. 엄마들도 육아의 고단함을 혼자만 짚어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어 의지가 되고 함께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 행복하기만 하다.
<미니 인터뷰>
박준혁 가족
“아이가 엄마표 수업을 정말 재미있어 해요. 3년 전에는 모임에 참여할까를 고민 많이 했었지만 지금은 아이와 함께 가온누리에 참여할 수 행복해요. 책도 읽고 습자지로 오감활동하고 숲 체험을 오는 등 혼자 했으면 못했을 활동들을 여럿이서 힘을 모아 할 수 있어 만족해요.”
홍노아 가족
“아이 셋을 키우고 있어 막내에게 시간 할애하기 힘들었는데 공동육아를 하니 도움이 많이 됩니다. 아이도 엄마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어 매일 친구들 만나는 시간만 기다려요.”
유사랑 가족
“가온누리를 만난 지 2년 됐어요. 아이가 낯가림이 심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친구들 만나러 가자고 먼저 조르고 다른 엄마들에게 이모라면서 잘 따릅니다. 관광차를 빌려서 여행을 떠난 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딸과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어 행복해요.”
안 현 가족
“아빠랑 함께 했던 프로그램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아들이 아빠랑 하는 활동들을 참 좋아합니다. 평소 친구보다는 엄마하고만 놀려고 해서 걱정했는데 이제는 친구들을 좋아하고 가온누리 활동에 익숙해져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요. 엄마들도 내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함께 키우는 육아를 하니 육아가 힘들고 피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즐겁고 재미있게 해 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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