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2시이후 대구시 동구 신천 3동 대구상공회의소 10층회의실에는 남부권신공항 범시도민추진위원회 강주열위원장과 이수산 사무총장을 비롯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40여명의 회원들은 이수산 사무총장은 내심 영남권 신공항이 밀양으로 확정될 것으로 보고 일종의 ‘환영 예행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원칙과 신뢰를 강조해온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약속한 공약인 만큼 신공항 입지를 밀양으로 확정할 것으로 믿었다. 밀양이 아니라면 최소한 가덕도라도 정할 줄 알았다. 그러나 이들은 1시간쯤 뒤 밀양도 가덕도도 아닌 난데없는 김해공항 확장으로 발표되자 허탈감을 넘어 분노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정부는 대사기극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박근혜대통령이 대구·경북을 버렸다’ ‘이 정부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강주열 위원장은 “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마저 대국민 사기극을 벌여 참담한 심정‘이라며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15년 1월 영남권 5개시·도지사의 약속을 강조하며 신공항 유치전을 자제했던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오후 4시 기자회견을 열어 ‘어처구니’ ‘황당’ ‘충격’ ‘분노’ 등의 단어를 써가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정부의 결정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10년전으로 거꾸로 돌려놓은 어처구니없는 결정이고 충격적이고 황당하다”며 “이 정부마저도 신공항 건설을 또다시 백지화시켜 유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앞으로 이번 용역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철저히 검증하고 영남권 시·도민들의 의견을 다시 수렴하고 부산을 포함한 5개 시도와 함께 머리를 맞대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발언수위를 낮췄다. 김관용 도지사는 별도의 성명이나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유갑스럽다”는 입장만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신공항의 꿈이 원하는 방향으로 실현되지 못해 유감스럽지만 일응 국토교통부의 발표를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과연 김해공항 확장이 가능한 것인 지, 또 이번 용역과정과 평가내용에서 타당성을 상실한 것이 없는 지 등 용역결과를 더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남권 시도민들의 실망감도 컸다.
대구시 북구에 사는 박모(51)씨는 “몇년동안 돈만 날렸다. 김해공항 확장안된다고 해서 신공항 논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와서 밀양도, 가덕도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 뭐 하나라도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대구시 수성구 주부 임모(48)씨는 “대구경북지역민은 이명박 전대통령과 박근혜대통령에게 몰표를 밀어주고도 정권 후반기에 두 번이나 버림과 배신을 당한 꼴”이라며 “주지도 않은 선물을 받을 것으로 착각한 대구경북사람들만 바보가 됐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장을 지낸 홍철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당초부터 가능하다면 김해공항확장이 최선의 대안이겠지만 정부가 수차에 걸쳐 불가능하다고 했기에 신공항건설이 이슈가 된 것”이라며 “국민들을 존중하고 국민앞에 정직해지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덕률 대구대 총장은 “무릇 정치에 있어서 신뢰가 매우 중요한 법인데, 신뢰를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깝고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에서 발행되는 지방지인 ‘매일신문’은 22일자 1면을 신공항 백지화를 규탄하는 뜻으로 백지로 발행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1면에 기사와 광고를 싣지 않고 ‘신공항 백지화, 정부는 지방을 버렸다’라는 제목만 보도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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