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주민 누구에게나 개방
매주 목요일 그림책읽기 엄마 모임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 독서광으로 소문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말이다. 책을 가까이 두고 산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일 게다.
그러나 아이들의 독서생활은 독서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어떤 책을 몇 권을 읽었는지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 몇 권을 읽는지 보다 책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 있다. 누구나 책을 접하기 쉽도록 공간을 지키고 운영하고 있는 이은화(35세, 풍동)관장을 만나 그의 책 사랑을 들어보자.
유혜정 리포터 zzibeyou@hanmail.net
책과 도서관을 사랑하는 한 여자
거주지를 정할 때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는지 없는지가 큰 결정 요인이 된다는 이은화(34세, 풍동) 관장은 5세, 6세 남매를 둔 주부다. 그는 결혼하기 전부터 도서관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책과 함께 있는 것을 행복해 했다. 그러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혼자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자 많이 힘겨웠노라고 고백한다. 그런 그에게 집 앞 도서관은 고마운 공간이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고, 책과 관련한 여러 가지 수업을 들을 수 있으며 도서관에 오는 엄마들과 만나 친분도 다지고 때때로 ‘육아 품앗이’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주 다니다보니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주는 봉사도 하게 되고,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여러 가지 수업을 들으며 글자 수는 적지만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그림책들도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누구나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마을 도서관
비영리단체 ‘아름다운 배움’ 내에 있는 정발산 작은도서관은 지난 3월 개장해 조금씩 도서관의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관장은 이 도서관에 대해 “정발산 마을 이웃들이 즐겁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의 관심과 참여로 만들어가는 도서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손주를 보는 할머니들이 오가시며 오시기도 하고, 이곳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며 찾아와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다”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출입이 자연스럽고, 운영 또한 매끄러운 곳으로 만들지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적인 도서관 활용을 위해서는 2년여 동안 진행하고 있는 ‘그림책읽기 엄마모임’을 활성화할 생각이라고 한다. 올해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이 모임을 소개해 고양시의 지원을 받아 지금까지 하고 있는 모임의 좋은 점을 많은 엄마들에게 알리고 싶단다.
그림책 모임 통해 ‘그림책 세상’ 맛보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접한 그림책. 그러나 그 그림책의 매력에 빠진 건 엄마 이은화씨다. “정말 매력이 있어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접할 수 있는 분야이고, 그림책을 통해 가족과도 연결고리가 되고요. 또 그림책은 어른들에게도 자신의 내면을 볼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2년 동안 진행한 그림책읽기 엄마 모임은 6명 남짓한 아기엄마들의 모임이다. 그는 “이 모임은 아이에게 좋은 책을 읽어주기 위해 공부하는 모임이 아니에요. 그림책을 이용해 엄마들이 위로받는 모임이에요”라며 모임의 성격을 강조했다.
또 “매주 순서를 정해 자신이 선택한 그림책을 다른 엄마들에게 읽어줘요. 어른들 앞에서 책을 읽는 것도 낯선 모습이지만 듣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되기도 해요. 아이들에게 읽어 줄 때는 글자만 보던 책을, 듣는 과정을 통해 그림책 속의 내용을 앞뒤로 잘 생각해보기도 하고, 장마다 나오는 인물들의 표정, 배경 색깔 등을 보기도 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자신의 내면의 모습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도 되고요”라고 말했다.
현재는 서천석의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의 마음>이라는 교재를 이용해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데, 얘기의 중심이 잘 잡혀 엄마들 반응이 좋다고 한다.
도서관 관장, 사람을 얻는 일
어린 남매 키우랴 집안 살림 하랴, 도서관장 일까지 하려면 많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너무 힘들어요.(웃음) 처음에는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이 방방 뜬 상태로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욕심을 버리려고요. 완벽하게 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 한 가지씩을 찾아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지던데요?”라고 말했다.
육아까지 하려면 하루가 힘들 텐데,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 일은 월급을 충분히 받는 일은 아니지만, 사람을 얻는 일 같아요. 책과 관련된 사람을 만나고, 책과 관련된 공부를 하면서 마음이 순수해지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정발산 작은도서관은 작은도서관협회에 가입되어 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나간다는 그. 도서관 관장의 역할이나 어려움, 해결하기 위한 방법 등을 나누기도 하고 토론하기도 하는 이 시간이 그에게는 위로받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참 순수하고 배려심이 많으세요. 그런 배려 속에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기분이 참 좋아져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힘든 일과 속에서 힐링이 되는 요소를 찾아 생활하는 그의 모습이 화사해 보인다.
그림책 활용해 다문화가족 한국어교육 하고파
그의 전공은 한국어 교육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도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이다. 그는 “그림책은 한국어 교육을 하기에 너무 좋은 교재”라며 “글자 수가 적어서 배우는 이들에게 부담도 적고, 적은 글자 수 속의 의미들을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며칠 전 <민들레는 민들레>라는 그림책을 다문화가족에게 강의한 적이 있었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흔하디 흔한 민들레지만, 그 자체가 너무나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를 잘 이해하더라고요. 그게 진짜 교육이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는 자존감을, 어른들에게는 마음의 치유가, 외국인에게는 한국어 교육의 매개로 그림책만한 훌륭한 도구가 없는 것 같다는 그. 그림책을 통한 그의 책 사랑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돼 많은 이들도 마음을 위로받는 소중한 경험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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