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시전형 중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이 확대되면서 교내에서 할 수 있는 전공 심화 활동으로 R&E(소논문)가 합격의 필수 스펙으로 여겨지고 있다. R&E(Research and Education)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연구한 후 이에 대한 논문을 쓰는 활동으로 대입의 자기소개서 문항을 차별화하기 위한 아이템으로 활용된다. 전공과 관련해 궁금했던 내용을 학생주도로 깊이 있게 탐구해 전공적합성이나 문제해결력을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긴 하나 당초 취지와 달리 과도한 스펙 경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내일신문에서는 R&E에 대해 학생들이 잘못 알고 있는 점에 대해 목동지역 교사들에게 직접 들어봤다.
도움말: 목동고 박성현 입시전략부장, 한가람고 신원용 진학부장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오해 1. R&E 합격을 위한 필수조건?
학생과 학부모가 R&E에 목을 매는 이유는 학교마다 대동소이한 학생부에서 자신만의 차별화된 스펙으로 R&E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 활동의 결과물로 소논문을 작성하고 이런 내용이 학생부에 기록된다면 자신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자기소개서에 소논문 작성과정에서 깨달은 점을 어필해 종합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서울대는 최근 발행한 웹진에서 R&E를 해야만 좋은 평가를 받는가에 대한 질문에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특정한 활동이나 경험을 한 사실만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는다”며 “주어진 여건 속에서 다양한 학습경험을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주도적인 노력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목동고 박성현 입시전략부장은 “R&E는 학생이 수업시간에 배운 것 중에서 조금 더 알고 싶은 것이 있거나 교과와 관련해 심화시켜 공부를 하고 싶을 때 하는 연구 활동”이라며 “단순히 학생부에 기록이 되면 종합전형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나 고려대가 심화활동으로 한 R&E 논문 활동은 깊이 살펴보지 않는다는 발표를 했다.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에서 출발하지만 R&E가 합격을 위한 필수조건은 될 수 없다”고 덧붙인다.
오해 2. 대학 수준의 연구를 설정해야 한다?
대학 수준의 거창한 연구 과제를 설정해야 가치를 높게 평가해 줄 것이라는 생각 또한 오해다. 한가람고 신원용 진학부장은 “오히려 대학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과제는 학생이 스스로 관심을 갖고 노력한 결과로 보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 안에서 지적 호기심을 드러낼 수 있는 과제를 설정해야 한다. 즉, 학교생활을 통해 찾을 수 있는 과제를 선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교과 수업을 듣다가 또는 수행평가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또는 교내 대회를 준비하면서 더 깊고 넓게 심화하고 싶었던 문제를 연구 과제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또한 학교에서 R&E를 위한 실질적인 기간을 설정하지 않고 소논문만을 받아 제출하게 해 대회를 치르는 것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신 진학부장은 “결과 위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이 스스로 꾸준히 과제를 수행한 노력이 드러나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 기간과 연구 기간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오해 3. 눈에 띄는 연구 성과물이 있어야 한다?
뛰어난 연구 성과를 보여주어야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착각이다. 신원용 진학부장은 “대학은 고등학생의 수준을 알기에 고등학생이 수행한 과제의 결과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학생의 연구 결과물이 대단할 것이라 판단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대학이 기대하는 것은 선생님과 함께 스스로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노력한 내용이다. 즉, 연구를 수행하게 된 배경과 문제의식, 연구를 진행하면서 학생이 느낀 깨달음 등에 주목한다. 신 부장은 “연구를 수행하면서 학생 개인이 경험하고 노력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결과 위주가 아니라 과정을 통해 보여주기를 바란다. 이때 학생의 지적 호기심, 과제 집착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이 드러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해 4. 연구 내용과 실적을 평가한다?
최근 강남 모 고등학교에서 팀당 400만 원의 R&E 희망자 모집 광고로 R&E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유명한 대학교수에게 지도를 받아야 높은 수준을 드러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원용 진학부장은 “대학 교수에게 지도를 받은 수준 높은 논문은 일반적인 고등학교에서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고액의 비용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아 정상적인 학교 교육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한다.
박성현 입시전략부장은 “너무 있어 보이려고 대학 실험실이나 환경 구축이 되지 않은 학교에서 하기 어려운 실험을 했다면 오히려 역효과”라며 “최근 금수저 논란으로 대학에서 R&E를 소극적으로 반영할 확률이 높다. 부모나 주변 인맥을 이용해 대학에서 할 수 있는 실험실을 이용해도 소용없다”고 덧붙인다. 즉 고교 교과 과정에서 연계해 주제를 정하고 고교생 수준에 맞게 작성해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반대로 학생 개인의 힘만으로 과제를 수행한 논문은 어떨까? 신원용 진학부장은 “검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대리 집필의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고등학교 교사의 지도하에 학생들이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드러낼 수 있는 연구가 바람직하다.
오해 5. R&E 결과물, 대학에 제출해야 한다?
학생들은 대학입시 전형에 R&E 결과물을 통째로 제출하고 싶어 하는데, 제출할 수도 없고 설령 제출한다 하더라도 대학의 평가자는 그 내용을 보지 않는다. 신원용 진학부장은 “최근에 대부분의 대학은 학생부 및 자소서 이외에 활동보충자료를 거의 요구하지 않는다”며 “일부 요구하는 대학의 경우도 A4 용지 3~5매 정도로 제한을 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이 결과물을 제출하기가 어렵다. 더 나아가 대학의 평가자는 결과물의 제출을 원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유는 대학의 평가자가 해당 전공자가 아닐 뿐더러 결과 위주의 평가가 아니라 과정 중심의 평가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연구를 수행하게 된 배경과 문제의식, 연구를 진행하면서 학생이 느낀 깨달음 등을 자소서 속에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오해 6. 면접에서 확인 질문은 연구 결과뿐이다?
학생부나 자소서에 R&E가 어필될 경우 대학은 이 부분에 대한 실제 검증을 요구한다. 때문에 자신의 노력이 아닌 대신 만들어진 소논문을 학생부나 자기소개서에 언급하는 건 오히려 덫이 될 수 있다. 박성현 입시전략부장은 “1단계에서 서류가 통과되면 학생들은 R&E에 대한 걱정을 접어두지만 학생부나 자소서에 언급된 것은 면접에서 확인 질문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목동고 졸업생의 경우 자소서에 소개된 R&E에 대한 것을 면접에서 질문 받았다고 한다. 질문 내용은 ‘실험하는 과정에서 쓴 도구를 어떻게 조작했는지'', ''조작하면서 어떤 것이 어려웠는지'' 등 세세한 내용이었다. 학생이 이 실험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면 절대 대답할 수 없는 내용이다.
박 부장교사는 “본인이 직접 노력한 것이 아니거나 인터넷에서 베낀 것, 남의 도움을 받은 것은 면접과정에서 드러나게 돼 있다”며 “호기심, 지적 동기 외 오로지 입시만을 위해 본인의 역량을 벗어난 활동을 어렵게 하는 것보다 논문 작성에 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내신 성적과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덧붙인다.
자신만의 학업역량을 R&E가 아니라 독서나 방과 후 활동, 동아리 활동 등으로 보여주는 게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R&E 강추
1. 교육과정 안에서 더 심화된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
2. 다양한 학습경험으로 전공 관련 분야에서 성장하고 싶은 학생
3. 탐구를 기반으로 한 능력을 키워 논문을 작성해 보고 싶은 학생
R&E 비추
1. 오로지 입시만을 위해 논문을 작성하고 싶은 학생
2. 혼자의 노력이 아니라 누군가의 도움으로 논문을 작성하고자 하는 학생
3. R&E를 합격의 필수요건으로 생각하는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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