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학교폭력 예방 전도사’ 샛별중학교 임인식 교감
관심과 사랑으로 단절된 관계 회복해 학교폭력 제로에 도전
“학교폭력은 승자 없이 모두가 피해자인 범죄입니다”
2011년 12월 20일 오후 9시. 대구시 수성구의 한 아파트 7층에서 중학교 2학년이던 권모군이 투신했다. 그가 남긴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가득했다. 구타와 금품갈취, 물고문 등 권군의 유서에 적힌 가해학생들의 악랄함에 전국은 충격에 빠졌다.
이 사건으로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대두하기 시작하자 교육부는 이듬해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나섰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다짐이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매년 교육부가 발표하는 학교폭력 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은 날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2차 조사에 참여한 초4~고2 390만 명의 학생 중 피해 응답률은 0.9%(3만 4000명)이며 목격 응답률은 2.7%(10만 5000명)로 매년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적지 않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또 설문조사와 현실과의 괴리감을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 그 뿌리가 뽑히지 않고 있는 학교폭력의 근절을 위해 부임 첫날부터 “가족 같은 학교, 서로 사랑하는 학교”를 부르짖는 전 성남시 교육지원청 학교폭력 담당 장학사 출신의 샛별중학교 임인식 교감을 만나 학교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장난이라고 용서되진 않는다
올해 3월 1일자로 샛별중학교 신임 교감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안산시 교육지원청과 성남시 교육지원청에서 줄곧 학교폭력 전담 업무를 맡았던 임인식 교감. 최근까지 성남시에서는 크게 이슈화된 적은 없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학교폭력이 현장에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고 그는 전한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학교폭력을 왜 저질렀냐는 물음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장난으로 했다’는 대답이라고 했다.
“가해학생의 30% 정도가 ‘그냥 장난으로 그랬다’는 답변을 합니다만 학교폭력은 피해학생이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입었는가 하는 피해자 중심의 법해석이 이뤄지기 때문에 장난이라고 해서 학교폭력이 성립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고의성이 있다는 판단에 도움을 주는 답변이 되지요.”
그렇다면 소위 학교폭력이라고 집계되는 경우는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되는 것일까?
임 교감의 설명에 따르면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피해자나 보호자가 사건인지 후 24시간 안에 교육청이나 학교로 신고접수를 하면 해당 학교 내 학교폭력전담기구의 조사를 거쳐 사안의 경중을 따지게 된다. 사안이 경미할 경우 담임에게 일임되어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게 용서를 빌고 용서를 받아들이는 경우 담임해결 확인서가 작성되고 최종적으로 자치회에 보고되고 종결된다.
하지만 사안이 위중할 경우에는 해당 학교 내 학교폭력 자치위원회가 열려 1번 서면사과부터 9번 퇴학까지 강도가 다른 교육 및 선도조치가 따르게 되고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남게 된다. 조치의 경중에 따라 졸업과 동시에 기록이 삭제되는 것도 있지만 3년 동안 기록이 남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학교폭력 지속적인 예방교육만이 해답
“학교폭력은 범죄입니다. 그리고 승자가 없고 모두 피해자가 됩니다. 남은 학교생활이 피해·가해학생 모두에게 견디기 힘든 여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피해학생, 가해학생이라는 구분 없이 학교폭력 관련 학생이라고 부른다는 임 교감의 부연처럼 학교폭력은 양측 모두에게 큰 흉터를 남기는 멍에와 같다. 그래서 그는 학교폭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예방교육만이 답이라고 강조한다.
“그냥 장난으로 했다고 대답하는 학생들의 무지를 깨우치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교육해야 합니다. 고의로 그랬건 무심결에 했건 어떤 말과 행동들이 친구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다시 한 번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말하지요. 친구들이 괴롭힘을 당할 때 방관하는 것도 학교폭력입니다. 급우를 내 가족과 같이 사랑으로 대하라고 항상 얘기합니다.”
가정과 학교가 함께 관심과 사랑으로 교육해야
샛별중학교는 지난해 학생자치활동 우수교로 지정되는 등 학교폭력이 없는 학교로 소문이 자자해 샛별중학교로의 부임 소식에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는 임인식 교감. 그래도 부임과 동시에 그가 시작한 것은 전 학년 학급을 돌면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하는 것은 물론, 교내를 방문하는 학부모들과의 만남이 있는 자리에서도 늘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자녀에게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는 일이었다.
‘학교폭력 제로’가 인생의 목표라는 임 교감은 그간의 경륜을 인정받아 학교폭력 예방전문 강사로 성남 이외의 지역에서도 왕성한 강연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당부하는 것은 학교, 가정이 일체가 되어 학생들에게 관심을 쏟자는 것이다.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교육은 교사와 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에서 비롯됩니다. 학교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함께 단절된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전영주 리포터 jenny422y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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